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우주와 인간의 뇌 신경은 왜 닮았을까

천문학자와 뇌신경학자가 수학적으로 비교 확인한 놀라운 유사성과 그 이유

2021.02.01(Mon) 11:09:16

[비즈한국] 우주 속 은하들이 분포하는 우주 거대 구조의 모습을 보면 문득 사람 뇌 속 신경 세포들이 연결된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우주 거대 구조와 뇌 신경 세포, 이 둘은 대략 10^27 배 차이가 나는 완전히 다른 스케일의 세상이지만, 둘 다 거미줄, 그물망처럼 긴 필라멘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비슷한 모습이다. 두 사진을 붙여놓고 비교하면 정말 비슷해 보인다. 

 

뇌 속 신경 세포(위)와 우주 거대 구조(아래)는 모두 그물처럼 얽힌 모습을 하고 있다. 이미지=Center for Brain Injury and Repair, University of Pennsylvania School of Medicine/Springel et al.


사실 우주와 머릿속 뇌 신경은 이런 겉모습뿐 아니라 또 다른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 사람 뇌 속 신경은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모여서 수많은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약 1000억 개의 은하들이 존재한다. 사람 뇌의 전체 질량에서 뉴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퍼센트 미만이고 나머지 75퍼센트 대부분은 물로 채워져 있다. 우주도 비슷하다. 우주에서 중력으로 모일 수 있는 일반 물질과 암흑물질, 모든 질량은 우주 전체 구성 요소의 25퍼센트 정도다. 나머지 75퍼센트 대부분은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미지의 에너지, 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정말 절묘한 우연이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유사성 때문에 얼핏 보면 정말 우리 우주가 거대한 생명체의 머릿속일 수도 있겠다는 공상이 꽤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우주와 머릿속 신경 세포는 그 스케일도 메커니즘도 완전히 다르다. 우주 거대 구조는 중력에 의해 여러 가닥이 모여서 노드(매듭)으로 뭉치는 방식이라면, 신경 세포망은 노드(node, 매듭)에 해당하는 세포를 시작으로 여러 가닥의 신경 줄기가 뻗어나가는 방식이다. 두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과 순서는 완전히 다르다. 

 

천문학과 뇌과학이 만나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관통하는 원리를 찾고자 시도했다. 과연 스케일에 상관 없이 놀라운 유사성을 보여주는 우주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실제로 우주와 뇌 신경의 모습은 얼마나 비슷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천문학자와 뇌과학자가 직접 만나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천문학에서 사용하던 통계적인 분석을 뇌 신경에 똑같이 적용해, 두 세상이 단순히 겉보기에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정말 수학적으로도 놀라운 유의미한 유사성을 보인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대체 우주와 뇌 신경은 얼마나 비슷한 걸까? 

 

#우주와 뇌 신경은 정말 닮았다! 

 

뇌과학자는 비교를 위한 대뇌와 소뇌피질 샘플을 준비했다. 약 4마이크로미터의 두께로 얇게 잘라서 그 속의 신경 세포들이 분포하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4배율, 10배율, 40배율로 촬영했다. 천문학자는 약 3억 광년(100Mpc) 크기의 박스 안에 약 130억 개의 암흑 물질 파티클로 구현한 고해상도 우주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리고 뇌 신경과 똑같이 그 분포를 비교하기 위해서 시뮬레이션된 우주를 (천문학적으로는 아주 얇은!) 약 8000만 광년(25Mpc) 두께로 잘라 각 방향에서 바라본 우주 거대 구조의 단면 이미지를 얻었다.

 

이번 분석에 사용한 뇌 신경과 우주 거대 구조의 모습을 비교한 그림.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 시스템이 통계적으로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지를 분석하는 다양한 수학적 도구가 있다. 그 중 천문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파워 스펙트럼(Power spectrum)’ 분석이 있다. 전체 시스템의 각 지역이 전체 평균에 비해서 얼마나 높은 밀도를 갖고 있는지를 통해 전체 시스템의 밀도 분포가 얼마나 고른지, 얼마나 요동치는지를 표현한다. 또 상대적인 밀도 차이를 분석하는 영역의 크기를 아주 좁은 것부터 아주 넓은 범위로 바꾸어가며, 스케일에 따라 전체 시스템의 밀도가 요동치는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펫을 보면 아주 좁은 스케일로 보면 카펫 표면이 아주 까칠까칠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아주 큰 스케일로 보면 카펫 표면은 매끈매끈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석을 통해서 우주 배경 복사에 숨어 있는 초기 우주 속 미세한 밀도 요동의 흔적을 보기도 한다. 

