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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1 리포트]③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 본 자율주행차 최신 동향

완전 자율주행 레벨4 근접한 기술 대거 공개…운송·물류 현장에 먼저 도입될 듯

2021.01.15(Fri) 16:33:43

[비즈한국] 가전 박람회 CES의 별명 중 하나가 바로 ‘라스베이거스 모터쇼’죠.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 등을 앞세워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전시관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켰습니다. ‘자동차도 가전이야?’라고 낯설게 보던 그 전시관은 이제 가장 주목받는 주제들을 담고 있지요.

 

온라인으로 치러진 CES의 자동차는 직접 만져지는 무엇인가가 없어서 그런지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미래의 자동차 기술이 이제는 콘셉트를 넘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든 게 그 심심함의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결과 자율주행, 그리고 전기차는 이제 상상이 아니라 코앞에 와 있는 현실입니다.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시험 차량이 디트로이트 시내 거리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모빌아이 제공

 

제가 CES에서 가장 신경 써서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모빌아이의 발표입니다.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들을 소개하지요. CES2021에서 암논 샤슈아 창업자는 조금 더 현실적인 자율주행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사실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섰습니다. 완전 자율주행의 영역으로 꼽히는 레벨4도 멀지 않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세상이 기계가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모빌아이는 산술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알고리즘 RSS(Responsibility Sensitive Safety)에 무게를 두고 설명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한동안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려야 하고 어느 정도는 사람의 불완전성과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책임은 사람보다 자율주행 차량에 더 큰 무게가 실리겠지요.

 

RSS는 이를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서 사고를 막아낼 수 있는 운전 규칙을 만드는 수식입니다. 올해 모빌아이는 이 RSS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적절한 규제와 운전 정책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도로 법규와 운전자들의 습관 등을 학습하고, 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암논 샤슈아 창업자는 확장성이 뛰어나서 2주 정도면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도쿄, 상해, 디트로이트 등에서 활용하고 있고요.

 

데이터의 수집은 현재 운행되는 차들을 이용합니다. 바로 우리가 지금 타는 차들 말이지요. 이미 모빌아이의 주행 보조 장치는 많은 차량에 달려서 분석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RSS에 새로운 데이터들이 반영되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데이터는 고정밀 지도입니다. 전 세계의 도로는 너무나도 방대할 뿐 아니라 도로 상황은 수시로 달라집니다. 이걸 특정 인력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결국 도로의 정밀도를 올리는 것은 크라우드 소싱을 해야 하지요.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창업자가 2025년부터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예정인 주파수 변조 연속파(FMCW) 레이더를 탑재한 실리콘 광자의 새로운 라이다 SoC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모빌아이 제공

 

모빌아이의 과제는 이 데이터 수집과 학습, 그리고 이를 다시 도로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 완성차 업체, 정부, 보험사 등을 모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네, 이제 이 자율주행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정밀도와 안전성을 설득하기 위해 모빌아이는 카메라 기반의 비전 컴퓨팅 기술 외에 레이더와 라이다를 함께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습니다.

 

모빌아이는 내년 9월부터 중국의 지리 자동차와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을 양산하면서 시장을 설득하고, 동시에 기술을 다지면서 수익성까지 확보하겠다고 합니다. 암논 샤슈아 창업자는 자율주행 차량을 완성하는 과정은 마라톤이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럼 자율주행 차량은 언제쯤 도로를 달리게 될까요? 올해 전망은 2025년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애초 많은 기업들이 2021~2022년 정도를 목표로 두었는데 조금 뒤로 밀린 셈입니다. 안전 뿐 아니라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편이 맞을 겁니다.

 

이번 CES에 소개된 자동차 기술들은 더 현실적이 됐습니다. 거의 모든 완성차 브랜드가 기본 플랫폼을 전기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공개했고, 모바일 인터넷과 반도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하지만 현실적인 인터페이스도 소개됐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차량의 디스플레이를 새로 설계했습니다. EQS에 들어갈 기술인데,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화면을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콘텐츠 등을 접목한 새로운 UX입니다. 벤츠는 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차량 조작뿐 아니라 주변 정보나 도로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검색하는 ‘메르세데스 여행 지식’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인데, 결국 자동차의 디스플레이가 미래에는 단순 계기판이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벤츠가 CES 2021에서 공개한 새로운 UX의 계기판 및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BMW는 차량이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자율주행을 위해 직접 주변 환경을 읽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도로를 달리는 차들끼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나리오가 공개됐습니다. 센서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율주행에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이를 도로나 지도의 관리자에게만 의존하는 대신 차들끼리 실시간으로 수많은 정보를 모으는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고도화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더 현실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자율주행 차량은 어떻게 자리를 잡을까요? 당장 우리가 꿈꾸는 것처럼 내 차를 기계에 맡긴다는 개념보다는 산업에 먼저 반영될 것이라는 게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인식인 듯합니다. GM은 브라이트 드롭이라는 이름의 운송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택배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송 트럭, 그리고 상품을 주고받거나 물류 창고에서 옮겨주는 라스트마일을 위한 선반형 로봇이 소개됐습니다.

 

물류의 효율은 세계적인 이슈이고, 여전히 배송은 사람의 손에 100%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많은 기업 뿐 아니라 배송을 맡는 노동자들과 제품을 받는 소비자들도 반가워할 겁니다. 기술을 반기는 온도 차이가 확실하겠죠.

 

모빌아이 역시 자율주행 차량의 시작은 로봇 택시로 보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은 택시 요금을 일반적인 대중교통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각종 규제를 따르기도 한결 수월합니다. 도로를 메운 택시들이 시에서 정한 규칙대로 움직인다면 안전부터 도로 흐름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자율주행 차량 운영의 경험을 갖게 되면 이후의 개인 차량을 이용한 자율주행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CES에서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게 이제 10년입니다. 10년 전에는 ‘이게 될까?’였다면 이제는 ‘저게 나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CES는 쉬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고민은 더욱 치열해진 듯합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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