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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블링' 2030 남성들, 불경기에 보석·명품 찾는 까닭

성별 경계 사라지고 자기 표현 욕구 강해…환금성까지 '두 마리 토끼' 잡는다

2021.01.08(Fri) 17:52:48

[비즈한국] 남성이 화장을 하거나 명품 가방을 들며 자신을 꾸미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주얼리·잡화 등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영역으로도 자신을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코로나19로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유통 업계도 남성용 제품군 확대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30 그루밍족이 늘면서 지난해 남성 명품의 매출 증가율이 여성 명품을 앞질렀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명품숍 내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3일 명동 본점을 1979년 개점 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리뉴얼 한다고 밝혔다. 본점은 물론 에비뉴엘·영플라자를 대폭 개조해 ‘명동 롯데타운’을 명품관으로 재단장한다. 백화점 전체를 뜯어고치는 수준의 리뉴얼로 현재 14~15%인 해외 명품 구성을 2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5층 남성관에 럭셔리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남성 명품관으로 재탄생 시킨다는 점이다. 명품 소비가 많아진 남성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둔 포석이다.

 

최근 2030 그루밍족(패션·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의 소비는 단지 화장과 튀는 의상을 넘어 가방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명품의 매출 증가율이 여성 명품을 앞질렀다. 과거 남성들이 주로 구입하는 명품은 지갑·허리띠 등 비교적 저렴한 것들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가방·의류 등 고가제품으로 확대됐다.

 

이에 신세계백화점 등은 ‘맨즈 위크’ 등 남성 고객을 겨냥한 행사를 통해 의류는 물론 남성 전용 뷰티 상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팝업 스토어에서 남성 컬렉션을 진행한 바 있다. 루이비통은 2019년 7월 아시아 최초로 신세계 강남점 5개층에서 루이비통 가방·의류·주얼리·향수 등 전 장르의 신상품을 선보이는 등 차별화 전략을 취해왔다. 

 

롯데백화점도 구리점에 남성 잡화만 취급하는 편집숍 ‘스말트(SMALT)’를 지난해 10월 설치했다. 이 매장은 톰 브라운·보테가 베네타·로에베 등 인기 브랜드 잡화와 오메가·몽블랑·노모스·진 브랜드의 시계 등도 판매 중이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명품관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최고급 남성 복합 편집샵 ‘G.STREET 494 HOMME(G494H)’를 리뉴얼 해 지난해 9월 7년 만에 열었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 제품이 주얼리로도 퍼지고 있다. 자신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품의 성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남성이 여성 제품을 사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점도 주얼리 브랜드 제품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은 주얼리·패션 브랜드가 만든 시계나 명품 팔찌·반지 등이다. 사진=까르띠에 인스타그램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은 주얼리·패션 브랜드가 만든 시계나 명품 팔찌·반지 등이다. 시계의 경우 롤렉스·IWC와 같은 초고가 제품보다는 주얼리 브랜드의 패션 시계를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2020년 1~10월 워치주얼리 상품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8.1%나 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가운데 유동자금이 늘어나면서 하이엔드 시계·주얼리 등 품목의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까르띠에가 K팝 그룹 엑소의 세훈·민호·피오 등 남자 아이돌과 화보를 촬영하고, 구찌 주얼리도 엑소 카이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대대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 아이돌 가수는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불경기와도 관련이 있다. 경기가 악화되자 명품도 환금성이 좋은 아이템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시계나 금·진주 같은 희귀 금속·보석류는 언제든 재판매 할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일종의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유통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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