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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새해맞이' 랜선 우주 해돋이 여행

수성에선 거대 태양, 금성은 구름 가득 불지옥, 화성에선 푸른 일출·일몰 볼 수 있어

2021.01.04(Mon) 09:59:52

[비즈한국] 정말 여러 일이 있었던 한 해가 가고 2021년 새해가 새롭게 밝았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해돋이 명소에 사람들이 가지 못했다. 그 대신 곳곳에서 제공한 온라인 해돋이로 새해가 밝아오는 아침을 즐길 수 있었다. 

 

지구가 아닌 태양계 다른 행성에서 해돋이를 보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그래서 준비한 한발 늦은 새해맞이, 다른 행성에서 바라본 해돋이를 상상하고자 한다. 어차피 아직은 자유롭게 갈 수 없는 만큼 랜선 해돋이 여행에 걸맞은 곳이 아닐까 싶다. 

 

태양계 행성에서 바라보는 랜선 해돋이 여행!

 

태양계 첫 번째 행성, 수성은 지구에 비해서 태양에 훨씬 가까이 붙어 있다. 지구-태양 거리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바짝 붙어 있는 수성의 하늘에선, 태양도 약 3배 가까이 크게 보인다. 다만 수성은 중력이 약하고 태양과 너무 가까워 이미 대기 분자들이 대부분 우주 공간 밖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래서 수성은 마치 지구의 달처럼 대기가 거의 없다. 

 

지구에선 태양이 지평선에 낮게 걸린 채, 떠오르거나 저물 때 두꺼운 대기권을 뚫고 햇빛이 들어오면서 하늘이 붉게 물드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기가 없는 수성의 하늘에선 이런 붉은 해돋이를 보기는 어렵다. 그저 까만 밤하늘 위로 지구에서보다 세 배 더 크게 보이는 거대하고 밝은 태양이 수성의 지평선 위로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수성의 해돋이가 특히 더 흥미로운 것은, 아주 오랫동안 길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성은 약 88일을 주기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런데 수성의 자전 주기는 엄청 느리다. 공전 주기의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58일이나 된다. 하루의 길이가 58일이나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만약 수성에서 경치 좋은 바위 사이에 앉아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게 된다면, 정말 느린 해돋이를 보게 될 것이다. 

 

수성의 지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TIM BROWN/SCIENCE PHOTO LIBRARY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은 지구와 크기도 비슷하고 중력도 비슷하다. 하지만 지구에 비해서 훨씬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로 덮여 있기 때문에 해돋이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산들 때문에 금성 대기는 거의 100기압에 가까운 아주 높은 밀도로 두껍게 지표면을 덮고 있다. 그래서 금성 곁을 도는 궤도선으로도 금성의 지표면을 꿰뚫기가 어려울 정도다. 또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는 극심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며 금성을 펄펄 끓는 불지옥 행성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나치게 높은 기압과 온도로 인해서 아직까지 금성 표면에 착륙해 하루 이상 온전하게 탐사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그래서 정확하게 금성 표면의 실제 모습이 어떨지를 유추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런 짙은 대기로 덮인 곳이라면, 해돋이는커녕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이 되어도 태양의 구름 너머 태양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금성의 지표면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NASA, JPL-Caltech, Peter Rubin

 

태양계 네 번째 행성인 화성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해돋이 풍경을 볼 수 있다. 화성은 금성과는 반대로, 지구에 비해서 대기가 훨씬 옅다. 하지만 이 옅은 대기에 많은 먼지 분자들이 떠돌고 있어서 먼지에 의해 빛이 산란하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화성은 이미 그 표면에 착륙해서 오랫동안 탐사를 진행한 많은 로봇 탐사선들 덕분에 실제 태양이 뜨고 저무는 모습도 촬영한 적이 많다. 화성 탐사선들이 바라본 화성에서의 일몰, 일출 사진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태양이 지평선에 낮게 걸려 있을 때 하늘이 물든 색깔이 지구처럼 붉은색이 아니라 색다른 푸른 빛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화성의 옅은 대기 중 먼지들에 의해서 빛이 산란한 결과로 생각된다. 미세 먼지들 때문에 화성에선 지구에서와 반대로 낮에 붉은 하늘을, 해가 뜨고 질 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큐리오시티 탐사선이 찍은 화성에서의 푸른 노을 장면. 영화 ‘마션’에서 화성의 노을을 그냥 지구의 노을처럼 붉게 표현한 것이 대표적인 옥의 티로 알려져 있다. 사진=NASA/JPL-Caltech


사실 새해가 밝는 순간은, 새해 전날과 새해 다음날에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지구가 한 바퀴를 자전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일 뿐이다. 그저 인간이 자신들의 달력, 날짜를 기준으로 새해가 시작된다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행성은 각자 중심에 두고 돌고 있는 별을 기준으로 공전 궤도 주기에 맞춰 한 해에 한 번씩 그 궤도를 완주한다. 행성마다 한 해의 길이도 제각각이고, 해돋이의 모습 역시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우주 모든 행성의 해돋이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해준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라도 어쨌든 우주의 시간은 끊임없이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는, 당연하지만 망각하기 쉬운 그 유일한 진실을. 

 

금성과 화성, 천왕성, 그리고 토성의 위성 타이탄 등 대기를 가진 태양계 내 다른 천체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하늘을 보게 될지를 구현한 NASA의 시뮬레이션. 영상=NASA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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