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생한 ‘배민 라이더스 서버 먹통’ 사태 이후 배달의민족(배민) 보상안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를 이용 중인 일부 업주는 “배민이 정확한 보상 방침을 공개하지 않아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배민 측은 “약관에 의해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충분히 보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저녁 시간대 주문 폭주로 4시간가량 배민라이더스 서비스가 먹통이 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은 25일 “배민이 운영하는 배달 서비스인 배민 라이더스(라이더 기사용 앱)와 B마트(배달형 편의점) 주문이 24일 저녁 6시 38분부터 4시간 동안 장애가 발생했다. 원인을 파악해 정상화했지만, 라이더와 B마트 이용객에게 큰 불편이 생겼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4일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1건 이상 배차를 받은 라이더와 프리랜서 배달원(커넥터)에게 6만 원을 지급했다. 성탄 전야 대목을 놓친 배민 입점 업주에 대해서도 보상했다. 장애 발생 시간 동안 주문 신청을 받았다가 고객이 주문을 취소한 건에 대해 음식 가격 전액을 보상했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 발생 전 주문 건 가운데서도 당시 발생한 시스템 오류의 영향을 받은 입점 업주의 사례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배민 측이 적극적으로 사후 처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동적인 보상 조치로 업주가 직접 챙겨야
서울에서 배민라이더스를 이용 중인 자영업자 A 씨는 지난해 12월 24일 배민라이더스 시스템 장애 발생 전인 18시 23분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장애가 발생한 시점인 18시 56분 고객이 배차 지연을 이유로 취소를 했다. 고객센터는 연결이 안 되지 않았고, A 씨는 이를 1월 23일에 확인한 뒤 민원을 제기해 일주일 만에 주문금액을 보상받았다.
A 씨는 “고객이 배차 지연을 이유로 취소했지만 어쨌든 배달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하는 부분인데 보상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나중에 문제를 확인하고 고객센터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보상을 받지 못했을 것. 현재로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문 건에 대해 고객센터에 전화한 뒤 확인해 보상을 받는 방법뿐이며, 12월 24일 시스템 장애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배민 측에서 먼저 나서서 보상하는 경우는 없다. 배민의 보상 정책 자체가 능동적이지 않고 수동적인 게 문제다. 애초에 정확한 보상에 대한 안내가 있다면 서비스센터에 전화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 씨는 추가 조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모르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할 시간이 없는 입점 업주의 경우 나와 동일한 사례에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배민 측에 좀 더 적극적으로 사과문이나 보상 사례를 게시하길 요구했으나 ‘요구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는 불가하며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기요, 쿠팡이츠 등 다른 배달 플랫폼들도 플랫폼의 책임을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요기요와 쿠팡이츠 모두 약관에 ‘플랫폼의 서비스 오류나 귀책에 따른 보상’과 관련된 부분은 없거나 모호하게 적혀 있는데 반해 판매자(사장님)의 서비스 제공 원칙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하게 분류해 놓았다.
이에 배달 플랫폼 입점 업주들은 자영업자들이 모인 카페 등에서 보상 사례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 한 네이버 카페에서는 ‘보상 사례 공유’라는 제목의 게시글 등을 통해 ‘픽업 지연으로 고객이 재조리 요청 시 보상’, ‘라이더 배달 실수 시 보상’ 등의 사례가 모였다.
#입점 업주들 “묻고 따지지 않으면 보상 못 받아”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약관을 심사해 4개 유형 불공정조항을 시정했다. 이에 따라 배민은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규정을 적용해왔으나 ‘음식점·소비자 귀책사유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민의 고의·과실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수정했다.
배민라이더스와 입점 업주가 맺는 계약에 따르면 ‘업주가 상품을 배송기사에 전달한 이후 회사 및 배송기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배달사고, 음식물의 훼손 등 이에 상응하는 책임은 회사가 부담하며, 만약 원만한 분쟁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해결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입점 업주들은 대략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구체적인 보상 사례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배민라이더스 입점 업주 B 씨는 “서비스 품질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될 때마다 보상 관련 정책을 문의하지만, 배민 측은 악용 사례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때그때 묻고 확인하면서 경험적으로 알 수밖에 없다. 묻고 따지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배민 측은 “약관에 보상 규정을 안내하고 있으며 회사에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보상해드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보상 정책을 입점 업주와 공유하지 않는 건 ‘플랫폼의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 배달 플랫폼의 입장은 굉장히 방어적인 것으로 보인다. 악용 사례는 소수다. 기본적으로 선량한 입점 사업자들에게 불안감 없이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규칙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예방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오히려 분쟁 예방 효과가 있어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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