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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최대 90% 반영' 고분양가 심사 개선안에 업계, 무주택자 대립

주택·건설업계 "민간 주택 공급 확대 기대" vs 무주택자 "옵션 포함하면 시세 100%, 분양가 상승 우려"

2021.02.19(Fri) 15:03:36

[비즈한국]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내놓은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두고 주택·건설업계와 무주택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확대되기 전까지 사실상 유일한 분양가 규제 수단이었던 이 제도에 인근 시세를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주택·건설업계는 수익성 개선에 따른 공급 확대를 기대하는 반면, 무주택자는 시세 반영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고객들이 분양 상담을 받는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HUG 고분양가 심사, 주택 선분양 필수관문

 

주택분양보증은 집을 분양받은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건설사 등 사업 주체가 파산 등으로 분양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주택분양보증을 선 기관은 직접 주택을 분양하거나 계약금·중도금을 수분양자에게 반환해 준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주체가 3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하려면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법정 분양보증기관은 HUG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보험회사’이지만, 국토부는 지금까지 일선 보험회사를 분양보증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주택분양보증은 HUG 독점사업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18일 변경된 HUG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고분양가 심사에서 제외.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HUG는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주택분양보증을 설 때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한다. 주택 입주 시점의 주택 시세가 분양가에 미치지 못해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발생한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다. 고분양가 사업장을 차단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런 역할은 지난해 확대시행된 분상제에 일임했다. 분상제 시행 지역은 HUG 고분양가 심사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재 분상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경기 3개시(광명, 하남, 과천) 13개동 등 총 322개동이다.

 

#‘깜깜이심사’, ‘가격통제’ 논란에 심사제도 개선

 

HUG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22일부터 전면 개선한다고 9일 밝혔다.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해 민간 사업자의 주택 공급 유인을 저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알 수 없어 심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된 데 따른 조처다. HUG는 △분양가격 산정 기준, △비교사업장 선정 기준, △심사기준 투명성 및 심사 절차 등을 개선키로 했다. 고분양가 심사기준이 변경된 것은 2019년 6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가장 큰 변화는 시세 반영이다. HUG는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인정 비율(85~90%)을 상한으로 고려해 분양가 등락에 따른 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HUG 고분양가 심사대상 사업장은 인근에 1년 내 분양한 사업장의 분양가를 넘어설 수 없었다. 인근에 1년을 초과해 분양한 아파트만 있으면 해당 아파트 분양가 105%까지만 분양가를 쳐줬다. 분양이 빈번한 지역은 분양가가 고착하는 반면, 분양이 드문 지역은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비교사업장 선정기준도 개선됐다. 앞으로 고분양가 심사대상의 비교사업장은 입지·단지특성·사업안전성을 각각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합산 점수가 심사대상과 가장 유사한 두 곳을 선정한다. 단지특성은 규모 75점, 건폐율 25점, 사업안전성은 HUG 신용평가등급 75점, 시공능력평가순위 25점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가장 유사한 아파트는 준공 전과 후로 나눠 각각 한 곳씩 선정한다. 그간 비교사업장은 입지·단지규모·브랜드를 3단계로 구분해 평가했다.

 

이밖에 HUG는 기존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던 심사기준을 공개 원칙으로 전환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존 영업점별로 실시하던 심사를 본사로 일원화해 심사방식의 차이를 줄이기로 했다.

 

이재광 HUG 사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HUG 분양보증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라며 “분양가가 시세에 크게 미치지 못한 지역의 경우 적절한 공급 유인으로, 민간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시세 반영 결정에, 업계 ‘주택 공급 활성화 기대’ vs 무주택자 ‘분양가 상승 우려’

 

주택·건설업계는 사업성 개선에 따른 주택 공급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4일 보도자료에서 “HUG가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과도하게 인하하도록 강제해 지난 3년간 수도권에서만 아파트 20만 호 이상이 사업 중지되거나 분양 보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에서는 시세 60~70%까지 분양가 인하를 강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양보증을 거부해 왔다”며 “HUG와 분상제의 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절히 개선하면 공급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도 “HUG 고분양가 심사 시 객관성과 투명성, 시세반영률을 각각 높여달라고 업계는 요구해 왔다. 22일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살펴봐야겠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분양가가 일정 수준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사업성을 우려해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이 많았는데 사업성 개선으로 주택사업 추진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업 예측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데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2019년 재건축 철거를 앞둔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모습. 이 단지는 지난해 말 분상제 심사 결과 아파트 일반분양 가격이 3.3㎡당 평균 5668만 원으로 결정됐다. HUG가 제시한 분상제 미적용시 심사 금액 4891만 원보다 777만 원(15.9%) 높다. 사진=최준필 기자

 

반면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간 오른 주택 시세를 분양가에 반영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개선안 발표 하루 뒤인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규탄하는 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시세의 90%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청약을 기다리는 많은 서민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박탈하는 방안”이라며 “분양가를 시세의 90%까지 반영하면 (수분양자가) 옵션비를 포함해 시세 100%로 분양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에는 18일 현재 5300여 명이 동의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9일부터 18일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관련 온라인민원 30여 건이 접수됐다.

 

무주택자로 구성된 임의단체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은 18일 청와대에서 앞에서 집값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변창흠 국토부장관 해임, △HUG 심사 분양가를 시세 90%까지 허용한 결정 철회, △분양가상한제 전국적 시행,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HUG 분양가 심사기준을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상향 가능하도록 조정하는 것은 ‘분양이라도 받아보자’는 무주택 국민의 한가닥 희망마저 철저히 짓밟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UG는 ‘시세 85~90%’가 분양가 상한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HUG 분양보증심사팀 관계자는 “시세 85~90%는 실제 분양가에 반영하는 비율이 아닌 상한선”이라며 “분양사업장 한 곳과 준공사업장 한 곳을 살펴 분양가를 산정하되 시세의 85~95%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아 추후 수분양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도 입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개선안 발표 이후 청약 대기자 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데, ​ 22일부터 개정된 규정을 적용받는 사업장이 등장하면, 국민들이 우려한 부분도 해소될 거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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