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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공급' 25번째 부동산 대책, 또 실패하지 않으려면?

기시감 드는 '수요 억제 후 공급'…전문가들 "단기 성과 얽매이지 말고 완급조절 필요해"

2021.02.04(Thu) 15:13:38

[비즈한국] 올해 첫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공급 확대’다. 정부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수도권에 약 61만 6000호(서울 약 32만 호), 지방에 약 22만 호 등 총 83만 6000호를 공급하겠다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공급대책이다. 57만 3000호는 도심 내 신규 사업을 통해, 26만 3000호는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강력 규제에도 치솟은 집값, 결국 ‘역대급 공급 확대’ 카드 내놔 

 

지금까지 현 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25회에 달한다. 2017년 6·19대책을 시작으로 2017년 6회, 2018년 5회, 2019년 7회, 2020년 6회에 걸쳐 다양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수요억제’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집값 잡기는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5월, 부동산 시장에는 예상치 못한 이상 과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KB주택가격동향 보고서를 통해 대선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대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 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유입돼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취임 후 규제 강화를 통해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6·19대책, 8·2대책 등을 내놨다. 초반의 정책은 비교적 효과가 있었다는 평이다. 특히 문 정부의 첫 고강도 부동산 규제인 8·2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막았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2017년 8·9월 KB주택가격동향 보고서를 보면 8·2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의 상승률 확대가 멈춘 것을 알 수 있다. 전국 주택매매가격 증감률은 7월 0.23%에서 8월 0.24%로 0.01%p 상승했다. 0.06%p(7월), 0.12%p(6월)의 상승률을 보이던 전월에 비해 안정된 수준이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에 들어서자 전국 주택매매가는 수도권 중심으로 상승 곡선을 탔다. 정부는 계속해서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풍선 효과 등의 부작용으로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통계에 따르면 6억 635만 원(2017년 5월 기준)이던 서울 중위 아파트 매매가는 9억 6259만 원(2021년 1월 기준)으로 58% 증가했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8월 주택가격전망은 99로 3월(99)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주택가격전망은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주택가격전망으로 100 이하면 집값 하락, 100 이상이면 상승을 소비자들이 예상함을 보여준다. 8·2대책 발표 후 100 이하로 떨어진 주택가격전망지수를 통해 많은 사람이 부동산 안정화를 기대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오히려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9·13대책, 9·21대책 등이 이어진 2018년 9월의 주택가격전망은 119로 2015년 10월(119)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2·16대책이 발표된 2019년 12월에는 125로 현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부터는 130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패한 정책’ 답습하지 않으려면…땜질식 공급 대신 장기적 시선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투기(억제)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문 정부 취임 당시,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인 ‘선 수요 억제, 후 공급 확대’ 기조가 재현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대표적 실패 정책으로 꼽힌다는 데 있다. 수요억제에 편향된 정책은 결국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학습했던 터라 우려가 컸다. 

 

1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 중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사과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정부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이전에 없던 강력한 규제 카드를 계속해서 꺼냈지만, 이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집값 잡기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예상치 못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책에 대한 부작용은 더욱 커져 최악의 상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6·17대책이나 7·10대책, 8·4대책 등 강력한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있었고 금리 인하, 시장 추경, 유동성 확대 등의 여러 요인이 시장 상황에 영향을 줬다. 정책 효과가 없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으며 여러 상황이 맞물려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참여정부 시절 줄곧 이어지던 수요 억제 정책은 2006년 11·15대책 등을 통해 3년 9개월 만에 공급확대 중심으로 달라졌다. 문재인정부가 최대 규모 공급정책을 발표한 이번 달은 취임 3년 8개월째다. 정책 변화의 타이밍마저 이전 정부와 유사한 흐름이다. 과거 참여정부는 공급 확대 정책을 내세우고도 집값 잡기에 실패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서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대급 공급정책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시선에서 공급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론에 쫓겨 또 다시 땜질식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입주 가능한 주택물량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부동산 시장의 공급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수요에 맞는 효과적인 주택공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고밀도개발을 밀어붙이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순차적인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담담하게 장기공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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