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7일 오전 경찰이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에 들이닥쳤다.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언론사 간부나 경찰 등을 ‘특별 관리대상’으로 선정해 가구나 인테리어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0월부터 내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경찰은 신중하게 움직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이 되자 내사 착수 기준 3개월여 만에 공개수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경찰이 신중하게 움직인 것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달라진 수사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첫 케이스가 된 만큼 적극적으로 수사 능력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부에서 흘러나온 첩보…경찰, 2021년 첫 수사 신호탄
수사를 담당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본사 21층 예산담당부서와 대외협력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비자금 조성과 부정청탁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4개 광고대행사에 44억 원이 넘는 돈을 각종 대금 명목으로 보냈다는 의혹과 언론사 간부 및 경찰 등에게 수십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 상당의 할인 혜택을 주고 가구나 인테리어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자료 확보에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40억 원 상당의 대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세 문제 혹은 횡령‧배임 등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게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이다.
한샘은 유령회사인 광고대행사를 통해 40억 원이 넘는 협찬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되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반응은 다르다. 관련 의혹에 대해 지난해 말, 한샘 내부 자료가 수사당국에 ‘첩보’ 형태로 확보됐다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이 담긴 자료들이 수사당국에 확보된 것은 맞다”며 “수사 착수에 있어 결정적인 자료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범죄수사로 스타트 “검찰보다 경찰의 기업 수사 늘어날 것”
법조계는 경찰이 ‘검찰처럼’ 하는 첫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수사를 담당한 곳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다. 경찰에서 ‘반부패수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최근 역할이 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출범하며 존재감이 커진 경찰은 △직접 수사 강화 △기업 수사 확대를 선택했다. 서울경찰청은 같은 맥락에서, 기존 지능범죄수사대·광역수사대 등 2곳을 통해 입수한 첩보를 직접 수사를 하던 주체를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금융범죄수사대·강력범죄수사대·마약범죄수사대 등 4곳으로 확대했다. 이 중 금융범죄수사대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압수수색에 나선 것.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기업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압수수색에서 수사 주체는 조직에서 의미하는 바나 수사가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실질적인 근무를 하는 새해 첫 주에 한샘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은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의 첫 수사가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검찰이 주도했던 기업 관련 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도 충분히 수사를 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연스레 경찰 수사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기존의 경찰은 특정 의혹이 제기되면 비교적 제한된 의혹만 수사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비자금 조성 의혹’이라 그 사용처로 수사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한샘은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 결과 비자금이 조성된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자금이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 서울경찰청은 이 같은 수사를 위해 그동안 변호사와 회계사 등을 특별 채용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금융범죄수사대는 경찰이 검찰에 치중된 금융범죄를 수사하는 역할을 늘리겠다면 만든 곳이고, 늘어난 직접 수사 주체 중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올해는 검찰보다 경찰에서 주도하는 기업 수사가 더 많은, 매우 달라진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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