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월 15일 결정 난 해상작전 헬기 2차 사업(MOH-2)은 직전 사업의 승자였던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gustaWestland)의 AW159 와일드캣(wildcat)이 패배하고, 경쟁자였던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의 MH-60R 시호크(Seahawk)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시호크의 사업 승리는 그동안 한국의 대형 신무기 획득사업에서는 찾기 힘든 후발 주자의 역전승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무기가 2차 사업에서 다시 입찰에 성공한 사례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자면 사업 진행의 여러 과정이 마치 시호크 채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을 보여서 여론은 일찍부터 시호크의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우선 2차 사업에서 두 번이나 단독입찰로 유찰되었음에도 방위사업청은 단독 입찰자인 와일드캣의 승리를 선언하지 않다가, 두 번 유찰 이후로 미국 정부가 MH-60R의 판매 의향서(P&A·Price and Availability)를 보내자 다시 사업이 진행된 점이 그렇다. 12대 헬기를 구매하기 위한 예산 1조 원도 와일드캣을 구매하기에는 너무 많고 시호크를 사기에는 너무 작은 예산이었다.
결국 정해진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12대’를 구매하는 사업 특성상 더 비싸고 성능이 좋은 시호크의 승리는 사실 시작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론 보도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경쟁 입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원래 1조 원이 훨씬 넘는 시호크 12대를 1000억 원 이상 할인해서 구매한 우리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진정한 승자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종결된 해상작전 헬기 2차 사업을 경쟁 입찰의 우수사례로 생각하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좋은 조건에 좋은 무기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 아닌, 공정한 기준으로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두 경쟁 기종들을 억지로 끼워 맞춰 여러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가격점수에 대한 역차별 현상이다. 이번 2차 사업의 입찰과정에서 시호크는 와일드캣보다 더 높은 종합점수를 받게 되었는데, 더 크고 오래 날 수 있는 시호크가 와일드캣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가격 협상 과정에서 할인이 크고, 30년 운영유지비 예상 비용이 조금 더 싸다는 것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이번 기종평가의 결과이다.
그런데 두 기종의 최종 제안 가격과 사양을 보면 와일드캣은 해군이 요구한 ROC(작전요구성능)를 통과하면서도 최종 입찰가격은 시호크보다 3000억 원 가까이 싼 가격을 내놓았다. 즉 성능조건은 맞으면서도, 가격이 30~40% 이상 저렴한 기종이 탈락하게 된 셈이다. 해군이나 방위사업청으로서는 이미 사업 예산이 9000억 원으로 확보가 되었기 때문에, 3000억 원의 예산을 더 줄인다고 해서 다른 필요사업으로 남는 예산을 돌리거나, 혹은 더 많은 숫자의 와일드캣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전용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호크와 와일드캣의 운용유지비용 비교도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 현재 와일드캣은 해군이 수리부속을 구매하고 운영을 책임진다. 하지만 시호크의 경우 FMS(대외군사 판매) 기반의 PBL(성과기반 군수)이라는 정비 유지방식으로, 제조사가 수리와 운영을 책임진다. 문제는 FMS로 구매하게 되면서 시호크의 유지 정비 비용과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오롯이 미국 해군에 권리가 있고, 우리는 미국 해군이 정한 비용과 내용으로 유지비를 제조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는 기술이전 및 절충 교역 기회가 평등한 비교 때문에 날아간 것이다. 1차 사업에서 방위사업청은 무기 자체의 성능과 가격 이외에도 기술이전과 절충 교역으로 구매와 함께 국내 방위사업에 도움이 되는 여러 보너스를 평가했는데, 2차 사업에서는 두 기종 모두 절충 교역과 기술이전을 제안한 내용이 거의 없다. 이는 시호크의 비싼 가격 때문에 절충 교역과 기술이전을 요구하면 정해진 예산을 초과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1차 사업에서 기술이전과 절충 교역을 제시하고 수행했던 와일드캣도 같이 이 부분을 뺄 수밖에 없었는데, 동등한 조건에서의 공정한 경쟁 때문에 무기 구매사업에서 최선의 효과를 내기 어려운 현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세 번째 문제는 전체 해군 항공전력의 운용유지에 대한 어려움이 커진 것이다. 와일드캣이 2차 사업에서 탈락하면서, 한국 해군이 운영할 수 있는 와일드캣은 오직 단 8대만 뿐이라 운용유지에 적절한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었다. 처음부터 시호크를 1차 사업 때 구매했다면 모를까, 중간에 기종을 바꾸었으니 훈련과 정비에 예상보다 더욱 큰 비용이 들어, 미래에 준비해야 할 해상작전 헬기 3차 사업에 필요한 예산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가격 대 성능 문제로 한국 해군이 기존에 운용 중이던 링스 성능개량 사업을 포기한 것을 고려하면, 해군 해상작전 헬기의 전체 유지 정비 예산은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사람에 따라 부차적이고 별것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시호크 헬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데 성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경직된 ‘억지로 조건을 맞추는’ 획득사업은 오히려 대한민국군의 전력건설과 방위사업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FMS 구매와 업체가 보증하는 DCS(일반 상업구매)가 경쟁 입찰을 할 때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데, 결국 가격은 저렴하지만, 방위사업에 긍정적 효과가 작은 FMS와 가격은 비싸지만, 국내 방위사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DCS와의 ‘기계적 평등’보다는 우리 군 전력에 미칠 전체적 효과를 생각하는 ‘실질적 평등’이 강조되는 획득사업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시호크와 와일드캣, 링스의 세 종류 헬기를 운용하게 된 한국 해군항공단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가장 경제적인 운용유지 방안을 마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시호크의 경우 성능은 좋지만 인천급 프리깃함이나 세종대왕급 구축함에서 운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차기 구축함(KDDX)에는 시호크를 소형 함정에는 링스와 와일드캣을 운영하되, 전체적인 운용효율과 유지비용을 아끼면서도 전력을 증가할 수 있도록 현재 포기된 링스 성능개량 사업을 다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링스 헬기의 엔진을 와일드캣에 장착된 CTS800 엔진으로 교체하고, AESA 레이더, EO/IR 광학장비 등을 적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유지비용도 적용되고 전체 전력도 향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링스 헬기의 남은 수명이 너무 짧아 이것이 어렵다면 앞으로 추진될 해상작전 헬기 3차 사업은 하이로우 믹스(hi-low mix) 사업으로 가는 것도 제안할 만하다. 즉 무리하게 링스와 와일드캣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고, 대형 해상작전 헬기와 중형 해상작전 헬기를 구분하여 와일드캣과 시호크가 서로 적절한 숫자로 균형을 맞추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이다. 만약 와일드캣과 시호크로 구분하여 해상작전 헬기를 획득한다면, 크기가 작은 와일드캣을 시호크 경항공모함에 탑재하여, F-35B 전투기 탑재 수량을 1, 2대 정도 더 늘릴 가능성도 있으니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다.
공무원과 정부가 하는 일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보수적으로, 경직되게, 규정에 집착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을 소중히 쓰고,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 규정과 제도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규정을 위한 규정 준수보다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생긴 교훈을 반영하여, 다음 사업에서 기업들이 좀 더 좋은 조건의 제품을 제안하고 경쟁을 장려하는 것 역시도 규정 준수만큼이나 필요하다. 방위사업청이 이번 해상작전 헬기 사업의 교훈을 통해 다음 대형 무기도입사업에서 좀 더 국익에 부합되도록 계약과 제도가 더욱 발전하길 기원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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