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엔씨소프트의 인기 모바일게임 ‘리니지M’에서 발생한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 롤백(현재의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거나 망가졌을 때 특정 시점의 데이터로 되돌리는 행위) 사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엔씨소프트가 롤백한 이유를 두고 이른바 ‘헤비 과금러(유료 콘텐츠를 사는 빈도와 액수가 상당히 높은 게임 이용자를 이르는 말)’로 불리는 이용자들이 업데이트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전문가들은 “엔씨의 이번 결정으로 헤비 과금러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는 게임 업계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실적 부문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20년 한 해 동안 2조 416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72%, 63% 증가한 8248억 원과 5866억 원을 기록했다. 엔씨의 실적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2020년 54만 2000원으로 시작한 엔씨의 주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상승세를 유지하며 93만 1000원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3일에는 종가 기준 최초로 100만 원 고지를 넘었다. 엔씨의 주가는 8일 기준 103만 8000원이다.
이 같은 성과는 엔씨의 효자 콘텐츠 리니지M과 리니지2M 형제 덕분이었다. 두 게임은 각각 지난해 8287억 원과 849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 선봉장엔 헤비 과금러들이 있다. 두 게임이 전형적인 P2W(Pay to Win,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에 필요한 혜택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유도하는 게임구조) 구조의 콘텐츠인 까닭이다. 최고의 아이템을 획득하려면 최대 수억 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질(게임 속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것)은 필수다.
문제는 헤비 과금러들이 게임 정책에 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엔씨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M에서 발생한 한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사건의 시작은 게임 내 ‘문양 시스템’이었다. 이용자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추가 효과를 얻어 게임 내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문양 시스템은 헤비 과금러의 전유물이었다. 문양 하나를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양은 6개로 이를 전부 완성하려면 수억 원이 필요하다. 물론 이용자들은 무료로도 문양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유료 콘텐츠를 구매해 문양을 강화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문양을 완성하기도 쉽지 않다.
엔씨는 1월 27일 업데이트를 통해 ‘문양 저장 및 복구’ 기능을 추가했다. 문양 저장 및 복구 기능은 문양을 강화하다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저장해둔 문양 강화 상태로 되돌리는 기능이다. 이 업데이트로 문양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현금이 수천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가 이득을 봤고, 게임에 돈을 쓰지 않았던 이용자까지 현질을 했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그러자 업데이트 이전에 이미 문양을 완성해 놓은 헤비 과금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헤비 과금러들은 엔씨소프트에 문양 저장 및 복구 업데이트 이전으로 롤백을 요구했다. 롤백하지 않으면 무차별 PK(게임에서 다른 이용자를 죽이는 행위)를 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결국 엔씨는 1월 31일 롤백을 결정했다. 엔씨소프트는 공지사항을 통해 “문양 저장 및 복구 기능은 기존 고객과의 형평성을 과하게 해치는 점이 확인돼 많은 용사님께 불편을 끼쳐 드리게 됐다”며 “저장 및 복구 기능을 제거하고, 복구 기능을 사용한 고객들의 문양 관련 정보는 업데이트 이전 시점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구독자 33만 명을 보유 중인 유튜브 ‘만만’ 채널에서는 “엔씨가 예전에는 업데이트하면 끝까지 밀고 나갔다. 누구 말에 휘둘려 이렇게 롤백을 결정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엔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다. 한 번 휘둘리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계속 휘둘리게 된다. 축구에 비유하면 엔씨는 심판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그 심판이 퇴장을 선언한 선수를 다시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엔씨가 이용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엔씨의 롤백 결정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헤비 과금러는 게임사들이 만들어놓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들이다. 이번 사태로 게임사가 이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앞으로 이런 구조는 갈수록 굳어질 것이다. 게임사들은 업데이트 등 모든 점에서 그들의 게임 지배를 용인할 수밖에 없고, 헤비 과금러가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누차 강조하지만 게임은 시간과 돈이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게임사는 무게 추가 자꾸 돈으로 기운다. 이 같은 구조는 게임 수명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게임 산업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의 95.4% 정도는 게임에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출에는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게임 생태계를 유지하고 게임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데 공언을 하고 있다.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게임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게임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4.6%만으로는 게임 세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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