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뱅크가 새해 첫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 라인에 힘을 실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그룹장에게 신설 그룹의 그룹장 자리를 맡겨 겸직토록 한 것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2019년 2대 주주로 내려왔지만 여전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인사로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임원들의 영향력이 확대됐다. 지난해 1월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사임하면서 공동대표였던 카카오 출신 윤호영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었던 바 있다. 그 전해인 2019년 11월엔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김주원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회사를 떠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지주(계열지분 포함)가 2대 주주로 내려가면서 입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9년 11월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카카오에 넘기고 지분 대부분을 계열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의 지분율(2020년 9월 말 기준)은 카카오 33.54%,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28.6%, 한국투자금융지주 4.93%로 구성됐다. 그 외 국민은행이 9.86%, 넷마블·서울보증보험·우정사업본부가 각 3.94%다.
하지만 2020년 3월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 출신 김광옥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가 카카오뱅크에 부대표로 입성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인사들의 영향력이 다시 확대됐다. 같은 달 김주원 의장이 카카오뱅크에 의장 직함으로 다시 복귀한 것도 이같은 기조에 힘을 보탰다. 이는 한국투자금융과 카카오 출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5월 그룹장급 인사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됐다. 당시 인사에서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임원이 1명씩 진급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이형주 카카오뱅크 상품파트장은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로 선임됐으며, 카카오 출신 고정희 파트장은 최고서비스그룹(CSO) 그룹장으로 승진했다.
기계적인 수평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에서 그룹장 이상 임원은 총 9명(대표이사 1명, 부대표 1명, 그룹장 7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은 김광옥 부대표, 신희철·이형주 그룹장 등 3인, 카카오 출신 임원은 윤호영 대표이사, 정규돈·고정희 그룹장 등 3인이다. 현재 윤호영 대표가 회사를 이끄는 모양새지만, 이사회는 김주원 의장이 이끄는 점을 감안하면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향후 신희철 그룹장의 겸직이 유지될지 주목된다. 그의 향방에 따라 양사 출신 간 기업 내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신희철 그룹장의 겸직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희철 그룹장에게 일시적으로 겸직을 맡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사외이사 명단을 보면 신보선 사외이사(서울보증보험 출신), 황인산 사외이사(하나은행), 이상원 사외이사(KB국민은행), 이계순 사외이사(우체국금융개발원장), 웅진윤 사외이사(큐브벤처파트너스), 마이클재욱진 사외이사(하나UBS자산운용 출신) 등 6명이다. 이들 가운데 카카오뱅크 지분을 가진 법인 출신이 3명이나 포함돼 사외이사 독립성 보장에 물음표가 찍힌다.
카카오뱅크 측은 “특별히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을 고려해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인사 시스템에 따라 임원이 선임되는 구조”며 “사외이사 역시 검증 시스템에 따라 선임될 뿐 특정 주주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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