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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연결 기준' 배당금 결정…이건희 상속세와 어떤 관계?

'별도 기준'보다 배당성향 낮아 보여…삼성생명 "예전부터 '연결 기준' 사용"

2021.02.02(Tue) 18:39:30

[비즈한국] 삼성생명이 수천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주주 친화적인 배당정책이란 말이 나온다.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라서일까. 그 배경을 확인했다.

 

삼성생명은 1월 29일 주당 2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당금 총액은 4489억 원, 시가배당률(최근 1주일간 평균 배당)은 3.1%다. 전년보다는 감소한 수준이다. 전년에는 주당 265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4758억 원, 시가배당율은 3.5%이다.

 

삼성생명은 1월 29일 주당 2500원, 총 4489억 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서울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삼성생명이 배당을 실시한 것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이날 배당 계획을 밝히면서 지난해 실적도 함께 공개했다. 실적은 견조했다. 2020년 연결 기준 영업수익(제조업의 매출에 해당), 영업이익이 각각 34조 5343억 원, 1조 7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 42.9% 증가했다. 배당성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당기순이익은 1조 3705억 원으로 27.2% 증가했다. 연결 기준으로 산출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은 32.7% 수준이다.

 

삼성생명 측은 “지난해 실적에 따라 배당을 실시하게 됐다. 삼성생명의 경우 연결 기준으로 배당성향과 규모를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배당 규모를 결정한 배경에 의문의 시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상 실적에 따라 경영 판단을 내릴 때 별도(개별) 재무제표를 사용하지 연결 재무제표를 사용하지 않는다. 배당성향을 산정할 때 별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결 기준으로 회사의 재무제표를 사용하면 자회사의 실적에 따라 재무구조나 수익이 더 긍정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한 해 실적이 별 볼 일 없는데도 자회사 실적에 따라 돈을 더 잘 버는 회사로 왜곡돼 보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별도 기준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올지는 확실치 않다. 3분기까지 별도 기준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22조 2908억 원, 6640억 원으로 각각 5.8%, 6.6% 성장해 2020년 연결 기준 성장률에는 못 미쳤다. 특히 배당성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당기순이익은 75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6%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고배당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활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생명이 고 이건희 전 회장의 지분이 높은 회사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고 배당성향을 연결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실시한 배당금 4758억 원의 배당성향을 별도 기준으로 산출하면 57%나 된다.

 

삼성생명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분 2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배당에도 더욱 눈길이 쏠린다. 배당금이 고 이 회장의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이건희 회장. 사진=비즈한국 DB


삼성생명의 배당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삼성생명 배당금이 고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적잖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20.76%를 가진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다. 배당의 20%가량은 이 전 회장의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0월 별세하면서 남긴 상속 주식재산만 22조 원에 달해 상속세 재원으로 11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최근 삼성생명은 계열사를 활용해 배당 여력을 늘리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2018년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하고 확보한 7515억 원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주당 1578원의 특별배당을 실시하면서 삼성전자 지분 8.51%를 가진 삼성생명이 배당금 9818억 원을 ​확보해 배당 여력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의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 다른 금융 선진국에 비해 배당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면이 있다. 삼성생명의 주주친화적인 배당금 정책은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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