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번 주 부동산 시장의 핫플레이스는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이다. GTX-C 노선이 안산 상록수역까지 운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됨과 동시에 역이 위치한 안산 본오동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2억 원대 후반이던 아파트 매매가는 이틀 새 3억 원가량 올랐다.
#국토부 “상록수역 정차 확정된 바 없다”, 최종 결정은 6월 말 예정
시작은 작은 뉴스 기사였다. 24일 일요일 오전 6시, 한 언론사가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GTX-C 노선이 상록수역까지 운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곧바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아파트 실거래 정보 앱에서는 상록수역 인근 아파트가 실시간 관심 아파트 1위를 차지했고, 오전 9시부터 공인중개소 전화통은 불이 났다. 일부 중개업소는 휴무일임에도 문을 열고 손님을 받았다. 유튜브에는 ‘상록수 중개업소 상황’이라며 수십 명의 손님이 중개업소에 줄을 선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국토부 확인 결과, 상록수역 정차는 결정된 바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기본 계획 검토 중 금정에서 수원으로만 운행하는 것이 부족해 안산선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결정은 민간사업자가 한다. 민간에서 다른 방안을 제시하면 그렇게 변경될 수 있다. 다만 GTX-C 노선은 회차가 필요하고, 안산선에서 정차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운행 횟수 등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회차나 정차역 등은 민간사업자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사업자 신청은 5월 말부터 받을 예정이며 최종 결정은 6월 말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본오동 부동산은 과열상태다.
#“수수료 3배 줄 테니 매물 잡아달라” 외지인 수백 명씩 찾아와
26일 안산 본오동을 찾았다. A 중개업소 대표는 “인근 중개업소가 모두 난리가 났다. 손님들이 수백 명씩 왔다”면서 “하지만 매물이 하나도 없어 계약을 못 하고 돌아갔다. GTX가 정차한다는 소식에 일요일 오전 중 매물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GTX-C 노선이 상록수역에 정차할 경우, 가장 큰 호재를 보는 것은 200m 거리의 월드아파트다. 1988년 준공해 지난해 12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오는 4월 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59㎡(약 18평) 아파트가 2억 원대 후반에 거래됐다.
A 중개업소 대표는 “월드 아파트는 재건축 이슈 때문에 원래도 매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싹 사라졌다”면서 “인근의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B 부동산중개사는 “수수료를 3배 줄 테니 물건을 잡아달라는 손님도 있었다. 공인중개사로 30여 년을 일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다”라며 “손님들이 모두 외지인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3~4명씩 몰려서 온다. 3억 원대 후반의 금액대라도 바로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상록수역 인근 중개업소에서 상담 중인 손님의 대부분은 안산이 아닌 다른 지역 거주자였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김 아무개 씨는 “지난 달쯤 이 동네 아파트를 매매했는데 한 채 더 사들일까 하는 마음에 중개업소를 찾았다”면서 “지금은 매물이 없어 살 수 없다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찾아온 한 손님은 “지역 커뮤니티가 ‘상록수역 부동산’ 얘기로 시끄럽다. 궁금해서 와봤는데 지금은 매수가 어려워 보인다”고 털어놨다. 서울 영등포에서 왔다는 다른 손님도 “유튜브에서 GTX-C 노선 호재 영상을 봤다. 이 동네는 처음 와보는 곳”이라며 “호재라고 해서 무작정 찾아왔다. 아파트가 없으면 빌라라도 사서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사라졌던 매물, 이틀 지나니 3억 원 올려 내놓기 시작
26일 오후가 되자 ‘절대 없다’던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틀 전 2억 8000만~2억 9000만 원(59㎡(약 18평) 기준)이던 아파트의 매매가는 5억 원대로 치솟았다. C 중개업소 대표는 “좀 전에 겨우 하나 나온 물건이 있는데 집주인이 5억 5000만 원을 불렀다”면서 “우리도 가격이 너무 높아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D 공인중개사는 “3억 원대 후반으로 나온 매물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중개업소에서 집주인에게 ‘5억 원까지 가능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매매가가 5억 원으로 올라버렸다”면서 “중개업소가 집주인에게 입김을 넣어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과열된 분위기에 중개업소와 집주인 간 마찰도 불거졌다. GTX-C 노선 보도가 나온 당일, 아파트를 매매한 집주인 중 일부가 GTX-C 노선 정차 가능성에 대한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D 공인중개사는 “중개업소에서 매매를 진행하려고 GTX에 관한 얘기를 집주인에게 하지 않고 서둘러 계약을 마무리했던 것”이라며 “집주인이 나중에 이를 알게 됐고 계약을 해지한다고 지금 난리다. 한순간에 몇 억이 올랐는데 가만히 있겠나. 소송까지 간다더라”고 말했다.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부터 하려는 외지인이 많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중개업소도 있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월드아파트는 매물이 없으니 차선으로 OO아파트라도 매수해라. 상록수역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라 조건이 매우 좋다”며 다른 매물을 소개했다. 이어 “겨우 찾은 물건이기 때문에 바로 계약금을 넣어야 한다. 집주인이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며 계약을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OO아파트에서 상록수역까지는 보통 버스를 이용해 움직인다. 본오동의 한 주민은 “OO아파트에서 상록수역까지 걸어서 10분이라는 게 말이 되냐. 30분 이상 걸린다”라면서 “외지인이 이곳 지리를 잘 모르니 중개업소에서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드아파트에 거주 중인 E 씨는 “GTX-C 노선 얘기가 나오고 다들 들떴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3년 정도 됐는데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며 “5억 원대 매물이 나왔다니 놀랍다. 그런 가격은 처음 본다. 집값 상승은 남의 얘긴 줄만 알았다”며 반색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GTX를 비롯한 대규모의 개발 사업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면서 “GTX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가능성 시사에도 부동산 시장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집값을 투기꾼들이 올린다고 하지만 사실 시작은 개발 호재다. 개발 호재가 있으면 가격은 오른다”면서 “이런 개발 호재를 잔뜩 만들고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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