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는 코로나19 변수로 기업들의 실적 변화가 어느 때보다 컸다. 업종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갈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은 휘청하고, 반사이익을 본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누렸다. 비즈한국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2021년 1월 16일 기준)의 2020년 실적을 분석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2020년 실적 공개를 한 기업은 총 43개다. 17개 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26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늘었고, 그중 7개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2020년 기업 경영 상황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던 한 해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매출은 역성장했지만 이익 면에서의 결과는 다르다. 기업이 보수적인 경영을 하고, 일부 산업군은 언택트 수혜를 보면서 전체적인 영업이익은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정유·철강·자동차·조선, 코로나19 직격타에 휘청
정유업계는 암울한 한 해를 견뎠다.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며 항공유 판매가 대폭 감소했고, 국제 유가가 하락해 손실은 더욱 커졌다.
대표적인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적자 규모는 3조 원이 넘었다. 2020년 SK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은 34조 1645억 원, 영업손실은 2조 5688억 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7% 감소했다. 에쓰오일도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 87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매출액은 16조 82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철강·자동차·조선 등의 제조업도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액 57조 7928억 원, 영업이익은 2조 403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10.2%, 37.9%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철강 후방산업이 침체되고,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급등해 부진을 겪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6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의 일부 생산설비를 멈추며 창사 이래 첫 유급휴업을 시행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 7813억 원으로 전년보다 22.9% 감소했다. 매출액은 103조9976억 원으로 1.7% 줄었다. 현대차는 내수 시장은 신차 효과 등으로 판매가 증가했으나 그 외 지역은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수요 급락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수 시장은 나은 편이지만 글로벌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철강 산업은 자동차업계와 연결돼 수요가 줄 수밖에 없고 일반 철강도 해외시장 침체로 부진을 겪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폭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반사이익에 역대급 실적…성과급 파티, 연봉 인상 이어져
코로나19 덕에 깜짝 실적을 기록한 기업들도 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집콕’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산업이 매출 증진 효과를 봤다.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기업 중 하나는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 3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0년 영업이익은 3조 19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1% 증가했고, 매출액도 63조 2620억 원으로 1.5% 늘었다.
‘집콕’ 트렌드가 이어지며 공간 인테리어 가전이나 대형 프리미엄 TV, IT 기기 등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특히 생활가전(H&A) 사업본부는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의 신가전제품 판매가 늘었고. 렌탈 사업 매출이 확대됐다. 생활가전 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22조 2691억 원, 영업이익은 2조 3526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 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본부 임직원에게 75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게임업계도 특수를 누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2조 4162억 원, 영업이익 8248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넥슨은 게임업계 최초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했고, 넷마블도 연매출 2조 4848억 원으로 연간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게임업계 호황에 넥슨과 넷마블은 모두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일괄 인상해 관심을 끌었다.
모바일 사용 시간이 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의 플랫폼 서비스도 수혜를 입었다. 네이버의 매출액은 5조 3041억 원, 영업이익은 1조 2153억 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카카오도 지난해 매출액 4조 1567억 원, 영업이익 456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5%, 121%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집콕으로 인해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며 창립 이래 처음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매출액은 24조 2457억 원, 영업이익은 1조 3596억 원이다. 전년보다 각각 8.5%, 51.6% 늘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로 위생용품 수요가 증가해 매출 호조를 누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4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3.1%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NB라텍스의 수요가 급증하며 영업이익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NB라텍스는 외과용 위생 장갑으로도 불리는 니트릴 장갑의 주원료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도 타이어 및 위생용품 등 주요 제품의 수요 호조가 지속돼 긍정적 실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언택트 문화가 지난해에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면 올해는 일상적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수혜를 봤던 업종은 올해도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 상황이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였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3%대 상승할 거라 본다”며 “지난해 침체기를 겪은 자동차·조선 등의 업종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반도체 수요 등으로 호황을 누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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