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니클로의 국내 최대 매장인 명동중앙점이 1월 31일 문을 닫는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 시작 후 유니클로의 31번째 폐점이다. 유니클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 시작 후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었다. 브랜드의 상징적 점포로 통하던 명동중앙점까지 정리하는 수순을 보면 1년 7개월간 이어진 ‘노 재팬’ 운동의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적극적인 걸까. 비즈한국이 일본 수입 현황을 점검했다.
#맥주·자동차 수입은 줄고, 게임기·완구 수입은 늘었다
지난해 소비자들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꾸준히 이어졌다. 비즈한국이 대일 수입액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대일 수입액은 전년대비 2조 원가량 줄었다. 2019년 52조 3960억 원에 달하던 수입액은 지난해 50조 6734억 원을 기록했다. 소비재 수입 품목 및 수입액을 분석한 결과, 2020년 소비재 수입액은 3조 6580억 원으로 2019년 4조 629억 원 규모에서 9%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 중량도 2019년 28만 4775톤에서 2020년 19만 8189톤으로 감소했다.
소비재 21개 항목을 살펴보면, 예술품·수집품 및 골동품, 보석류, 가방류 등의 3개 항목을 제외한 18개의 항목에서 전년 대비 수입액이 감소했다. 특히 맥주, 자동차 등에서 크게 줄었다.
2020년 일본 맥주 수입액은 62억 원으로 2019년 437억 원에서 85% 하락했다. 불매운동 전인 2018년(862억 원)과 비교하면 92% 감소한 수치다. 전체 수입 맥주 중 일본 맥주가 차지하던 비중도 크게 줄었다. 2020년 전체 맥주 수입액(2499억 원) 중 일본 맥주 수입액은 2.4%에 불과하다. 2018년 25%, 2019년 14% 등으로 매년 감소세다.
자동차는 2019년 7623억 원이던 수입액이 2020년에는 5510억 원으로 27%가량 줄었다. 전체 자동차 수입액 중 일본차 비중은 6.57%(2019년)에서 4.89%로 감소했다. 일본차 수입량은 2020년 초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4.2%, 2분기에는 65.6%, 3분기에는 16.7% 감소했다.
의류, 가전제품 등도 수입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의류 품목은 2019년 977억 원어치를 수입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905억 원으로 7% 감소했다. 가전제품 수입액은 2020년 1567억 원으로 전년(1714억 원)보다 8%가량 줄었다.
반면 수입액이 늘어난 항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완구·게임용구 관련 제품이다. 완구 및 게임 관련 상품 수입액은 2019년 4539억 원에서 5237억 원으로 15%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의 인기가 높아진 탓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0년 8월 발간한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게임 이용률은 70.5%로 전년 대비 4.8%p 증가했다. 또 모바일, PC게임, 콘솔 게임 등의 이용자 가운데 약 40%가 코로나19로 인해 게임 이용 시간 및 비용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콘솔 게임 시장의 경우 일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대체할 다른 제품을 찾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이라도 일단 사고 보자는 움직임이다. 2020년 상반기 선보인 일본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 직후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판매 사이트는 구매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됐고, 현장 판매일에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도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지난 11월 출시를 앞두고 9월 중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예약 판매를 시작하고 1시간이 안 돼 완판됐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선택적 불매’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의 의의에는 동의하지만 효용을 포기하기 어려운 소비자도 있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효용을 고려해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심리가 있어 필요한 부분에서는 일본 상품의 소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상품의 본원적 기능에 집중한 소비에서는 불매운동의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상 이전처럼 거리낌 없이 일본 소비재를 구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까지 주춤했던 대일 수입, 9월부터 크게 늘어
눈여겨볼 만한 통계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일 수입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0년 3월(1.9% 증가)을 제외하면 1월부터 8월까지 일본 관련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9월 대일 수입액은 4조 2241억 원으로 2019년 4조 2183억 원에서 0.2% 증가했다. 이달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대일 수입액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10월의 대일 수입액은 4조 4048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한 수치다. 11월은 4조 4732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 12월(5조 2006억 원)에는 20%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일본계 브랜드 승용차 신규등록은 8월부터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2020년 8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1%, 9월에는 32.2% 상승했다. 일본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ABC마트도 불매운동 이후 매장 수를 20개가량 늘리며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관계자는 “불매운동 이후 잠시 매출이 주춤했지만 지금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일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했고, 지금은 소비자의 상당수가 일본 브랜드라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영애 교수는 “9월부터 코로나 이슈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고 더불어 정보 탐색의 시간도 늘었다. 소비자에게는 가격 요소가 중요한 만큼 일상용품이라면 일본 제품이라는 자각 없이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해 자극이나 환기의 계기가 없었기 때문에 불매운동에 대한 지속성이 낮아진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전보다 활발한 증가세는 아니며, 예전 소비 수준으로 회복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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