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두 가지 판결이 나오면서 ‘닮은 듯 다른’ 메디톡스 사태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은 제품 성분을 조작한 허위 서류를 제출해 품목 허가받은 혐의를 받았는데, 법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은 정당하지만 성분을 조작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은 무죄라 판단했다. 메디톡스의 운명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 내다봤다.
#인보사 서류 조작해 허가 받은 임원진, 왜 무죄 받았나
앞서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인보사 사태 관련 1심 재판이 연달아 열렸다. 우선 오전에는 인보사를 허가받기 위해 실험 결과를 조작해 문서를 제출한 혐의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김 아무개 바이오신약연구소장과 조 아무개 임상개발팀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인보사 사태는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허가를 받은 인보사의 주요 세포 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이 뒤늦게 밝혀져 2019년 5월 허가가 취소된 사건이다. 특히 바뀐 세포인 ‘신장유래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며 큰 논란이 불거졌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공무집행 방해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누드 마우스(털이 없는 실험용 쥐) 실험 결과를 누락해 식약처에 인보사 종양 원성이 없다고 허위로 보고했다는 공소사실이 인정됐다.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은 2액 세포를 누드 마우스에 주입하는 시험 결과 10마리 중 3마리에서 상피세포 악성종양이 발견됐음에도 식약처에 제출하는 CTD(의약품 국제공통기술문서) 본문에 ‘체내 종양 형성 가능성이 없다’고 기재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인정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들에 무죄를 선고했다. 행정관청인 식약처가 제대로 사실관계를 검증하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부는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선 7명 중 6명의 위원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구성원 3명을 바꾼 2차 회의에서는 결과가 반대로 뒤집어졌다며 식약처에서 충분한 심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이 2액 세포에 TGF-β 유전자 14개가 제 위치에 삽입됐다고 한 점도 허위임이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내용으로 인해 인보사 안전성에 중대한 위해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워 식약처에 보고해야 했을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위계공무집행방해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19일 오후 열린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를 둘러싼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의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식약처 손을 들어줬다. 식약처는 허가 당시와 세포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했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2019년 7월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인보사 주성분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점이 확인됐으므로 품목허가 취소는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인보사의 안전성을 의심할 데이터를 코오롱생명과학은 충분히 알았으나 식약처는 몰랐다”고 했다.
#메디톡스 사태, 인보사 사태와 비슷한 판결 나올까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판결이 나오면서 닮은꼴인 메디톡스 사태도 주목받는다. 2020년 4월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 50·100·150단위는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 조작 △원액 및 제품 역가(효능) 시험 결과 허위 기재 등의 혐의로 지난해 6월 식약처로부터 허가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어 11월에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해외에 수출한 혐의로 메디톡신 전 단위와 ‘코어톡스’가 품목허가 취소됐다. 12월에는 안전성 시험 자료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이노톡스’의 허가 취소 결정도 내려졌다.
현재 메디톡스와 식약처는 판매중지·품목허가취소 처분에 대해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메디톡스 사태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처럼 품목허가취소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올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이번 코오롱생명과학 사례를 볼 때 허위자료 제출로 인한 허가취소는 적어도 의약품에서는 관용 없다는 취지가 행정과 사법 모두에서 인정됐다고 보면 될 듯하다. 식약처 과실은 형사 사건에서만 쟁점이다. 자료가 잘못 제출된 점이 분명히 확인되면 식약처 능력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허가취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메디톡스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주고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메디톡신 50·100·150단위, 메디톡신과 코어톡스, 이노톡스에 대한 식약처의 판매중지·품목허가취소 처분에 메디톡스가 신청한 집행정지가 모두 인용되며 판매가 재개됐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만약 인체에 위험이 될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집행정지 인용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보사 사태와 다른 부분”이라며 “허가 신청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중시하면 허가취소를, 의약품이 나쁘지 않으니 굳이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를 설명하면 취소까지는 가지 않을 듯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표 및 실무자의 처벌 여부도 주목받는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와 공장장은 무허가 원액 사용, 허가서류 조작 등을 이유로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다. 코오롱생명과학 실무진에 대해서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무죄 결론이 났고, 이우석 대표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단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두고는 이번 코오롱생명과학 사례처럼 식약처 과실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 공익 제보자의 신고대리인 구영신 법무법인 제현 변호사는 “인보사 허가를 담당했던 식약처 공무원들은 인보사 핵심 성분에서 연골세포 특징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나왔다. 반면 메디톡신은 허가 이후 판매를 위한 국가출하승인과정에서 허가 자료를 제출했고 식약처는 서류 심사만 하게 돼 있는 관계로 진실성 여부를 심사하기가 어려웠다”며 “인보사와 메디톡스 사건의 가장 큰 차이는 증인 및 조작 서류 등 직접 증거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형사사건도 유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약사법 등 여러 범죄 혐의가 있어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보사 사태와 메디톡스 사태는 관련 재판 이후 피해자들이 대응하는 모습에서도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인보사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을 손해배상소송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표했다. 인보사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엄태섭 변호사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이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행위는 인정됐으므로 민사에 있어 불법행위는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메디톡스 사태의 구체적인 피해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로 보톡스는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활용됐기 때문에 피해가 작고 부작용이 발생했다 해도 이미 부작용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만 주주들이 각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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