 

다양한 시스템의 파워 스펙트럼을 비교한 그래프. 파란 선이 우주 시뮬레이션 속 물질의 밀도 분포를, 빨간색과 노란색 선이 뇌 피질 속의 신경 세포의 밀도 분포를 나타낸다. 가로축은 밀도 요동을 얼마나 넓은 범위를 기준으로 분석했는지를 의미하는 파동 수(wavenumber, k)다. 뇌 신경의 경우 k가 1일 때 실제 크기 L은 약 1.6mm에 해당하고, 우주 거대 구조의 경우 k가 1일 때 실제 크기 L은 약 3000만 광년에 해당한다. 즉 뇌 신경과 우주 거대 구조는 약 27자릿수가 차이 난다. 하늘의 구름, 나뭇가지, 물의 난류 등 다른 복잡계 시스템과 달리 뚜렷하게 우주 속 물질과 신경 세포 두 가지만 아주 비슷한 양상을 그리고 있다.


놀랍게도 이 스케일에 따른 밀도 요동 정도의 변화를 보면 뇌 속 신경 세포와 우주 거대 구조가 굉장히 비슷하다. 뇌 속 신경망을 1마이크로미터의 작은 스케일에서 시작해 100마이크미터, 즉 1mm 스케일의 100배 더 큰 스케일로 넓혀가면서 보면 그 밀도 분포의 거친 정도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놀랍게도 우주 거대 구조를 500만 광년의 작은 스케일에서 시작해 그보다 100배 더 큰 5억 광년 스케일로 넓혀가면서 그 밀도 분포를 보면 뇌 속 신경망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그리며 밀도 분포의 거친 정도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와 비슷하게 복잡하게 얽힌 패턴을 그리는 다른 자연 현상들, 예를 들어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습이나 하늘 속 구름의 분포, 파도가 칠 때 일렁이는 물거품의 패턴 등에 대해서 똑같이 파워 스펙트럼을 그려서 비교했더니, 뇌 신경과 우주 거대 구조 이 둘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여러 복잡계 자연 현상 중에서 유독 뇌 신경과 우주 거대 구조 두 가지만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 연구진은 뇌 신경과 우주 거대 구조 속에서 각 노드마다 몇 가닥의 필라멘트가 연결되어 있는지도 비교했다. 각 필라멘트가 얼마나 많이 매듭을 이루고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계산한 결과, 뇌 속 신경세포 망에서 1800~2000개 정도의 노드를 찾았고, 노드당 평균 4.5에서 5.4개 정도의 신경 가닥이 연결되어 있었다. 우주 거대 구조 속에서는 약 3800~4700개 정도의 노드를 찾았고, 노드마다 평균적으로 3.8에서 4.1개 정도의 필라멘트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뇌 신경망과 우주 거대 구조 모두 노드마다 대략 4~5개 정도의 필라멘트 가닥이 연결되어 있는 꽤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뇌 신경과 우주 거대 구조에서 노드(매듭)당 몇 가닥의 필라멘트가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즉 스케일을 넓혀가면서 밀도 분포가 얼마나 거칠고 매끄러워지는지를 비교해봤을 때나, 노드당 필라멘트가 몇 가닥씩 모여 있는지를 비교해봤을 때나, 머릿속 뇌 신경망과 우주 거대 구조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비슷한 세계라는 뜻이다! 그냥 단순히 눈으로 봤을 때 겉보기에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그 분포를 따져봐도 통계적으로 두 세계는 굉장히 유사한 것이다! 

 

전혀 다른 스케일에서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뇌 신경과 우주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유사성을 보이는 걸까? ‘1.4킬로그램의 우주’라는 별명처럼 정말 우리 뇌도 하나의 작은 소우주인 걸까? 대체 무엇이 뇌 속 신경 세포들과 우주 거대 구조를 이토록 비슷하게 만든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곰팡이로 재현한 도쿄 지하철 노선도? 

 

1958년 개봉했던 SF 영화 ‘블롭(Blob)’에서는 마치 포켓몬 ‘질퍽이’ 같은 비주얼의 점액질 괴물이 등장한다. 이 영화 제목을 따서 ‘블롭’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굉장히 이상한 생명체가 하나 있다. 얼핏 보기에는 곰팡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이상한 생명체는 정확하게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으로 불리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류에 해당한다. 

