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스마트폰 세계 최다 판매사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둘러싼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아시아·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는 등 중저가 제품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국 오포·비보 등 업체들이 빠르게 제품 라인업을 늘리며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모습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33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하며 시장 점유율이 8%로 쪼그라들었다. 화웨이는 애플·삼성의 뒤를 바짝 뒤쫓았으나, 이제는 중국의 샤오미·오포·비보에도 밀렸다.
스마트폰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화웨이의 판매 부진 원인을 ‘미국 제재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의 부품과 소프트웨어 접근을 차단했다. 대만의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의 반도체 공급도 끊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쓸 수 없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궁지에 몰린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했고, 플래그십 브랜드 ‘P’·‘메이트’까지 매각을 검토 중이다. 화웨이가 중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화웨이가 만든 통신장비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한다. 자국을 보호하겠다”고 밝혀 미국의 제재 압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의 빈자리를 둘러싼 스마트폰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오포·비보·샤오미가 분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CI는 올해 1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가 5주 연속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1월 마지막 주 시장점유율은 오포가 21.3%였고, 비보(19.9%)가 2위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15.6%로 3위, 샤오미는 15.4%로 4위, 애플은 14.6%로 5위였다. 오포·비보는 중국 BBK그룹 계열사로 리얼미·원플러스 등 브랜드까지 합하면 사실상 중국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한다. 화웨이의 위치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샤오미의 선전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는 샤오미(12%)로 애플(23%)·삼성전자(17%)를 뒤쫓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성장하며 화웨이의 공백을 메꾸고 있다. 샤오미는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세계 2위 시장으로 도약한 중국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화웨이가 주춤했지만 샤오미와 오포·비보 등이 분전하며 중국 브랜드의 인도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중국 경제 연구기관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보조금을 순서대로 지급하며 시장 전체를 키웠고, 그에 걸맞은 업체들을 육성했다”며 “다만 화웨이가 미국의 공격을 받기 시작해 전략적으로 (화웨이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다른 업체에 몰아줘 육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국방부가 샤오미 등 중국 기업 9곳이 중국군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추가 제재를 예고해 샤오미·오포·비보 등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중의 외교·안보적 긴장이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 변동을 불러온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중저가 시장 공략에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 27만 5000원의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12를 출시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중에 20만 원대 5G 스마트폰 갤럭시A22를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갤럭시A 시리즈를 앞세워 화웨이의 빈자리를 공략했으나, 샤오미·오포·비보 등에 밀려 큰 힘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5G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해 신흥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최근 중저가 제품이어도 카메라 성능을 중시하는 트렌트에 맞춰 4800만 화소 등 쿼드 카메라를 장착하고, 5000mAh의 대용량 배터리도 실었다. 특히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등 중저가 시장의 구조조정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3사(샤오미·오포·비보)의 공세가 강하지만 삼성전자가 화웨이 부진의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크다”며 “올해는 2020년보다 많은 3억 대 정도를 출하할 전망이며, S 시리즈보다는 중저가 모델인 A 시리즈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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