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원들을 향한 폭언, 욕설 등의 ‘막말 갑질’ 논란으로 사임했던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의 복귀설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윤재승 전 회장이 사임하며 전승호, 윤재춘 전문경영인이 이끌던 대웅제약의 실적이 급격히 하락했고, 다음 달이면 임기가 끝나는 이들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오너의 책임 경영’을 내세워 윤재승 전 회장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진 것. 비즈한국이 자세한 내용을 취재했다.
#상습 욕설‧폭언 등 갑질 일삼다가 사임한 윤재승 전 회장
2018년 8월 27일 대웅제약을 이끌던 윤재승 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 등 거친 언행이 담긴 한 녹음 파일이 보도되며 구설수에 올랐다. 윤재승 전 회장은 “정신병자 XX, 병XXX” 등 욕설을 쏟아냈으며 다른 직원들에게도 평소 언어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윤재승 전 회장은 2018년 8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대웅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대웅제약의 등기임원 직위를 모두 사임했다. 대웅제약과 지주회사인 대웅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자숙하겠다. 다시 한 번 저로 인해 상처 받으신 분들과 회사 발전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임직원들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전승호·윤재춘 공동대표 중심으로 운영됐다. 이 두 사람의 임기는 3월 23일까지로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인데, 전승호·윤재춘이 이끈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대폭 감소했다. 이 둘이 취임한 2018년 3분기 영업이익은 약 260억 원이었는데,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은 약 300억 원으로 약 15%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0년 3분기 35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8% 감소했다. 경영실적 하락세로 인해 전승호·윤재춘 공동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대웅제약 사임했지만 여전히 장악력 건재한 윤재승 전 회장
실적 악화와 별개로 윤재승 전 회장이 대웅과 대웅제약의 회장 자리를 내려놓으며 표면적으로 경영권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웅제약은 45.07%의 지분을 가진 대웅이 최대주주이며 8.6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웅재단이 2대 주주다. 윤재승 전 회장은 대웅과 대웅제약의 회장 자리를 내놨지만 대웅바이오와 대웅재단 등에서 여전히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대웅바이오는 대웅이 지분 100%를 가진 계열사로 영업이익 기준 2017년 약 300억 원, 2018년 약 463억 원 2019년 약 543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다. 윤재승 전 회장은 대웅바이오에서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대웅재단은 대웅과 대웅제약의 2대 주주로 대웅 주식 9.98%, 대웅제약 주식 8.62%를 보유 중이다. 윤재승 전 회장은 대웅재단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웅재단은 윤재승 전 회장과 모친인 장봉애 씨가 이사장으로 대표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3월 22일 장봉애 씨의 이름이 빠졌으며 윤재승 전 회장만 대웅재단 대표권을 갖게 됐다. 윤재승 전 회장의 대웅, 대웅제약 지배력이 강화된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윤재승 전 회장은 대웅의 주식 일부를 소유한 이지메디컴과 디엔컴퍼니의 최대주주로 윤재승 전 회장의 대웅 지배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윤재승 전 회장은 대웅과 대웅제약 회장직에서 사임만 했을 뿐 대웅의 지배력은 유지 중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원 A 씨는 “최근 윤재승 전 회장과 관련 미담 섞인 기사들이 종종 보인다. 윤재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라며 “임직원들에게 욕설 등의 막말로 상처를 남긴 윤재승 전 회장이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 복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지배력이 높은 윤재승 전 회장이 논란을 감수하고 복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윤재승 전 회장이 복귀하면 과거 있었던 욕설 등으로 다시 구설수에 오를 게 분명한데, 굳이 경영 전면으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숙과 관련해서 정해진 기간은 없기에 전문경영인의 실적이 나빠진 지금 상황에서 윤재승 전 회장의 복귀설이 나오는 것 같다. 최대주주로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윤재승 전 회장이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언어폭력 등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 대책은 분명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윤재승 전 회장이 복귀와 관련해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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