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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GDP '더블 2000조' 정부·기업·가계 대출 '트리플 1000조' 시대

경제 규모 커졌지만 빚 증가세가 암초 될 수도

2021.01.29(Fri) 12:18:58

[비즈한국]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의 시가 총액이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2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명목 GDP와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더블 2000조 원’ 시대를 맞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호재가 정부·가계·기업이라는 세 경제 주체의 부채가 각 1000조 원에 육박하는 ‘트리플 1000조 원’에 따른 점에서 자칫 ‘한국호’가 빚이라는 암초에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200선을 처음 돌파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2000조 원을 넘어선 뒤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1981조 원이던 시가총액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2029조 원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8일 2100조 원을 넘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코로나19 악재에 지난해 3월 19일 982조 원까지 떨어지며 1000조 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상승하자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2000조 원을 넘었다. 코스피 지수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에 힘입어 1월 7일에 3031.68로 마감하며 3000선을 넘었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명목 GDP 성장률(=실질 GDP 성장률+ GDP 디플레이터)은 지난해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실질 GDP는 1.0%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가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0% 상승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명목 GDP 규모는 2019년(1919조 원)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명목 GDP가 4.4%(실질 GDP 성장률 3.2%+GDP 디플레이터 1.2%)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전망대로 될 경우 우리나라 명목 GDP 규모는 2003조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00조 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명목 GDP는 1986년(103조 원)에서야 100조 원을 넘겼지만 이후 빠르게 성장해 1997년(542조 원)에 500조 원을 넘었다. 2006년(1006조 원)에는 1000조 원 시대를 열었고, 이후 15년 만에 20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명목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수치이며, 경제 주체들의 경기 체감지표로 소비와 투자, 고용, 세수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더블 2000조 원’ 시대를 맞게 됐지만 정부·가계·기업 빚이 모두 1000조 원에 근접하며 ‘트리플 1000조 원’ 시대 개막이라는 악재도 눈앞에 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867조 원이었다. 2011년 국가채무가 421조 원이었으니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다.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 원을 기록하고, 2022년 1078조 원으로 1000조 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세수가 줄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지출을 늘릴 경우 올해 10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988.8조 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0.5조 원 증가했다. 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담보대출을 늘린 때문이다. 기업대출도 지난 한 해 동안 107.4조 원 늘면서 976.4조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악영향을 크게 받은 중소기업이 지난해 대출을 87.9조 원이나 받은 때문이다.

 

가계나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더욱 늘어날 추세여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100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한은 대출수요지수 조사에서 중소기업 대출은 올 1분기 26, 가계 주택대출은 3, 일반대출은 18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양(+)이면 올 1분기 대출 수요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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