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그룹 계열 카드사였던 롯데카드가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롯데’ 라는 짙은 그늘의 색채를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필요한 이해관계에 따라 롯데카드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라는 상호를 계속 쓰면서도 롯데그룹에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는 없다.
롯데카드가 재매각을 염두에 둔 ‘몸값 키우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 민원 최다 카드사라는 불명예는 해소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일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롯데카드 등을 매각했다.
롯데지주는 2019년 5월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에 총 1조 3810억 원을 받고 파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계열분리한 롯데카드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카드 지분은 MBK파트너스 계열의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가 지분 59.8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우리은행과 롯데쇼핑이 각각 20% 씩,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0.17%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호텔, 롯데캐피탈이 매각 당시 롯데카드 잔여 지분 총 20%를 롯데쇼핑에 넘겼기 때문이다. 일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와 달리 비금융계열사인 롯데쇼핑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소유 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을 제외하면 보험회사나 카드사 지분 보유에 제한이 없다. 따라서 롯데지주 등은 롯데카드 잔여 지분을 롯데쇼핑에 몰아준 형태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보유 지분에 대해 앞으로 매각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당사의 주력 사업인 유통매장은 카드사와의 사업 연계성이 가장 높고 시너지 창출 효과도 높은 분야다. 롯데카드는 계열분리가 완성됐고 현행법상 당사가 롯데카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현재 라틴계 언어로 ‘미친’이라는 뜻의 ‘LOCA’를 CI로 쓰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선포하면서 CI로 붉은 색 마름모 내에 알파벳 필기체 ‘l'가 들어 있는 CI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롯데카드가 롯데 상호를 쓰면서도 롯데그룹에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계열 분리된 후 롯데그룹의 새로운 CI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당사가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브랜드 사용료는 새 CI에 대한 사용료다”라며 “롯데카드가 롯데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매각 계약 체결 당시 상호 사용 허가를 허용한 사안이었다. 인지도가 있는 상호의 경우 갑자기 상호를 변경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강조했다.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중 롯데카드는 우리카드와 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시장점유율은 각각 9.43%, 9.34%로 바로 위 순위인 4위 현대카드(16.31%)에 비해 격차가 크다.
하지만 시장에선 최종적으로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 지분을 인수해 롯데카드를 우리금융그룹으로 편입시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우리금융은 계열카드사인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를 합병시킬 가능성이 높아 단번에 카드업계 2~3위 권의 카드사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롯데그룹 계열지원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롯데카드는 신용등급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떨어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는 올해 들어 롯데카드 재매각을 위한 몸값 키우기 차원의 신사업 진출을 독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롯데카드는 1월 초 리스업 진출을 위해 신규사업 등록을 했고 다음 달(2월) 증권계좌를 담보로 하는 스탁론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두 사업은 이미 카드업계 뿐만 아니라 관련 업종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레드 오션’ 시장이라는 점에서 롯데카드의 갑작스런 진출이 의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롯데카드는 2월로 예정된 2차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위원회 인허가 사업으로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에 산재한 고객의 여러 신용 정보를 통합해 일괄 조회·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카드업계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롯데카드는 지난해 10월 있었던 1차 예비허가 심사에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다가 뒤늦게 2차에 참여 의사를 밝혀 ‘몸값 키우기’ 논란을 배가시키고 있다.
롯데카드 재매각을 위해선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아야 한다. 그 중 하나의 지표가 민원건수인데 롯데카드는 이 분야에서 고질적인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접수된 롯데카드 민원건수는 매분기 가입자 10만 명당 2.0에 근접하며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민원건수는 2.09명으로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2.0을 넘어섰다. 다른 카드사들의 3분기 민원건수가 전 분기에 비해 감소세가 확연했음에도 롯데카드는 전 분기(1.97) 대비 민원건수가 6.1%나 늘어났다.
3분기 중 다른 카드사들의 민원건수는 현대카드(1.73), 신한카드(1.45), 하나카드(1.38), KB국민카드 (1.10), 삼성카드(0.83), 우리카드(0.80) 순으로 낮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당사는 신용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은 체크카드 비중이 낮아 민원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며 “민원 감축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이슈를 전사적인 시각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기능을 강화했고 고객민원 사전신고제도를 확대해 시행 중이며 전 임직원 대상 고객 서비스(CS)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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