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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안 찌는 당뇨약' SGLT2 억제제, 제네릭 경쟁 과열 조짐

특허 만료까지 기간 남았지만 발 빠른 움직임…외국 제약사 오리지널 대체 여부는 '미지수'

2021.01.14(Thu) 11:16:39

[비즈한국] ‘살 안 찌는 당뇨약’으로 불리는 SGLT2 억제제 시장을 두고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접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와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 등 외국 제약사 신약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제네릭을 생산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 도전과 승소(인용)사례가 새해에도 끊임없다. 제네릭만 수십 개에 달할 전망이라 ‘과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이 외국 제약사 오리지널 약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 특허 도전 이어져

 

SGLT2 억제제는 제2형 당뇨의 2차 치료제다. 당뇨병은 체내에서 인슐린을 전혀 생성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형 당뇨로 나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최초 약물치료에는 주로 혈당 조절제인 ‘메트포르민’이 쓰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치료가 잘 안 될 때 선택하는 약물 중 하나가 SGLT2 억제제다. 아스트라제네카·베링거인겔하임·아스텔라스·얀센·엠에스디 등 해외 제약사가 국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살 안찌는 당뇨약’으로 불리는 SGLT2 억제제 시장을 두고 국내 제약사들의 치열한 ‘제네릭 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사진=비즈한국 DB


2014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SGLT2 억제제는 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선 가장 늦게 등장한 후발주자지만 의료 현장의 관심은 남다르다.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진료지침’을 개정하고 SGLT2 억제제 사용을 권고했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처방률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부작용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로 인해 심장과 신장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데 SGLT2 억제제는 심장과 신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제약사들은 외국 제약사의 SGLT2 억제제 신약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가장 먼저 제네릭을 내놓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SGLT2 억제제 의약품 시장에서 처방률 2위인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에 대해 특허심판을 청구해 인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허청 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에 따르면 지난 5일과 6일 경보제약·지엘파마·펜믹스·건일제약·콜마파마·한국콜마가 베링거인겔하임을 상대로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은 ‘청구성립’ 심결을 냈다.

 

이들 국내 제약사가 도전한 특허는 2026년 12월 만료되는 베링거인겔하임의 결정형발명 특허다. 2019년 이 특허를 깬 종근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1개 제약사가 특허심판을 내 승소했다. 국내에선 약사법에 따라 퍼스트 제네릭에 대해 9개월간 독점 판매 권리(우선판매품목허가권, 우판권)가 보장된다. 이 허가권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최초 심판청구, △최초 허가신청, △승소 심결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한 곳이다. 제형 등에 따라 같은 성분이어도 우판권을 공동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종근당이 그 권리를 누려야 한다. 그러나 종근당은 오리지널약의 화학구조 일부만 바꾼 염 변경 제품이고, 다른 제약사들은 일반 제네릭이라 이들 제약사는 우판권에 따른 독점기간과 상관없이 약을 판매할 수 있다고 보는 것. 화학구조가 다른 제품이라 우판권 획득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제약사들의 특허 도전은 좋은 약가를 받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현행 약가제도에 따라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되면 기존 최저가의 85%로 약가가 책정된다. 

 

국내 제약사가 도전한 특허는 2026년 12월 만료되는 베링거인겔하임의 결정형발명 특허다. 2019년 이 특허를 깬 종근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1개 제약사가 특허심판을 내 승소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물질특허도 등재했는데 2025년 만료된다. 이 물질특허에 대해선 동아에스티가 처음으로 2015년 무효심판을 청구했지만 2018년 기각 심결을 받은 바 있다. 해당 특허에 도전하는 제약사도 현재로선 없다. 결정형특허에 대해 심판을 청구해 승소한 제약사는 물질특허에 대해선 인용심결을 획득하지 못했다. 따라서 물질특허가 끝나는 2025년에 최소 51개 제네릭이 등장할 전망이다. 물론 특허와 별개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SGLT2 억제제 점유율 1위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에 대해서는 벌써 우판권을 획득한 국내 제약사가 적잖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4일 기준 포시가의 염 변경 제품으로 2024년 만료되는 특허를 깨고 허가까지 받아 우판권을 받은 의약품은 23개다. 2023년 만료되는 포시가의 또 다른 특허를 회피한 제약사는 동아에스티가 유일하다. 따라서 앞서의 23개 의약품에는 2023년 특허가 만료되는 다음 날인 2023년 4월 8일부터 2024년 1월 7일까지 독점판매 권한이 부여된다. 한편 2024년 만료되는 특허의 무효 심판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다만 1심과 2심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모두 패소해 대법원에서 판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포시가와 자디앙 모두에 대해 특허를 회피한 곳도 있다. 동아에스티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는 제약업계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우수한 효과의 제품이더라도 특허 만료 시점의 시장 현황까지 예측하기도, 특허 도전의 성공 여부도 가늠하기 어렵다. 만약 하나의 의약품에 대해 특허회피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제품 특허에 도전한다면 시기가 많이 늦어질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여러 제품에 대한 특허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도전 안 하면 이상한 국내 제약사 상황, 오리지널약 대체할 수 있을까

 

국내 제약사 제네릭이 외국 제약사 신약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특허 도전에 대해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포시가와 자비앙 판권은 각각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에 있다.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협업 기간 동안 제네릭 출시를 못 한다. 이 대형 제약사 두 곳을 제외하고는 다른 제한이 없다”며 “SGLT2 억제제에 대해서 현재 다른 약과의 병용 허가나 급여가 제한적이라 처방 역시 제한적인 면이 있다. 같은 제2형 당뇨 2차 치료제인 DPP4 억제제는 시장에 나온 오리지널약만 9개 정도다. 특허가 풀려도 너도나도 다 약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 국내 출시된 SGLT2 억제제는 아직 3개밖에 없다. 급여 제한이 풀린다는 걸 전제로 하면 처방이 늘어날 게 분명하니 도전을 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대신 제네릭으로 SGLT2 억제제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고 할까. 같은 계열 약물이라도 더 효과적인 신약을 개발하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차봉수 교수는 “SGLT2 억제제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개발하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재혁 교수는 “워낙 임상 결과가 훌륭해서 신약보다는 제네릭으로 접근하는 게 편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향후 몇 년 내에 SGLT2 억제제 제네릭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자 치료의 질이 개선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약품 가격 부담은 확실히 덜 수 있을 거라 내다본다. 김대중 교수는 “하루 한 알 기준 자디앙은 660원, 포시가는 784원이다. 제네릭은 약가가 더 내려간다. 당뇨 환자는 약을 여러 가지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격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 제네릭이 외국 제약사 신약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차봉수 교수는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열등하지 않으면서 안전성을 입증한 제품이다. 오리지널약이 절대적으로 좋다. 의사 자율이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오리지널약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김대중 교수는 “미국에서는 오리지널약이 워낙 고가라 제네릭이 나오면 제네릭 시장으로 전환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달라 기존 환자들은 제네릭으로 많이 넘어가지는 않는다. 다만 신규 환자에 대한 제네릭 처방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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