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7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1000억 원 넘는 금액에 대한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법원은 ‘지위를 이용한 증거 인멸 우려’, ‘범죄의 규모 및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의 이유로 최신원 회장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최신원 회장의 구속으로 SK네트웍스의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신원 회장은 SKC와 SK텔레시스, SK네트웍스 등에 몸담으며 거액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2018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흐름을 발견했고, 이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SK네트웍스 서울사무소, SKC 본사와 사무소, 최신원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SK텔레시스 등의 임직원들을 조사하며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처음 확인된 ‘수상한 자금’은 200억 원가량이었는데, 수사 과정에서 최신원 회장이 횡령하고 회사에 피해를 입힌 금액이 1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신원 회장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SK텔레시스 회삿돈 155억 원 가량을 개인 회사에 무담보로 빌려주고 회수하지 않은 것과 SK네트웍스가 발행한 거액의 수표가 최신원 회장 개인 계좌로 넘어간 정황도 파악했다. 뿐만 아니라 SK네트웍스의 회삿돈이 해외에서 개인 비자금으로 만들어진 과정도 파악됐다.
이에 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최신원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있다”며 “범죄의 규모 및 관련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의 구속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 구속과 관련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어려운 시기에 이 같은 상황을 맡게 되어 당혹스럽다. 이사회 및 사장을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신원 회장은 최종건 선경그룹(SK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1952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1976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선경인더스트리에 입사했다. 최종건 창업주의 장남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2000년 50세로 사망하며 최신원 회장이 SK그룹 오너 일가의 맏형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동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사촌동생들이다.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1남 3녀를 두고 있으며 아들 최영근 씨가 SK디앤디에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아들 최성환 씨가 SK네트웍스에서 사업총괄로 근무 중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1남 1녀를 두고 있지만 SK그룹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최태원 회장은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첫째 최윤정 씨는 SK바이오팜 선임매니저, 둘째 최민정 씨는 SK하이닉스 대리, 셋째 최인근 씨는 최근 SK E&S에 수시채용 전형으로 입사했다.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2남 1녀를 두고 있다.
최종건 창업주가 1973년 4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해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그룹을 이끌었고, 1998년 최종현 전 회장이 사망한 후 그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 때 경영권 문제로 최신원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불화가 있었지만 현재는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원 회장은 선경인더스트리에 입사 후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1996년 SK유통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00년 SKC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2015년 경영 악화와 실적 부진으로 사임했다. 1년 후 SK네트웍스 회장직을 맡게 됐다.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이끌며 미래사업 동력을 렌털사업으로 생각해 SK매직, SK렌터카를 통해 생활가전과 자동차 렌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 인수한 SK매직은 지난해 매출 1조 246억 원, 영업이익 818억 원을 달성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SK렌터카도 지난해 1조 8502억 원의 매출, 218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SK네트웍스의 든든한 두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신원 회장이 이번 비자금 문제로 구속되며 렌트 사업에 제동이 걸릴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69세의 최신원 회장이 이번 비자금 문제로 구속‧재판 등을 진행하고 특정경제범죄처벌법에 따라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5년간 취업을 할 수 없어 사실상 경영에 복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최신원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를 이끌어 렌트 사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성환 사업총괄은 2019년 3월 SK매직 기타비상무이사, 2020년 3월에는 SK렌터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마찬가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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