 

나무 표면에 달라붙어 뻗어나가는 블롭의 모습. 사진=Wikimedia commons, Bernard Spragg

 

블롭은 눈도 뇌도 없는 단세포 생명체이지만 놀랍게도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 블롭은 썩은 나무 표면이나 낙엽 위에 달라 붙어서 흰 곰팡이를 먹으며 살아간다. 주변에 놓여있는 먹잇감을 먹기 위해 사방으로 노란 줄기가 뻗어나가며 성장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블롭이 뻗어나가는 길을 보면 영양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짧고 경제적인, 최적화된 경로를 그린다. 

 

2000년 물리학자들은 블롭의 ‘최단 경로 찾기’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재밌는 실험을 시도한 적이 있다. 실험용 쥐가 미로 찾기 실험을 하는 것처럼 4cm×4cm 미로 세트를 만들고 그 안에 블롭이 뻗어나가도록 만들었다. 미로의 출구에는 블롭이 좋아하는 먹잇감을 두었고, 미로 입구에서부터 블롭이 퍼져나가도록 만들었다. 이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음 시도에서 블롭은 미로 전역 모든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갔고 출구에 놓인 먹잇감을 찾기까지 약 여덟 시간이나 걸렸다. 하지만 약 스무 번의 시도 후부터는 미로 입구에서 출구까지 가장 짧게 최단 거리로 도달할 수 있는 경로로만 계속해서 줄기가 계속 성장했다! 뇌조차 없는 단세포 균에게 학습능력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연구진은 이 익살스러운 연구로 세계 최고 괴짜들에게 돌아가는 이그노벨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황색망사점균으로 진행한 미로 찾기 실험 영상.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가장 최적화된 경로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연구진은 더 재밌는 실험을 시도했다. 이번엔 단순한 미로가 아니라 일본의 도쿄 주변 지형의 모양을 본 딴 유리판을 하나 준비했다. 그리고 그 유리판 위에 도쿄 주변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해당하는 자리에 블롭이 좋아하는 귀리 조각 먹잇감을 두었다. 그리고 연구진은 도쿄 주변 지역의 지도를 본 딴 이 유리판 중심에 블롭을 두고, 블롭이 먹이를 먹기 위해서 어떻게 뻗어나가는지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역시 처음에는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런데 약 26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먹잇감이 놓인 자리까지 가장 짧은 경로로, 효율적으로 뻗어나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도쿄의 모양을 본 딴 유리판 위에서 블롭이 찾아낸 최적의 경로는 실제 도쿄 지하철 노선이 뻗어있는 모습과 유사했다! 

 

도쿄 도심을 묘사한 유리 판 위에 블롭이 최적의 경로로 먹잇감을 연결하는 과정. 흥미롭게도 블롭이 완성한 경로는 도쿄 지하철이 연결된 모습을 닮았다. 사진=Science/AAAS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기로 유명한 도쿄 지하철의 노선은 인구가 밀집한 도쿄 대도시 거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하고자 고민한 결과다. 놀랍게도 수십년간 사람들이 고민한 끝에 완성한 그 복잡한 노선도를, 단 하루 만에 단세포 생명체 블롭이 흉내를 낸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블롭의 놀라운 최단 경로 찾기 노하우를 적용해서, 내비게이션에서 최단 경로를 찾거나 화재 경보기 등 건물에 센서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여러 알고리즘에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블롭에게서 배운 최적화 노하우로 우주를 재현하다 

 

그렇다면 이 블롭의 “ 최단 경로 찾기 노하우를 우주의 진화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주 거대 구조는 은하와 은하 사이가 기다란 가스 필라멘트로 얽혀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 은하에서 먼 거리에 떨어진 가스 필라멘트는 워낙 어둡고 흐릿하기 때문에 기존의 관측만으로는 어디에 필라멘트들이 있는지를 바로 알아채기가 어렵다. 가상의 우주를 시뮬레이션해서 필라멘트가 대강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면 그 주변만 관측해서 실제로 필라멘트가 존재하는지를 더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20년 천문학자들은 우주 곳곳에 숨어 있는 이 가스 필라멘트의 지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블롭의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약 3억 광년 범위 안에 실제 관측을 통해 알고 있는 3만 7000개의 은하로 채워진 가상의 우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 은하를 블롭의 먹잇감으로 삼아서 블롭이 가장 효율적으로 모든 은하를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 

