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진단키트 업체들이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게 백신을 맞은 후 실제 몸에 항체가 얼마나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중화항체 진단키트’다. 공항이나 병원 등에서 면역력이 일정 정도 형성된 사람을 판단하는 용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중화항체 진단키트의 상용화 시점에 관심이 쏠리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회 접종 백신 중간 효과 확인에 필요…백신 접종 시작된 해외부터 공급
코로나19 진단은 분자진단과 면역진단으로 나뉜다. 분자진단은 혈액과 침 등 검체에서 유전자를 증폭해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민감도가 높지만 유전자를 증폭할 PCR 장비가 필요하고 곧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다. 면역진단은 인체의 면역반응을 활용하는 방식인데, 다시 검체에서 단백질을 검출하는 항원 검사와 혈액에서 항체를 감지하는 항체 검사로 나뉜다. 기존의 항체 진단키트를 통해 감염 여부 정도를 알 수 있다면,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수많은 항체 중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몸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확인한다.
현재 중화항체 진단키트 개발을 선언한 업체는 수젠텍·바디텍메드·프로탄바이오 등 기존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든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이 상당수다. 중화항체 진단키트를 향한 업계의 기대감은 예사롭지 않다. 바디텍메드 관계자는 “백신 여권이 도입된다고 해도 백신 예방 효과가 100%가 아니다. 공항에서 중화항체 진단키트가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키트를 이용해 이 사람의 전파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면, 추후 관광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입국자들의 격리 기간을 단축할 여지가 있다. 병원에서도 환자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두 번 접종하도록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과정에서 접종자에게 면역력이 생겼는지를 중간 확인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리라 예상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8~12주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해야 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도 2회 접종이 원칙이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접종 횟수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백신 개발업체들은 예방효과 강화용 접종인 ‘부스터 샷’ 개발에 나섰다.
일단 이들 업체의 1차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수젠텍은 유럽 판매를 위한 CE 인증을, 바디텍메드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수출 허가와 CE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획득해도 해외에 기기를 공급하려면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로탄바이오는 미국 CRO(임상시험수탁기관)를 통해 해외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중화항체 진단키트 시험 대상에 백신 접종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지침은 없었지만, “백신 효과를 확인하는 데 키트가 쓰인다면 임상시험도 백신 접종자로 진행해야 정확하다”는 게 프로탄바이오 입장이다.
업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긴급사용승인은 FDA가 공중보건 비상사태에서 임상시험을 생략하고 사용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11월 바디텍메드는 미국에서 중화항체 진단키트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수젠텍은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탄바이오 역시 FDA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국내 업체가 만든 중화항체 진단키트 상용화가 이르면 이번 달 말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긴급사용승인 안 되고 허가 가이드라인도 미정
반면 국내에선 중화항체 진단키트가 판매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에 중화항체 진단키트 허가 신청을 한 업체 건수는 알려줄 수 없으나 정식 허가받은 업체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긴급사용승인 대상이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4월부터 확진용 유전자진단(PCR)키트에 대해서 긴급사용승인을 내주는 특례제도를 운용했는데 이마저도 지난 4일 종료됐다. 비슷한 제품이 이미 많이 나왔다는 이유다.
수출 허가를 받고 외국에서 판매를 진행하더라도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정식 허가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한다. 그러나 식약처와 업계에 따르면 수출허가보다 정식허가 시 임상시험에 필요한 검체 수 등 과정이 훨씬 까다롭다. 다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FDA에서 승인을 받으면 한국에서도 쓸 수 있게 해주지 않겠냐”는 반론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도 애매하다. EU·FDA와 달리 아직 중화항체 진단키트와 관련한 식약처 허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자만 중화항체가 생성되는 건 아니기에 백신 접종자로만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코로나19 감염자들의 검체로도 연구 가능하다. 다만 몇 개의 검체를 사용해야 하는지부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려면 얼마만큼의 수치가 필요한지 등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굳이 지금 시험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국내에선 해외보다 상용화가 6개월 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화항체 진단키트가 상용화되면 이들 키트의 옥석은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바디텍메드 관계자는 “진단키트에 대한 기대감이 코로나 사태 초반과는 다르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기대감이 형성돼 주가가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키트 민감도와 특이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좌우하게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수젠텍 관계자는 “관건은 중화항체 진단키트에 대한 국내외 보건당국 정책이다. 어느 국가의 시장이 빨리 커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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