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주하고 있는 가맹택시 모빌리티 업계에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해 동맹을 선언한 SK텔레콤(SKT)과 우버코리아테크놀로지(우버)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 양 사는 인프라와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장 발전을 위해서라면 대기업과 모빌리티 서비스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버와 SKT가 동맹을 선언한 건 2020년 10월. SKT로부터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 분할한 티맵모빌리티에 우버가 약 5000만 달러(약 575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어 티맵모빌리티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약 1억 달러(약 1150억 원) 이상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총 1725억 원 규모의 투자금은 모빌리티 업계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2017년 투자받은 50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우버는 후속 행보로 몸집을 확장하고 있다. 1월 20일 서울을 중심으로 가맹택시 ‘우버 택시’ 베타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현재 600대 수준의 가맹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1분기 이내로 가맹택시 약 1000대까지 증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T는 3일 지난해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우버와의 택시조합 설립 및 공식 서비스 출시를 오는 4월로 예고했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지난해 12월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부가 분사해 티맵모빌리티로 공식 출범했다. 투자자(FI) 유치 및 서비스 준비 과정은 순항 중으로 우버와의 택시 조합 설립 및 공식 서비스 출시는 4월 중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의 광폭 행보는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화젯거리다. 후발 주자지만 SKT의 인프라와 우버의 기술력을 앞세운다면 업계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이 나온다. 특히 SKT의 가입자 수는 두 기업에 상당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월 이용자 1000만이라는 수치를 끌어낸 배경에는 4500만 명이 가입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12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SKT 가입자 수는 약 2900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3명이 SKT에 가입한 셈이다. SKT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자신들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유인한다면 가입자 수 확보에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형일 센터장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에서 T맵 라이프 플랫폼 등 기존 사업을 확대하고, 또 기존에 없던 구독형 멤버십을 출시할 것”며 “티맵모빌리티는 대중교통,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를 아우르는 올인원 모빌리티 서비스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가입자 수를 늘려간다고 하더라도 택시가 부족해 빠르게 매칭이 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후발주자로 나서는 플랫폼 가맹사업자들이 흔히 겪는 고충이다. 양 사는 조인트벤처를 통해 택시 호출과 같은 e헤일링(hailing) 공동 사업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우버의 가맹 택시는 600여 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T맵 택시 앱을 이용하는 운전기사는 20만 명에 달한다. 두 택시 호출 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 구현한다면 초반 공급량 부족으로 이용자가 이탈하는 현상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우버는 이미 이와 비슷한 ‘우버 플래시’라는 서비스를 동남아시아에서 선보인 바 있다. 우버 플래시는 우버에 등록된 개인 차량과 택시를 모두 부를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차량이 매칭된다. 이용료는 우버 앱을 통해 탄력적으로 책정된다. 국내에서는 개인 차량 대신 T맵 택시와 우버 택시로 이 서비스를 운영하면 된다.
아직까지 확보할 수 있는 가맹 택시도 상당히 남았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택시는 25만여 대 수준. 그중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가 각각 약 1만 대를 확보했다. 그 외 나머지 플랫폼 가맹사업자들이 확보한 택시는 수천 대 수준이다. 즉 누구나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처럼 1만 대 이상을 확보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기존 가맹 택시들의 환승도 변수다. 다른 플랫폼사업자와 계약한 가맹택시라도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약 종료 후 플랫폼사업자를 바꿀 수도 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개인택시 기사나 택시법인 관계자들이 이제 아무 플랫폼 사업자나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떤 사업자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한다. 오히려 그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플랫폼 가맹사업자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또 대기업이냐는 말이 나오겠지만 시장 발전을 위해서라면 대기업의 참전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 예전처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시대도 지났기 때문에 시장 발전 측면에서 두 기업의 동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경쟁이 활발할수록 더 좋은 서비스가 생겨날 기회가 늘어나므로 소비자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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