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태성문화재단이 자산 규모 4조 원을 웃도는 호반건설의 지분 4% 이상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 과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태성문화재단이 오너일가와 무관한 외부 주주로부터 대부분의 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추산되는 지분 가치만 1500억 원 수준이다. 어떻게 태성문화재단이 증여받을 수 있었을까.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호반건설은 태성문화재단이 2020년 12월 24일 자사의 지분 4.43%를 추가로 확보해 지분율을 7.34%까지 끌어올렸다고 같은 달 31일 밝혔다.
비상장사인 호반건설의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이 54.73%로 최대주주다. 이어 김대헌 사장의 모친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10.84%, 김 사장의 부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10.51%로 각각 2,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4대 주주인 태성문화재단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5대 주주 호반장학회(1.86%)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태성문화재단은 노용욱 삼성금거래소 전 대표이사(0.13%)와 외부 주주(4.31%)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성문화재단의 호반건설 지분이 늘어난 만큼 이전 소유 주주의 지분은 감소했다.
그렇다면 태성문화재단은 이들 지분을 유동성을 투입해 매입했을까. 호반건설의 가장 최근 실적 지표인 2019년 12월말 감사보고서 기준 자산 현황은 4조 7239억 원이다. 전체 자본 규모는 3조 4554억 원으로 재무 건전성도 양호하다.
반면 태성문화재단은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 유동자산은 2019년 12월 말 기준 4억 2213만 원이다. 비유동성자산이 954억 7997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많다. 부채 비율이 낮아 기본 순자산은 931억 9279만 원이다.
이 때문에 태성문화재단이 호반건설 지분을 자금을 동원해 매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지분의 가치를 총자본의 4.43% 수준으로 추산하면 1530억 원에 달한다. 태성문화재단의 자본을 전부 투입해도 해당 지분을 매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태성문화재단이 해당 지분을 증여받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들이 태성문화재단에 지분을 증여한 배경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노용욱 전 대표이사는 호반건설 오너일가와 친족이기 때문에 지분을 호반건설과 밀접한 관계인 태성문화재단에 증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분(4.31%)을 제공한 주주는 외부주주다. 외부주주가 1500억 원 가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분을 이해관계와 무관한 재단에 증여하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태성문화재단의 호반건설에 대한 지배력이 공고해지면서 이들 외부 주주의 정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회계사는 “재단에 기부한 것을 두고 문제를 삼기는 곤란하다”면서 “다만 그룹과 무관한 주주가 선뜻 수천 억 원 단위의 지분을 기부한 것을 두고 이상하게 보려면 이상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호반건설 측은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데까지다. 이 외에는 회사도 알 수 없는 사안”라고 말했다. 비즈한국은 태성문화재단에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를 위해 수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태성문화재단은 2004년 10월 14일 설립됐다. 설립 시 김상열 회장이 5억 9113만 원을 출연했으며, 호반그룹 출신 기업인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알앤원과 알앤투가 각각 5억 원 씩 출연했다. 태성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우현희 이사장은 김상열 회장의 부인이자 김대헌 사장의 모친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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