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차와의 자율주행 전기차 제조 협력설로 애플의 자동차, 이른바 ‘애플카’에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애플카에 대해 어떤 정보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쏟아지는 보도들과 소문들뿐 아니라 그동안 애플이 신청한 특허들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잠재적 경쟁자는 단연 이 시장의 압도적인 리더인 테슬라다. 지난 12월 테슬라가 S&P 지수에 편입한 당일 공교롭게 애플의 전기차 개발설이 보도된 데 이어 현대차 협력설까지 등장, 미래의 자동차를 두고 두 테크거인이 어떤 경쟁을 펼쳐나갈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애플이 발표한 공식 정보는 없지만 두 회사의 특허, 활동 이력, 기존 자산 등 여러 가지 단서들을 종합해 미래의 애플카와 테슬라의 경쟁력을 비교 분석해봤다.
#특허로 그려본 애플카 ‘움직이는 거대한 아이폰’
애플이 신청하거나 등록한 특허들을 종합해 보면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차가 어떤 모습일지 예상해볼 수 있다. 애플은 이미 2000여개의 자동차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애플카에 대한 야심이 크다. 그중 주요 특허들을 살펴보면 유리창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창의 색상 및 밝기가 인공지능으로 조정되는 시스템, AR 및 VR 콘텐츠를 멀미 없이 보여주는 기술, 자동 온도 조절, 탑승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는 충전 스테이션, 차량 위치 추적 등이다.
각 특허의 설명들을 종합하면 이런 애플카를 그릴 수 있다. 대시보드뿐 아니라 어쩌면 전면 유리창까지 스크린이 되어 콘텐츠를 AR, VR로 멀미 없이 제공하는 애플카는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는 동안 차 안이 영화관, 도서관, PC방, 음악감상실, 사무실도 될 수 있다. 그리된다면 지금 유행인 ‘워킹 프롬 홈’ 형태의 원격 근무 문화가 ‘워킹 프롬 카’로까지 확장될지도 모른다.
탑승자는 겨울에는 차에 타자마자 따뜻하고 여름에는 타자마자 시원하며, 건강 상태에 따라 차량 내 온도, 습도 등 ‘기후’가 조절된다. 밤낮에 따라 창문 색상이 어두워지거나 밝아져 외부 빛 수용량을 조절하고, 눈을 감으면 수면을 위해 어두워지고, 깨면 다시 밝아진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충전소에 차를 대기만 해도 전기가 충전되고, 주차한 위치를 기억 못 해도 아이폰으로 쉽게 찾을 수 있고 주차 요금 및 결제 방법도 안내받는다. 애플의 운영체제가 애플카에도 적용되어 아이폰에서 누리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차 안을 오락 및 업무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뿐 아니라 자율주행 차량을 준비하는 모든 기업이 공통으로 추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12일(현지시각)부터 열리고 있는 CES 2021에서도 글로벌 굴지의 테크 및 자동차 기업들이 다양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관련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도 17인치 대형 스크린을 선보인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이미 19종의 테슬라용 게임 등급 분류를 받았다. 또한, 애플처럼 자체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에 탑재된 자체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을 제공, 일찌감치 자동차를 하나의 커다란 컴퓨터화 하는 흐름을 이끌어 왔다. 뒤늦게 차량용 운영체제 개발에 나선 후발주자들에 비해 테슬라는 앞서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거대한 생태계는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애플카가 나온다면 애플의 운영체제는 한방에 강력한 생태계를 차량에 제공해 테슬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아이폰과 아이패드만 이용해 봐도 그 특유의 매끄러운 연계에 감탄하게 된다는 걸 애플 이용자들은 쉽게 공감한다. 아이폰으로 누리는 모든 것을 확장된 공간에서 확장된 디스플레이와 기술로 누릴 수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나타난다면, 애플이 이 시장 후발주자라 해도 단숨에 테슬라를 위협할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압도적 데이터의 자율주행 AI’ 인프라 탄탄한 테슬라
하지만 그런 환상적인 애플카가 구현되기 전에 안전한 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애플과 테슬라 모두 레벨 5의 완벽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목표로 할 것이고, 안전한 운행 확보는 두 회사 모두의 우선 과제이며 누가 더 쿨하고 멋진 디자인과 경험을 제공할지는 그 다음 문제다.
