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보배달 아르바이트’에 대한 후기가 줄을 잇는다. 오토바이나 자동차 등이 없어도 도보로 간편하게 배달을 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주부, 직장인,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 아르바이트로 떠오르고 있다. 도보배달을 하며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생겼다. 수입은 얼마나 되며, 실제 일은 어떨까. 기자가 일주일간 도보배달을 체험해봤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일반인 배달원 5만 명 이상
도보배달이 처음 도입된 건 2019년 7월. 배달의민족은 ‘배민커넥트’라는 이름으로 일반인 배달을 활성화했다. 배민에 소속된 라이더인 ‘배민라이더스’와 달리 배민커넥트는 일반인 누구라도 자신이 보유한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혹은 도보 등을 통해 배달할 수 있다. 현재 배민라이더스는 약 3000명이며, 배민커넥트 등록자는 5만 명이 넘는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도 도보배달이 가능하다. 배민커넥트에 비해 배달파트너 가입 과정이 간편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배민커넥트의 경우 PC 안전보건 교육이 필수이며 수료 후 승인절차 등으로 하루가량 시간이 필요한 데 비해, 쿠팡이츠는 앱을 설치하고 30분 이내로 가입을 완료해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안전보건 교육을 이수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이수를 하지 않아도 배달 가능하다.
배민커넥트가 월 20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쿠팡이츠는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배달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라이더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해 배민커넥트 근무시간을 월 20시간으로 제한한다.
다만 쿠팡이츠는 후발주자인 만큼 배달업 점유율이 낮아 주문량이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쿠팡 관계자는 “라이더 숫자나 주문량 등의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쿠팡이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쿠팡이츠 도보배달, 직접 해보니…
재택근무가 늘어난 기회를 틈타 도보배달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거주 지역이 배민커넥트 서비스 지역이 아닌 관계로 쿠팡이츠 배달만 가능했다. 가입 과정은 간단하다. 휴대폰에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을 설치하고 3분가량의 안전준수 동영상을 시청한 뒤 개인정보, 계좌정보 등을 입력하면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배달이 가능한 시간에는 앱에서 나의 상태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하면 된다.
잠시 후 첫 배달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평소 자주 배달을 시켰던 단골 마라탕 전문점이었다. 배달 알림과 동시에 화면에는 픽업 장소인 음식점 상호와 위치, 이동 거리, 예상수입, 음식을 주문한 고객의 대략적 위치가 나타난다. 배달파트너는 배달을 수락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배달을 수락하고 곧바로 음식점으로 향했다. 집을 나서 1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매장에 도착해 앱의 ‘매장 도착’을 버튼을 누르니 점주가 포장된 음식을 건네줬다. 앱 화면에 나타난 고객의 주문표, 주문번호와 같은지 확인하고 ‘픽업 완료’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럼 배달할 주소와 고객의 요청 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배달 장소는 음식점에서 500m 거리의 아파트였고, 고객은 ‘벨을 누르고 현관문 앞에 음식을 놓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동네 지리가 익숙해 배달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고객의 집 앞에 음식을 신속 배달한 후 ‘배달 완료’를 체크하니 3150원의 수입이 표시됐다.
쿠팡이츠의 기본 배달료는 3100원이다. 배민커넥트는 3000원부터 시작한다. 거리할증, 날씨할증 등으로 건당 수입은 매번 달라진다. 폭설 등으로 배달이 어려운 날에는 기본요금이 5000원으로 오른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배달의 경우 이동거리가 멀다 보니 배달 수익도 높은 편이지만 도보배달은 가까운 거리 위주로 배정돼 건당 수익이 높지는 않다. 보통 3000~4000원선으로 책정된다.
두 번째 배달은 국수 전문점. 의기양양하게 들어서 배달할 메뉴를 들고 나가려던 찰나, 점주가 “배달가방을 챙겨 다니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면 요리의 특성상 배달 과정에서 금방 식을 수 있어 보온이 가능한 배달가방을 챙기라는 것이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 찾아보니 쿠팡이츠, 배민커넥트 모두 전용 배달가방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도보배달의 경우 전업 배달원이 아니다 보니 전용 가방까지 구입해 배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 번째 배달을 갈 때는 급한 대로 집에 있는 보냉백을 챙겨 나갔다. 하지만 매장에 도착하고 보니 배달할 음식량이 생각보다 많았다. 돈가스, 짬뽕, 쌀국수 등 6인분의 음식은 챙겨간 보냉백에 다 담기지 않았다. 매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주문량을 확인할 수 없어 생긴 문제다. 결국 가방은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음식이 식을까 마음을 졸이며 주민센터에 배달을 완료했다.
일주일간 점심시간 혹은 저녁시간에 들어온 주문을 받아 총 6번 배달을 다녀왔다. 수입은 2만 2400원. 보통 시간당 1~3건 정도의 배달 주문이 들어왔고, 점심시간 1시간씩만 배달을 해도 월 10만 원 이상의 수익이 가능해 보였다.
#엉성 배달에 점주도 고객도 불만, 배민·쿠팡 “고객에게 보상”
도보배달이 활성화되면서 배달인력 충원은 활발해졌지만, 직업의식이 없는 배달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 수락 후 몇 시간 동안 음식점에 나타나지 않거나, 배달사고를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늘었기 때문이다. 주소를 착각해 다른 집에 배달 가는 건 기본이고, 고객의 배달요청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 점주가 악평을 받기도 한다. 배달 과정이 미흡해 이동 과정에서 음식이 쏟아지거나 식는 경우도 많다.
배민과 쿠팡 모두 점주가 도보배달을 선택하거나 제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 점주는 “도보배달이 안 걸렸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일반인 배달원의 배달 사고가 늘었다. 비대면 배달이 대부분이라 집 앞에 음식을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 금방 확인하기도 힘들다”면서 “고객에게 연락을 받고 음식을 재조리해 부랴부랴 다시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 점주는 “음식이 식지 않게 보냉백에 넣는 게 기본인데, 챙겨 들고 다니는 배달원이 별로 없다. 추운 날씨에 음식을 덜렁덜렁 손에 들고 가는 걸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이 다 식어서 배달되면 손님으로부터 악평을 받는 것은 점주다. 배달 때문에 나쁜 평을 받으면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일반인 배달이 많다 보니 입구에서 들어올 때 손님인지 배달원인지 구분이 안 된다. 구두 신고 코트 입고 들어와서는 배달할 음식을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미흡한 배달로 인한 손해는 점주와 고객의 몫이다. 점주들은 고객평점을 낮게 받아 매출에 영향을 받고, 고객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용 줄이기 등을 위한 목적으로 일반인 배달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면 결국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다”며 “소비자 불만, 불편 등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업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막 시작하는 사업이라 완성형 서비스가 아니다. 계속 보완해나갈 예정이며 배달사고 등에 대해선 고객에게 철저하게 보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 관계자 역시 “라이더 평가는 예민한 문제라 현재는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다. 배달 문제로 점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음식평과 배달평은 분리했다”며 “배달가방을 소지할 수 있도록 입직 때부터 교육하지만 본인 하기 나름이라 제재가 어렵다. 고객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오배송 등의 사고가 나면 바로 재배달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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