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2위 사업자 ‘요기요’가 매물로 나온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해야 해서다. 요기요 매각은 날로 경쟁이 격화되는 배달 앱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어 매각가가 얼마며, 어떤 기업이 인수에 나설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민의 기업결합심사 결과 DH가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6개월 안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승인 결과를 28일 밝혔다.
DH는 2019년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약 88%를 40억 달러(약 4조 4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청했다. 배민과 요기요 합병 시 시장 점유율이 99.2%(거래금액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공정위는 시장 독점 가능성이 있다며 양사의 합병에 보수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1년여에 걸친 검토 끝에 조건부 승인했고, DH도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수용 입장을 내놓으며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DH는 배달앱 4위 배달통도 매각한다.
DH는 앞으로 6개월 안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하고, 눈독 들이는 기업이 많아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요기요의 기업가치를 2조~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은 9월 기준 30%로 배민(59.7%)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DH가 배민을 인수한 가격의 절반은 넘을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매각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요기요의 지난해 매출은 1944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배달앱 시장 급성장에 매출이 50% 이상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8월 배달앱 결제액이 역대 최대인 1조 2050억 원을 기록한 등 전체 시장 규모가 연 1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성장을 반영하지 않은 요기요의 2019년 매출에 10배로 평가를 매기면 매각가가 2조 원대를 훌쩍 넘는다. 시장 성장 규모를 고려하면 3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DH의 배민 인수 가격에는 아시아 시장 확대 가능성이 반영됐고 현금 거래가 아닌, 일부 지분 교환도 있기 때문에 가격이 과대 평가된 측면도 있다. 이에 요기요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배민 매각가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단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배달앱 시장 2위로 뛰어오를 수 있어 인수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당국의 경쟁 유지 정책으로 불가피하게 나온 매물이라 알짜란 인식도 강하다.
일단 쿠팡이츠·위메프오 등 올해부터 배달 앱 시장 확대에 나선 기업들이 먼저 거래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달 앱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네이버·카카오도 인수 의향을 드러낼 수 있다. 요기요 매각은 인수 기업의 규모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롯데·신세계 등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참여도 예상된다.
배민·요기요 합병으로 시장 독점을 기대했던 DH로서는 고민스러운 일이다. 공정위로부터 배민 인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요기요를 매각하면 자칫 강력한 경쟁자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DH가 매각 전까지 고객·라이더 배정을 배민에 몰아줘, 요기요의 입지를 위축시킬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대금을 대폭 높이거나, 서비스 고급화 등 주력 시장을 변경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요기요의 매각가가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 벌어질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과 막대한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요기요의 경쟁력을 저하시킨 뒤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M&A 업계 전문가는 “배민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누가 요기요를 인수한다고 해도 기업결합심사의 경쟁 제한성 규정이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6개월이란 짧은 시간 내에 요기요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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