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IT 대기업에 다니는 A 씨는 얼마 전 밤을 꼴딱 새웠다. 최근 국내에 상륙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앱 ‘클럽하우스’ 때문이다. A 씨는 “클럽하우스를 회사 서비스와 녹여볼 측면을 찾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와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업계에 유명한 사람이 이미 꽤 있었는데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건너서 아는 업계 사람도 있어 인맥 관리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계속 앱을 켜놓게 된다. 얼마 전에는 새벽에 토스 재직자들이 본인 회사를 소개하는 방도 열렸다”고 했다.
원격진료 앱 ‘닥터나우’를 운영하는 장지호 대표도 7일 개설된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함께 이야기해요’ 방에서 ‘스피커’로 앱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IT 기업 마케팅전략팀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앱 초대를 받은 장 대표는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대표가 클럽하우스 채팅방을 개설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주저 없이 채팅방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코로나19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없어져 고민하던 찰나에, 디지털 치료제와 비대면 진료 등 의료계 전반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뜬 클럽하우스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IT 업계 종사자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더니 최근에는 대학생 등 비(非)IT 인들도 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모임처럼 정기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정해두는 방도 생겼다. 코로나 시대에 구글밋과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모이던 이들도 클럽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만 흐름을 놓치는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 탓에 클럽하우스 국내 이용자는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당 앱이 ‘넥스트 소셜미디어’가 될지를 두고는 부정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소외감에 클럽하우스 초대권까지 중고 플랫폼으로 산다…클럽하우스 인기 비결
클럽하우스는 구글 전 직원 로언 세스와 투자자 폴 데이비슨이 지난해 만든 소셜미디어다. 초기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자와 투자자를 중심으로 앱이 이용되다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유명인사가 등장하며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실시간 음성으로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용자는 크게 채팅방 개설자(사회자)와 청중 두 부류로 나뉜다. 청중이 ‘손들기’를 통해 말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고 개설자가 청중에게 발언권을 주면 곧바로 소통이 가능하다. 끝까지 청중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는 2주.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탑 공매도’를 주제로 클럽하우스에서 발언하며 국내에서도 해당 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이 앱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토스 대표 등 스타트업계 대표 인물부터 레인보우 지숙 등 연예인들도 앱을 사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강점으로 꼽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앞서의 A 씨는 “오프라인 강연이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는 그들과 ‘남’ 같았다면, 여기서는 ‘지인’이 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용자들이 말하는 클럽하우스의 또 다른 장점은 ‘네트워킹’이다. 클럽하우스 첫 가입 시 선택한 관심 분야에 따라 채팅방이 추천되는데,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과 여러 방에서 중복해 만나는 경우가 많아 친해질 기회가 생긴다는 것. 장지호 대표는 “오프라인 네트워킹 기회가 현저히 적어졌다. 채팅방에 아는 사람이 많더라도 지인의 지인 식으로 인맥을 쌓을 방법”이라며 “본인이 하기 나름이겠지만 프로필에 인스타그램과 링크드인 주소 등을 연결해놓을 수 있어 실제 오프라인 인맥으로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클럽하우스 내에서 팔로우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미디어를 빨리 써보려는 IT와 스타트업계 종사자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학생과 비IT업계 종사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창업가들이 투자회사 관계자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투자자들은 회사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클럽하우스를 통해 구인·구직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이직 상담을 진행하는 방도 있다. 해당 방에서는 발언권을 얻은 청중들이 고민을 털어놓았고, 고민 토로가 끝나면 사회자는 “잠시만요”를 외치더니 관련 분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상담을 진행했다. 이 방은 마치 일정 시간대에 편성된 방송 프로그램처럼 매주 화요일 오후 정기적으로 열릴 계획이다.
코로나19로 강연과 공연 등 누군가와 오프라인으로 만날 접점을 잃은 이들에게도 만족을 가져다준다. 불특정 다수에게 본인을 알리고 본인의 콘텐츠를 팔 수 있다. 즉 연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창구가 될 수도 있다. 가수 호란이 개설한 ‘lullaby(자장가)’ 방에서는 호란이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고 이용자들이 떼창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콘텐츠를 접할 발길이 끊긴 이용자에게도 스트레스를 풀 기회인 셈이다.
해당 앱은 초대권을 받거나 기존 가입자로부터 승낙을 받아야만 앱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별해진 것 같은 느낌도 선사한다. 지인들끼리 대화방을 개설할 수도 있다. 포모 증후군은 여기서 발동한다. 앞서의 A 씨는 “지인들이 있다면 앱을 계속 이용할 것 같다. 앱을 사용해야만 소외되지 않던 옛날의 페이스북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소외감은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현재 클럽하우스는 아이폰 운영체계(ios)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용 서비스는 현재 개발 중이다. 중고 아이폰을 사는 사람이 느는 이유다.
#넥스트 소셜 미디어로 자리 잡을지 관심
다만 클럽하우스가 ‘넥스트 소셜미디어’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강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7일 채팅방을 개설한 최윤섭 대표는 “청중의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웠다. 유일한 지표는 방에 들어온 사람 수의 증감인데 이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클럽하우스 이용자에 따르면 앱 우측 하단의 마이크 버튼을 껐다 켰다 반복하는 게 이용자들이 지어낸 유일한 피드백 방법이다. 연사들의 ‘본능’에 부합하는 느낌을 줄 수 있을지 의문점이 찍히는 지점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와 달리 유명인사와 일대일로 소통한다는 앱의 매력적인 요소를 끌고 나가면 낫겠지만 문제는 이 연사들이 언제까지 앱에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청중이 많아질수록 말 한마디에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지 2주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초반과 다르게 사회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하루하루 다르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청중들만 남는다면 대화는 더욱 더디고 지루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VC 업계 관계자는 “클럽하우스가 넥스트 소셜미디어로 자리 잡을지 일시적인 유행으로 남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주 긍정적이지는 않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겨서 클럽하우스를 하는 느낌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SNS가 된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긴 오디오 토크쇼 청취’가 코로나 이후에도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유료 모델로 전환할 시 이용자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클럽하우스는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공개 공간’이기도 하지만 아무런 이야기가 녹음되지 않는 ‘폐쇄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혐오나 차별 발언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반유대주의와 흑인 문화’ 등의 채팅방에서 반유대주의적 발언이 오가기도 했다. 대면이 아닌 음성으로만 전달되는 말의 무게는 더 가볍다.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는 게 앱의 암묵적인 규칙이긴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미국 월간지 베니티페어(vanity fair) 한 기자는 “허위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에 대해 경고하기 시작한 다른 플랫폼과는 달리 클럽하우스는 가시적인 면책 조항을 제공하지 않는다. 클럽하우스에서 한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클럽하우스는 듣거나 말하는 데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는 편한 앱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라디오나 음악을 듣듯 밥을 먹거나 운동을 하며 혹은 일을 하며 클럽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정지훈 빅뱅 엔젤스 파트너는 “소셜 미디어는 처음 퍼질 때의 커뮤니티와 일반 대중에 공개된 이후 급격히 커지는 시기의 커뮤니티가 달라지고 성격도 크게 바뀌기 마련이다. 스케일업 이후에도 현재의 분위기와 접근방식이 유효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SNS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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