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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액면분할이 이재용 사면 '신의 한 수' 되나

분할 당시 "주주 확대 통한 여론 형성" 언급되기도…늘어난 개미들 목소리 반영될까

2021.01.25(Mon) 09:17:48

[비즈한국] 지난 18일 오후, 서초동은 이례적인 재판 결과에 깜짝 놀랐다. 국정농단 사건에 ‘뇌물 제공’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기 때문. 당초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권고한 뒤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고 밝힌 탓에 집행유예 등 감형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재판부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1년 6개월을 더 구치소에서 보내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사면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로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삼성그룹 총수를 계속 구속시켜두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형집행정지를 통해 먼저 ‘자유의 몸’이 된 후 대법원 형 확정과 동시에 사면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벌써부터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법조계는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주식을 50대1로 액면분할 한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법조계는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주식을 50대1로 액면분할 한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당 250만 원에 육박하던 황제주를 주당 5만 원 수준의 ‘국민주’로 만들면서 삼성전자 주주가 늘어나 여론에 유리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나왔지만 여론은 “처벌 과하다” 

 

지난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정준영 부장판사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요구했고,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로 답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해 지난해 2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위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여론 조사 결과는 ‘법원 처벌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총수 부재를 맞은 국내 최대기업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감이 더 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폴리뉴스의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판결이)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적절했다”는 답을 택한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이 부회장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역시 과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과하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46.0%로, ‘가볍다’는 응답 24.9%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 부회장 구속은 재계의 투자 위축은 물론 삼성그룹의 채용 축소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치권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한두 달 정도 반발 여론을 고려해 구속 상태를 유지하다가 그 후 대통합이나 경제 살리기 등을 명분 삼아 형집행정지 후 사면이나, 대법원 형 확정 후 사면을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액면분할이 ‘신의 한 수’였다?

 

법조계는 최근 불고 있는 동학개미운동과 주식 투자 열풍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거론 때와는 여론 반응이 다르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이 이 부회장 사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주당 5000원이던 삼성전자 주식의 액면가를 50분의 1인 100원으로 분할키로 결정했다. 당시 1주당 250만 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 주식은 1주당 5만 원으로 낮아졌다. 쉽게 거래할 수 없었던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재탄생했다. 그 후 4만 원 중반을 맴돌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에는 9만 68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잠시 조정을 받고 있다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8만 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0대1 액면분할이 없었다면 1주당 434만 원에 육박한다. 진입 장벽을 낮춘 덕분에 개미 투자자들이 늘어난 효과였다. 

 

올해 초 주가 급등 흐름에서 삼성전자는 개미들의 투자 최우선 대상이었다. 지난 1월 4일부터 6일까지 총 3거래일 동안 기관과 외국인들이 주식을 처분하는 사이 개인은 코스피에 1조 7593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72.85%에 해당하는 1조 2816억 원어치가 삼성전자 보통주로 들어갔다. 70% 넘는 개인 자금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된 것이다. 

 

삼성그룹 내부 소식에 정통한 법조인은 “국정농단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지던 지난 2018년 액면분할 결정 때도, 삼성전자 주식을 더 많은 사람이 사도록 해야 하는 이유로 ‘삼성그룹 주주 확대를 통한 여론 조성’이 거론된 바 있는데,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된 시점에 때마침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사고 있지 않냐”며 “추후 사면론이 거론될 때 투자자들 입장에서 주가에 호재가 될 이 부회장 사면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고 이런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점이 분명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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