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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 6] 박석신-회화로 풀어낸 유쾌한 스토리

2021.02.16(Tue) 16:08:21

[비즈한국] 당연하게 여겨왔던 평범한 일상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 소소함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초심은 평범하지만 솔직함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미술의 중심으로 보듬는 일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름다움을 주는 미술의 구축이 그것이다. 처음의 생각을 더 새롭고 확고하게 펼치기 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바다를 빌려와 집을 지어 마을이 되었다 산에서 얻어온 샘물은 눈물이 되었다: 62×45cm 한지에 혼합재료 2019

 

회화에서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방식에는 서술적 표현과 시적 표현이 있다. 서술적 표현은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등장한다. 즉 소설 같은 표현 방법이다. 회화에서는 신화나 종교적 이야기 혹은 왕이나 귀족의 역사적 업적,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의 이야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술적 표현은 내용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기록적인 성격도 띠고 있다. 근현대에 이르러 서술적 표현 방식은 힘을 잃었다. 그러나 표현 방식의 다양화로 새로운 서술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시적 표현에는 이야기로 엮을 만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의미가 풍부하다.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적 표현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하는 예술 분야는 음악이다. 음악은 구체적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독특한 경험이나 추억과 연결되는 음악인 경우 구체적 이미지나 사건까지 떠올릴 수 있다.

 

load-2016: 48×37cm 한지에 혼합재료 2016



신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 인간의 두려움과 방황을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안개 속의 풍경’(1996년 국내 개봉)에서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가는 어린 남매의 고난스런 여정으로 그렸다. 이 영화에는 서정적 선율의 ‘아다지오’가 유명하다. 오보에로 연주되는 이 음악은 정말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몽롱함을 준다. 안개로 상징되는 불투명한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 오보에 음색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서 오보에 선율은 영화의 내용을 말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은 이 음악 덕분에 감독의 심중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오보에 선율이 심어준 이미지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게 시적 표현의 강점이다. 그래서 한 장면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회화가 시적 표현 방식을 즐겨 쓰는 이유다.

 

시적 표현이 훨씬 우세한 현대 회화에서 박석신은 서술적 표현방식으로 성공적 행보를 보여주는 작가다. 그는 만화적 표현 어법인 조각 그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유쾌한 서술 회화를 보여준다. 

 

그가 회화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스토리가 뚜렷한 것도 있지만 순간의 인상을 여러 컷으로 연결하여 커다란 이야기로 구성하기도 한다. 분명한 스토리인 경우 판소리나 전통 소설의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장면 위주로 하나의 스토리로 각색한 조각 그림들이다.

 

한 그릇 가득 퍼놓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 45×45cm 한지에 혼합재료 2019


 

순간의 인상을 시적 표현으로 담아 연결한 스토리 회화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오는 경우다. 일종의 기행문 같은 여행의 인상들을 연결한 그림들이다. 

 

가로 세로 10센티미터 정도의 조각 그림을 50여 컷에서 100여 컷으로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는 그의 연출력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박석신의 스토리 회화는 대중적 선호도가 높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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