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가 다음달 28일까지 지분을 매각해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혀 쌍용자동차의 주인이 바뀔 예정이다. 현재 쌍용자동차는 국내외 은행에 1650억 원의 대출금을 연체하며 기업회생절차와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을 신청한 상태다. 이 기간에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신진자동차, 쌍용, 대우,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등 5개의 기업을 거쳐간 쌍용자동차. 이번엔 누구의 품에 안길까.
#쌍용자동차의 탄생과 국내 시장 성과
쌍용자동차의 시초는 ‘하동환제작사’였으며 1954년 하동환 씨에 의해 설립됐다. 1962년 동방자동차공업에 역합병되며 (주)하동환자동차공업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미군 폐차의 엔진과 변속기를 재사용, 드럼통으로 차체를 만들어 버스를 생산했다. 1967년 자동차 산업계열화 정책을 통해 신진자동차 계열사로 편입됐다가 8년 만인 1975년 독립했다.
1977년 (주)동아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하고 동아정기를 세웠고, 1984년 코란도를 생산하던 거화를 인수해 일본, 베트남, 리비아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무차입경영 기조를 이어갔지만 자동차 연구개발(R&D) 비용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하동환 씨는 1986년 쌍용그룹에 회사를 매각했다.
1988년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은 동아자동차에서 쌍용자동차로 사명을 바꾸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1993년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무쏘, 1996년 뉴코란도를 출시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지만 당시 현대, 대우, 기아차에서 만든 준중형 자동차가 인기를 끌어 쌍용차의 시장점유율은 1.6%에 불과했다. 체어맨 개발비에 45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그룹의 대대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는 1992년부터 적자가 이어졌고 3조 4000억 원의 막대한 빚더미에 앉았다.
쌍용그룹은 부채를 반씩 나눠 갖는 조건으로 1998년 대우그룹에 쌍용자동차를 매각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쌍용그룹은 결국 사라졌다. 대우그룹은 쌍용자동차의 설비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1999년 유동성 위기로 해체되었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분식회계,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수사가 들어오자 베트남으로 장기 도피했다.
#쌍용그룹, 대우그룹 거쳐 중국, 인도 해외 자본에 팔려
쌍용자동차는 대우그룹에서 나와 기업개선작업을 진행했고, 대우 아래서 개발했던 렉스턴이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서 쌍용자동차의 지분 49.8%를 인수하며 힘든 상황을 맞이한다.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쌍용자동차는 준중형 승용차를 개발한다는 경영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국내에서는 중국이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빼앗아 자립하려는 목적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먹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56억 원을 지원받아 개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앙통제장치(HCU) 자료가 상하이자동차에 통째로 넘어간 것이다. 기술은 유출되고 상하이자동차는 약속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틈타 쌍용자동차의 기술력을 빼간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9년 1월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그해 4월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2646명의 인원(총인원 36%)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5월부터 약 두 달 반 동안 평택공장 점거 농성을 벌였고, 6월 8일 976명이 정리해고 되며 마무리됐다.
쌍용자동차는 다시 한번 법정관리를 이어오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다. 마힌드라는 쌍용자동차 72.85%의 지분을 5500억 원에 인수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자동차의 대주주가 되며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1300억 원을 투자했다. 마힌드라 인수 이후 쌍용차는 점차 실적이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며 2016년 소형 SUV 티볼리의 흥행으로 흑자전환을 맞이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1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다시 힘든 상황이 찾아왔다. 2020년 1월 마힌드라 임원이 산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마힌드라는 2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정부와 산업은행에 1700억 원의 금전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2월 쌍용자동차가 마힌드라와 면담하며 경영안정화를 위해 5000억 원 가량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마힌드라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산업은행도 마힌드라의 투자 없이 추가 대출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당해 4월 마힌드라는 향후 3개월간 400억 원의 특별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추가 투자는 없었다. 마힌드라는 6월 쌍용자동차의 대주주를 포기할 뜻을 내비쳤고, 올해 1월 3일 지분을 2021년 2월 28일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는 현재 국내외 은행에 1650억 원의 대출금을 연체한 상황이다. 이 기간에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쌍용자동차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 3일 인도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쌍용자동차 매각 협의가 거의 이뤄졌다. 이르면 다음주 지분 매각 주요 조건 합의서(Term Sheet)를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투자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자동차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쌍용자동차 공장이 여전히 가동되는 것은 다행으로 여겨진다. 평택공장은 지난달 24일, 28일 협력사들이 납품을 거부해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2009년 당시 유동성위기를 맞아 납품대금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는 협력업체에게 매각작업을 늦어도 2월까지 마무리하겠다며 정상적으로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고, 5일부터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2009년 마힌드라에서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때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9년 기업회생절차 때 쌍용자동차는 총자산 2조 1267억 원, 부채 1조 6919억 원으로 부채보다 자산이 많았다. 하지만 2020년 3분기 기준 쌍용자동차의 총자산은 1조 6929억 원, 총부채는 1조 5949억 원이다. 심지어 자동차 트렌드도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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