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를 판매하고 환매중단(지급거절)한 은행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순이 이달부터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8일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라임펀드를 판매한 총 8개 은행들에 대한 제재심을 3월 이내에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은행권 개인 제재 대상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라임펀드 판매 증권업계 제재 사례를 감안하면 라임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을 지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3577억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신한은행 2769억 원, 하나은행 871억 원, 부산은행 527억 원, 기업은행 294억 원, 경남은행 276억 원, NH농협은행 89억 원, KDB산업은행 37억 원 순이다
은행권 중 처음으로 제재심 순위에 들어간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라임펀드 외에도 디스커버리 펀드를 6792억 원 가량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 회수에 실패했고, 914억 원 규모의 환매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는 2018년부터 2019년에 집중 판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은행장을 지낸 인물들이 관리 소홀 문제 등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제재 수순에 들어간 기업은행의 경우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행장을 지낸 김도진 전 행장이 제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밖에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행장을 맡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전 우리은행장), 신한은행에서는 2017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행장을 지낸 위성호 흥국생명 부회장과 2019년 3월부터 행장으로 재직중인 진옥동 행장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2분기 중에 제재심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하나은행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2015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행장을 지냈고, 2019년 3월 이후 지성규 행장이 맡고 있다.
금김원은 라임펀드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이 라임펀드를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한 관리책임 소홀 문제를 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산은행에서는 2017년 9월 이후 행장을 맡고 있는 빈대인 행장이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은행과 같은 BNK금융그룹 산하 계열 은행인 경남은행에서는 2018년 3월 이후 행장을 맡고 있는 황윤철 행장이 대상이다. 산업은행에서는 2017년 9월부터 행잠 겸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걸 회장이 제재 대상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다. 문책 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해당 기관장은 연임 제한과 함께 징계 시점부터 원칙적으로 3~5년 간 금융권 취업도 불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지난해 말 증권업계에 대한 제재심 때처럼 은행권에도 고강도 제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와 비교해 은행에만 약한 제재 결정이 내려질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에서 심의 대상에 오른 CEO 6명 중 4명은 중징계(문책경고, 직무정지), 2명은 경징계(주의적 경고) 처분을 내렸다.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게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그렇다면 제재 대상에 오른 은행장급 인사들 중 올 1분기 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인사들의 연임 전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제재와는 별개로 연임 전선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 등을 이유로 금감원의 제재 심의가 이달 말에야 시작되고 상급 기관인 금융위의 최종 제재심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최종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확정된 인사들은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에 효력정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가처분 소송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결국 법원에서 몇 년을 소송으로 끌다가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실제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 등은 현재 금감원을 상대로 소승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제재심과 분쟁조정위원회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 밖에는 밝힐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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