 

블롭의 최적 경로 찾기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그려낸 우주의 가스 필라멘트의 지도. 은하 (노란점)를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낸 결과 그려진 필라멘트가 보라색 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미지=NASA, ESA, and J. Burchett and O. Elek(UC Santa Cruz)


기존의 우주 시뮬레이션은 중력이나 암흑 에너지와 같은 물리 법칙을 적용해서 구현한다. 하지만 이번 시뮬레이션에선 그런 기존의 물리 법칙은 모두 배제재하고 순전히 블롭의 사냥 방식만 적용했다. 놀랍게도 블롭의 사냥 방식으로 완성한 우주의 모습은 물리 법칙으로 완성된 실제 우주의 거대 구조와 굉장히 유사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3억 광년의 주변 우주 안에 가스 필라멘트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을지를 보여주는 지도를 완성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블롭의 알고리즘을 통해 완성한 가상 우주의 필라멘트 지도를 바탕으로, 실제 가스 필라멘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의 하늘을 관측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아주 멀리 수십억 광년 거리에 있는 350개 퀘이사의 자외선 빛을 분석했다. 정말로 블롭의 알고리즘이 예상한 곳에 실제로 가스 필라멘트가 이어져 있다면, 먼 거리에 떨어진 퀘이사의 빛이 우리 은하로 날아오는 동안 중간에 가스 필라멘트를 통과하면서 필라멘트 속 수소 가스에 의해서 퀘이사의 빛 일부가 흡수된 흔적이 남아야 한다. 이를 통해 실제로 그 자리에 가스 필라멘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실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블롭 알고리즘이 예측한 바로 그 자리에 높은 밀도로 이어져 있는 가스 필라멘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력도, 암흑 에너지도 전혀 모르는 단세포 생명체가 실제 우주 속 필라멘트의 지도를 알아낸 셈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놀라운 결과를 보고, 블롭에게 말 그대로 뇌가 없는 ‘무뇌 천문학자(brainless astronomer)’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결국 우주를 지배하는 건 ‘가성비’ 

 

우리 머릿속에 얽혀 있는 뇌 신경 세포들, 거대하고 복잡한 우주 구조, 가장 효율적으로 먹잇감을 찾아 뻗어가는 단세포 생명체 블롭. 자연은 스케일에 상관없이 놀라운 유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두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원리가 있다. 극한의 가성비.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가장 짧은 최적의 경로(optimal path)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우주가 작동하는 방식은 항상 가장 짧고 효율적인 최적의 경로를 따라 진행된다. 빛은 항상 직진으로 날아간다. 그것이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리는 최적의 경로이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 물체를 떨어뜨리면 가장 빠르게 땅에 떨어지도록 물체는 곧바로 아래로 떨어진다. 중간에 굳이 멀리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리는 가장 경제적인 방향으로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시 세계에서 거시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주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최적의 경로를 추구한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


지능이 있는 철새나 물고기의 움직임뿐 아니라, 뇌가 없는 식물이 가지를 뻗고 뿌리를 내리고 심지어 단순히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놀랍게도 우주는 항상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리고 효율적인, 가장 최적의 경제적인 방식으로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한다. 사실상 우리 우주는 이런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한 결과 완성된 가장 최적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다. 

 

우리 우주는 왜 하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왜 우리 우주는 하필 이런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 해서 이 거대한 우주가 그 작은 뇌 신경 세포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참고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hy.2020.525731/full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491/4/5447/5644441?login=true 

https://elifesciences.org/articles/10778 

https://www.sciencemag.org/news/2000/09/slimy-not-stupid

https://www.sciencemag.org/news/2010/01/ride-slime-mold-expres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9-50872-z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50424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361-6463/ab866c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27/5964/439.abstract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0/slime-mold-simulations-used-to-map-dark-matter-holding-universe-together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b700c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핫클릭]

· [사이언스] 화성과 목성 사이, 세레스 같은 소행성이 또 있었다?!
· [사이언스] 공룡을 멸종시킨 것은 운석이 아니다?
· [사이언스] 지구는 우주의 '변두리'에 불과할까
· [사이언스] '새해맞이' 랜선 우주 해돋이 여행
· [사이언스] 이웃 별에서 온 '신호', 외계문명이 바로 우리 옆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