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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비리' 후속 대책 지지부진 논란

대법원 유죄 판결 우리은행 "검토 중, 시기 결정된 것 없어", 타 은행들 "우리은행이 결정 못하는데"

2021.01.12(Tue) 14:12:01

[비즈한국] 4대 시중은행 중 채용비리 재판 결과가 가장 먼저 확정된 우리은행이 부정입사자들과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 문제가 1년 가까이 장기 검토만 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시중은행들은 우리은행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박정훈 기자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2월 2015년~2017년 우리은행 신입 입사자 중 27명이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받고 부정입사했다는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 중 19명이 올해 1월 현재 우리은행에 출근하고 있다. 

 

부정 입사자는 채용을 청탁한 정부 관련 고위 인사, 고액거래처, 우리은행 계열사 임직원들의 자녀들이다. 

 

대법원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채용비리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8월의 실형을 지난해 2월 확정했다. 이밖에 채용비리 당시 장 아무개 인사담당 상무를 비롯한 인사부 홍 아무개·조 아무개 부장, 이 아무개 팀장에게 각각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우리은행 측에 부정입사자 채용을 취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은 “법률적 판단과 정책적인 판단을 고려해 검토 중이며 피해자 구제와 관련된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검토는 길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언제까지 시한을 정해 부정입사자들과 피해자들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정한 적은 없다. 당행이 어떠한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일부 관측은 현재로선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이 실제 부정입사자에 대한 채용 취소와 피해자 구제를 확정하는 데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 등에선 부정채용에 대한 조치와 관련한 소급 적용이 원칙적으로 어렵다. 부정채용이 이미 수년 전에 이뤄진 일이어서 피해자들을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 부정채용 당사자들이 우리은행 관련 회사에서 여전한 자리 보전과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현재 우리은행 관련 업체 ‘원피앤에스‘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장 아무개 전 상무도 원피앤에스 고문이다. 윈피앤에스는 비금융회사이지만 우리은행 사우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 관련 회사다. 그 외 홍 전 인사부장은 우리카드에서 상무로 재직하고 있고, 이 전 인사팀장은 해외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부정채용과 관련한 결정에 대해 다른 4대 시중은행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 은행 관계자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검토하겠다”라거나 “​아직 우리은행이 결과를 내놓지 않아 현재로선 어떠한 입장도 내놓을 수 없다”​고만 밝혔다.

 

친인척 부정채용 의혹을 받았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기소는 피했지만, 당시 인사팀에서 실무를 맡았던 채용팀장과 부장 등은 징역과 집행유예 등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 법인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법원 판결문에는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고 쓰인 메모가 전달됐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메모의 내용이 윤종규 회장의 지시라는 점을 입증할 수 없고 채용 청탁 등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신한은행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국회의원·정부기관 직원 자녀나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를 별도 관리해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정합격시켰다.

 

2015~2017년 신한은행장을 지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신한금융 관계자 7명은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로 지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임원 자녀 특혜채용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신한은행 전직 인사부장 2명은 구속기소됐다. 조용병 회장은 2020년 1월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조 회장은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1심 판결문 기준으로 신한은행 내부 임직원 자녀로 부정 채용된 직원은 모두 9명이다.

 

4대 시중은행 중 재판 진행이 가장 더딘 곳은 하나은행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인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사청탁을 받아 9명을 부당 채용한 혐의와 신입행원 남녀 비율을 4대1로 맞춰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아직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함 부회장 외에도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 등과 하나은행 법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

 

4대 시중은행 Ci.  이미지= 각 은행


2018년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의 채용관리 기본 원칙과 운영 사항을 정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 규준’을 만들었다. 이 규준은 부정입사자에 대해 은행이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하거나 면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모범규준은 이미 발생 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할 수 없고, 은행들에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 정의당 주도로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서 정한 금융기관, 상시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채용비리가 구직자 채용에 영향을 미친 경우 구직자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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