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자동차 소비 트렌드가 대형화·고급화되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가 침울해졌다. 소비자들이 고급 승용차에 어울리는 수입 하이엔드 타이어를 선호하며 국내 브랜드들의 제품 판매가 신통치 않아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승용 신차는 126만 126대(1~11월)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등 지출이 줄면서 자동차 구입이 늘었단 게 대체적 분석이다. 그러나 타이어 제조사들은 승용차 판매량 증가의 큰 수혜를 보지 못했다. 지난 2~3년 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소비자들의 수입 타이어 선호 심리가 지난해 확 불붙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금호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매출 추정액은 10조 3000억 원대로 전년 대비 1조 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6조 4500억 원, 넥센타이어 1조 7000억 원, 금호타이어 2조 1000억 원 등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에 집중하고, 기아차도 카니발 등 중·대형차 판매에 열을 올린 영향이 크다. 차급에 맞는 타이어 브랜드를 선택한 결과 국내의 중저가 라인업보다 콘티넨탈 등 해외 고급 브랜드를 장착, 판매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신차에 대부분 국산 타이어를 적용했으나, 현대차가 2015년 제네시스 판매에 박차를 가하며 국내 제조사 타이어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경우 팰리세이드·벨로스터 N라인에, 기아차는 K9·스팅어·카니발·니로(하이브리드) 모든 트림에 수입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2017년 32.8%에 달했던 국산 타이어의 신차용 판매 비중은 23.6%(지난해 1~10월)로 크게 떨어졌다. 이에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산 중대형 고급승용차를 출고할 때 국산타이어 장착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도록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가격을 올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해외 브랜드 타이어를 장착할 수밖에 없으며, 소비자의 선호도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15~16년 제네시스 리콜을 둘러싸고 현대차와 한국타이어가 마찰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설명처럼 타이어가 자동차의 승차감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인식이 커지며 소비자들이 직접 수입 타이어를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 국내 브랜드 타이어를 장착해 출시해도 개인 소비자들이 미쉐린 등이 생산한 범용 타이어로 교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가 판매 중이던 중국 더블스타의 트럭용 타이어 리콜 문제가 불거지는 등 품질에 대한 불신도 생겼다.
기업 간 거래는 물론 개인 소비자들에게도 외면 받기 시작하며 국내 타이어 업계 전망도 불투명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 업계는 규모면에서 글로벌 상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지만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수출 시장을 포함한 판로 개척과 소비자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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