그 우선 과제를 먼저 달성하는 데는 테슬라가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주변 교통 상황과 사고 위험 등을 감지해 속도 조절, 급정지 명령 등을 신속히 내리는 똑똑한 AI가 큰 도움이 되는데, AI가 똑똑해지려면 방대한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 자동차연구원은 테슬라의 2021년 1월 누적 주행 데이터는 51억 마일에 달할 것이라고 지난해에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어느 기업보다도 압도적인 양이다. 일례로 구글 웨이모의 누적데이터는 2000만~3000만 마일일 것으로 예상한다.
테슬라의 특허 정보들을 살펴봐도 이용자 안전확보에 중점을 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안전띠가 잠겼는지 체크하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테슬라가 신청한 특허 중에는 벨트가 잠겼다 해도 탑승자가 제대로 착용을 하지 않았는지까지 체크하는 내용이 있다. 또 이용자의 신체 사이즈뿐 아니라 나이에 맞는 에어백이 나오도록 정밀한 탐지 기능을 제공하는 특허를 받기도 했다. 물리적 와이퍼를 레이저로 대체하는 내용의 특허도 신청했는데 이는 미관상 깔끔할 뿐 아니라 시야도 가리지 않아 좀 더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다른 사업들과의 연계로 시너지를 낼 잠재력도 높다. 머스크는 AI 기업 오픈 AI와 태양광 에너지 업체 솔라시티의 창업자이기도 하며 우주개발 회사 스페이스X를 통해 위성 인터넷 사업도 펼치고 있다. 또 땅속 터널을 통해 대중교통을 제공하겠다는 ‘더 보링 컴퍼니’ 역시 그의 회사다. 이 사업체들의 위성 인터넷, 교통 데이터, AI, 태양 에너지 등의 역량은 전부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에서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는 우군들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뇌 컴퓨팅 인터페이스 회사인 뉴럴링크의 뇌 이식 칩을 테슬라 사업에도 연계하고 싶다고도 했다. 결국 탑승자의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원하는 곳으로 가고 음악도 틀고 영화도 재생하는 차가 머스크표 자율주행 전기차의 궁극적 목표임을 추론할 수 있다.
한편 자율주행 차량의 ‘눈’ 역할을 할 기술 구현을 위해 라이다를 선택하는 회사가 있고, 카메라를 선택하는 회사가 있다. 테슬라는 대표적인 카메라 진영인데 애플은 라이다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라이다 지지자들에게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특유의 감성과 미래 기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애플과 테슬라 두 기업의 제품 모두 기능, 성능 등 물리적인 특성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충성도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데에는 심리적인 부분, ‘매력’이 크게 작용하며 이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가끔 애플의 너무 도도하고 납득 안되는 AS 정책 등에 반발하면서도 지갑을 계속 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애플 제품 특유의 ‘감성’ 때문이다.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마우스를 갖춘 개인용 컴퓨터를 최초로 고안한 기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창조한 스마트폰 원조 등 테크 혁신자로서의 정체성이 담긴 유려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조작 방식의 애플 제품이 주는 감성은 흉내 내기 어렵다.
애플이 ‘감성의 아이콘’이라면 테슬라는 ‘미래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가 있다. 우주 개발에 가장 앞장서며 하루가 멀다고 로켓을 쏘아 올리는 스페이스X, AI에 당하지 않겠다며 뇌 이식용 칩까지 개발하고 있는 뉴럴링크 등이 그의 또 다른 회사들이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상상들을 정말로 현실로 만들어줄 것 같은 눈부신 활약들은 그가 이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테슬라 주가가 고평가 논란에도 치솟기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애플카가 나오면 그동안 직접 경쟁해 본 적 없는 두 만만치 않은 매력자들의 정면대결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회사가 앞다투며 보여줄 혁신과 이에 자극받을 전통 자동차 기업들의 분발이 소비자의 일상에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궁금하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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