사례 #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16일부터 광역 버스 입석금지가 시행되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김씨는 매일 서현동에서 서울 종각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9시까지 출근이지만, 출근길 러시아워로 인해 7시에 집을 나선다. 그가 광역버스를 타는 정류장은 꽤나 붐비기 때문에 늘 서서 버스를 타야 했다.하지만 지난주부터 광역버스 입석 금지제도가 시행되면서 김씨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그는 시행 첫날 똑같이 7시에 집을 나섰지만, 40분 이상 기다리는 바람에 결국 지각했다. 그 뒤에 그는 6시 30분에 출근길을 나선다. 출근 전쟁과 잦은 야근에 그의 몸은 파김치가 됐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부인이 임신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거주지를 옮길 수도 없는 형편이다.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다돼 가지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도권 지역 집값 하락만 부추기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현동 A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분당, 용인,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 지역 거주자들의 상당수가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당의 교통 요지인 서현동에서도 극심한 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준비 없는 성급한 정책으로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에 찬물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오피스텔의 하락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서현동 B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뜩이나 공급과잉 상태인 오피스텔의 메리트가 없어진 상황이다. 광역버스 입석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가운데 아직 매매가 이뤄진 사례는 없지만 오피스텔 매매는 당연히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혼란이 가중되자 7.30 재보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뒤늦게 광역버스 입석금지 제도의 보완을 요청하면서 입석금지 제도 시행 자체를 미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부터 광역전철도 증편을 시작했다. 광역버스 입석금지 여파로 전철에 승객이 몰리자 부랴부랴 전철 운행을 늘렸다. 버스 입석 승차가 금지되면 전철로 승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미리 대응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출퇴근 전쟁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이매동 C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철을 증편했다고 하지만 서울로 출퇴근 하는데 환승만 3~4번 해야 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당분간 계속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지만 제도가 폐지되거나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악재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