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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리포트] 불안한 세대에 '결혼'을 팝니다

비혼 느는데 결혼정보회사·소개팅 앱은 더 노골화…고용불안에 돈·외모 따지는 풍조 반영

2021.02.03(Wed) 11:38:10

[비즈한국] MZ세대는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 ‘신흥 소비권력’, ‘워라밸’ 같은 단어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들은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 젠더 문제, 코로나19 시대, 유례없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의 한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부유(浮遊)하는 단어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용어와 통계가 생략한 MZ세대의 현실을 전한다. 이들은 MZ세대를 대표할 수도 있고, 그 중 일부일 수도 있다. 

 

MZ세대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다수의 통계는 이제 이들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대 미혼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비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24.8%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24.8%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혼, 동거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제도에 대해서도 관대해졌다. 지난해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9.7%로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30.7%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결혼이 ‘상품’으로 취급될 때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게 결혼정보회사와 소개팅 앱이다. 여전히 여성은 나이와 외모를, 남성은 소득을 증명해야 잘 팔린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지적과 변화한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충돌한다. 연구자들은 “시장은 ‘결혼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환상을 판매하며, 사람들의 불안을 잠식하는 방식으로 증식한다”고 해석한다.  

 

#‘결혼하면 다 해결된다’ 환상을 파는 결혼정보회사

 

결혼정보회사에서 남성의 나이와 여성의 나이는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 회사는 “29살 남성은 결혼 적령기지만 29살 여성은 결혼하기에 (좋은 조건의 남성을 만나기에) 늦은 나이”라고 안내한다. 지난 1월 25일부터 29일 사이 통화한 유명 결혼정보회사 세 곳의 매니저들은 “솔직하게 말하면 남성은 소득이, 여성은 나이와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 결혼정보회사 매니저는 상담을 요청하자 “여자가 29살이면 적은 나이는 아니다. 진지한 만남을 고민할 텐데 일반 회사원이면 인연을 만나기 쉽지 않다. 우리는 학력부터 집안, 회사, 연봉까지 서류 인증과 검증 절차를 거친다. 가입 조건은 남성들이 좀 더 까다롭다. 남성은 연 소득까지 인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직업이 없으면 아예 진행 자체가 안 되지만, 여성은 직업이 없거나 대학원생·대학생인 경우도 많다”고 안내했다. 

 

다수의 유명 결혼정보회사 들은 광고를 통해 노골적으로 연봉이 결혼에서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한다. 사진=듀오 SNS

 

결혼정보회사가 하나의 정식 사업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09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 일부를 개정하면서 이전까지 금지대상이었던 국내결혼중개업의 방송광고를 허용했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관습의 변화와 결혼중개업의 보편화 등 변화된 결혼 문화를 반영한다’는 이유였다. 

 

매니저들은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지, 키와 몸무게가 얼마인지,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물었다. B 결혼정보회사 매니저는 “소득이 아주 높지만 나이가 많거나 전문직인데 나이가 많은 경우보다 결혼 적령기인 여성, 한마디로 ‘좋은 나이’인 여성분들이 매칭은 훨씬 잘 된다”고 말했다. 

 

2012년 ‘결혼이라는 상품과 성별가치 변화-결혼정보회사 광고를 중심으로’이란 논문을 쓴 김송은은 결혼정보회사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일하는 여성’을 예로 든다. 김송은 저자는 “일하는 여성이 광고에서 결혼정보회사의 회원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신붓감이 되기 위해 수행해야 할 아내의 역할로 외모와 가사일 등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결혼정보회사의 광고가 전통적 성 역할의 틀은 뛰어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나 연애의 낭만을 여성과 남성이 각각 갖고 있는 상징 자본의 교환 행위라고 본다. 점점 노동시장 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결혼이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열쇠라는 환상을 통해 기존의 가치를 재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에서 더 자극적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게 업계가 생존하는 전략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입 쉽거나 혹은 어렵거나…양극화 심화되는 소개팅 앱

 

소개팅 앱 역시 결혼정보회사의 매칭 시스템과 포맷을 그대로 따왔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요구하는 정보는 거의 동일하다. 다만 접근이 쉽고 이용 금액이 낮아 20~30대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물다섯 살 직장인 남성 D 씨는 “작년 한 해 소개팅 앱에 미쳐 살았다”며 말문을 텄다. D 씨는 “주변에서 많이들 하길래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 동네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앱,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앱까지 평균 3~4개를 동시에 사용했다. 초기에는 사진이 쉽게 통과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보통 두 장 이상의 사진을 등록하고 이용자들이 점수를 매기는 ‘심사 과정’을 거친다. 일정 점수 이상 돼야 회원가입 절차가 마무리되는데 3점을 넘기기 쉽지 않았다. 친구에게 찍어달라고 해서 겨우 통과했다”고 말했다. 

 

어떤 소개팅 앱은 남성에겐 ‘소득’이, 여성에겐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윤김지영 교수는 “불안한 노동시장 분위기를 타고 ‘결혼만 하면 다 해결된다’는 환상을 파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진=골드스푼 앱 캡처

 

최근에는 소개팅 앱 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소개팅’이라고 검색해 뜨는 앱만 대략 250개다. 한 소개팅 앱 관계자는 “젊은 층에 결혼정보회사보다는 접근이 쉽고 만남이 부담 없다는 인식이 있어 이용자는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진입자가 많아지면서 광고비 지출이 늘었다. 살아남는 건 아예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해 검증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앱과 아예 문턱을 낮춰 이용자 파이를 늘린 앱이다”고 전했다. 

 

D 씨는 “하루에 정해진 횟수의 프로필을 보고 나면 ‘다른 프로필을 더 보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과금 유도 안내가 뜬다. 사진과 조건을 보고 고르면 ‘너의 이상형과 대화를 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안내가 다시 뜨는 식이다. 게다가 일부 앱은 남성과 여성의 가입 조건이 다르다. 남성은 대기업·공기업 같은 안정적인 직업과 높은 소득을, 여성은 프로필 사진의 중요성을 대놓고 강조하는 앱도 있다. ‘구시대적인 관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게 현실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애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싶어 열심히 했지만 실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거나 사적인 관계로 발전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형태의 가족 비중이 줄고 1인·비혼 가구 등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늘어나면서 정부도 가족 정책의 법적 토대인 건강가정기본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법은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MZ세대의 인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처럼 MZ세대는 전통적인 결혼 문화에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데 반해 관련 사업은 갈수록 노골화되는 이유에 대해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윤 교수는 “비혼이나 동거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과 실천들이 늘어나는 반면 노동시장과 고용 형태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남성에게 ‘돈만 있으면 어린 여성과 만날 수 있다’, 여성에게는 ‘취직을 하지 않아도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면 주거 불안정과 경제 불안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판매하는 셈이다. 이미 레드오션인 시장이 결혼을 모든 불안정을 넘어설 수 있는 안정적인 삶의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노골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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