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 막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계는 매번 선거 때마다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을 포함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상황. 이곳 주민들은 “공약만 남발되는 상황에 지친다. 선입주·후교통 정책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이 사업의 예타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은평뉴타운, 고양시 삼송·원흥·지축 지구 등이 포함된 수도권 서북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거주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교통사업도 제시되는 중인데 서울시가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도 그중 하나다. 이 사업은 서울 용산역에서 은평구를 거쳐 고양시 삼송에 이르는 수도권 간선 급행철도 망 구축 사업이다. 구간 거리는 약 18.4km다. 2016년 국토교통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신규 사업으로 반영됐고, 2018년 예타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현재 기획재정부 예타 조사에서 수 년 째 정차 중이다. 기재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2019년 5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의 예타 조사 중간점검 결과 “사업경제성(B/C)가 극히 낮게 분석돼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고 밝히면서부터다. KDI는 통일로 교통량이 파주·일산·삼성·동탄을 잇는 GTX-A 노선으로 대부분 전환돼 신분당선 노선 신설에 따른 추가 교통량 감소 효과가 거의 없어 경제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경제성을 올리는 방안으로 예타 조사 신청을 수정·보완해 기재부에 다시 제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 경전철 사업인 위례·신사선 수요 반영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요금 현실화 △고양시 창릉 신도시 수요 반영 등을 기재부에 새롭게 요청했다.
이와 함께 정치계는 국토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이 사업을 다시 포함하려 하고 있다. 한준호(경기 고양시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즈한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신분당선 연장사업을 포함해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진행되지 않은 사업들이 꽤 있다. 그중 4차 계획에 담기지 못하는 사업은 무산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3차 계획에서 예타 조사까지 진행했던 이 사업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4차 계획에도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어 “삼송·지축 지구는 고양시로든 서울시로든 모두 큰 도로 없이 막혀있다. 수도권 이전계획으로 인구는 늘고 있는데 교통수단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두 지역 모두와 가까워 이 지구를 선택한 시민들이 출퇴근 교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을 통해 최소한 강북에서 강남까지 출·퇴근길을 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 대한 수요는 너무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정치계 공약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범시민추진위원회(범추위)는 “신분당선 공약으로 정치계 인사들이 10년을 채울 모양이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시장 후보들이 또 이 카드를 선거용 공약으로만 사용할까 우려된다. 여야 유력 후보들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연내 통과시키든지, 아니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결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영 삼송지구 공동주택 입주자연합회 회장은 “예비타당성 조사 운용지침 제20조에 따르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수도권 서북부 지역은 서울시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도 남부권과 비교했을 때 대중교통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어렵다면 수도권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이 사업을 면제 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추위 관계자는 “이 사업은 지역구 의원 한 명만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 한준호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서울 은평구을)·이낙연(서울 종로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경기 고양시갑) 정의당 의원도 이 사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역구 의원 시절 이 사업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들이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이 사업을 예타 면제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예타 면제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은 한 가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분당선 서부북부 연장 사업은 사업비로 총 1조 6000억 원가량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동안 총 113개 사업의 예타 조사를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규모는 95조 4281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으면 사업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준호 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 예타 면제 필요성은 검토할만한 부분이라고 본다. 다만 6개 지역구가 관련돼 있다 보니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갈수록 늘고 있는 예타 면제 사업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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