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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임 이후 달라진 리더십

각종 현안에 직접 언론 상대 발표하고 내부 출신이 맡던 '부행장'도 외부 인사에 맡겨

2021.02.15(Mon) 11:01:45

[비즈한국] 지난해 9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6년 만에 산업은행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이후 복잡해진 산업은행 상황에 회장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정부의 신뢰를 방증한다는 게 금융권 평이다. 이동걸 회장도 ‘달라진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현안에 직접 얼굴을 비추며 챙기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매각 관련 현안에 조금 더 주도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산업은행 내부 분위기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이동걸 회장 2기가 시작되면서 장악력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특히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산업은행 출신’이 담당하던 인사 관련 업무를 외부 출신 인사가 장악하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연임 이후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내부에서는 인사와 관련해서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이종현 기자

 

#커진 존재감

 

지난 2017년 9월 11일 취임해 임기를 3년 채운 이동걸 회장. 연임을 앞두고 차기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이 딱히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그에 대한 정부의 신뢰는 단단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국GM·금호타이어·STX조선해양·동부제철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었고,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금융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평이 나왔다. 

 

그리고 이 회장은 26년 만에 산업은행 회장으로는 네 번째로 연임에 성공했다. 1954년 산업은행 설립 후 지금까지 구용서 초대 총재와 김원기(15∼17대), 이형구(25∼26대) 전 총재 등 3명만 연임한 자리였다.

 

더욱 커진 존재감은 각종 현안 때마다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그동안에도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언론에 얼굴을 비추는 것을 꺼리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주요 구조조정 현안에 대한 진행 경과 등만 발표하는 선에서 기자 간담회를 끝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회장 2기에 들어서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임에 성공한 지난해 9월 11일 언론 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16일 진행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빅딜도 직접 발표했다. 또 3일 뒤 열린 19일 간담회에서는 구조조정 경과와 거래 구조 등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성과가 없으면 조 회장 지분을 강제 처분해 퇴출시키겠다”고 발언하는 등 채권단으로서 산업은행의 역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빅딜이라는 굵직한 현안이 있다지만 이 회장이 1기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자신감이 생긴 게 주효했다는 게 내부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성격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은행이라고 하는 안정적이면서도 보수적으로 수익성을 관리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역할은 안에서 업무를 담당해보지 않으면 다소 생소한 부분이 있다”며 “아마 그런 부분에 대한 파악이 끝났고, 또 1기 때부터 담당했던 현안에 대한 높은 이해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내부에선 불만도 ‘솔솔’

 

하지만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작은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바로 ‘인사’ 문제다.

 

통상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인사 담당 부행장 자리만큼은 산업은행 출신이 담당했다. 일반적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이나 금융권에서 입김이 작용해 회장이 선임되더라도 내부 인사만큼은 산업은행 출신 부행장이 주도해 ‘조직 안정감’을 도모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런 ‘암묵적 룰’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이 회장이 지난 12월 말 인사에서 인사 담당 부행장에 외부 출신인 박선경 준법감시인을 임명한 것. 박선경 부행장은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했지만 2000년에 씨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금융부문을 담당하다가 지난 2019년에 산업은행 준법감시인으로 돌아왔다. 오래전 산업은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인물에게 산업은행 인사를 맡긴 것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1기 때는 보통 앞서의 회장들처럼 큰 틀에서 결정과 정부 소통을 담당했다지만 2기에 들어서면서 현안은 물론 인사까지 완전 장악을 하려는 듯하다”며 “실제 올해 1월 진행된 인사가 과거와 달라진 흐름이 보여 내부에서 불안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박 부행장 선임 이후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동걸 회장의 이 같은 인사 장악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과거에 비해 능력 중심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는 평도 나온다.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그래도 안에서 열심히 잘하면 거기까지는 갈 수 있다’는 자리 중 하나가 인사 등 산업은행 내부 전반을 책임지는 부행장이 되는 것이었는데, 그 자리마저도 외부에 넘어갔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도 분명 있다”며 “아무래도 앞으로 3년(2기)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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