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면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 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정책 관련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윤 총장은 복귀 직후인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을 향한 추미애 장관의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초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1월 인사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출범할 공수처에 사건 이첩?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행정법원의 정직 집행정지 중단 결정과 함께 지난 24일 저녁 직무에 복귀하게 됐따. 윤 총장은 다음날인 25일 크리스마스 연휴에 대검찰청에 출근해 부재 중 업무 보고를 받았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선고 내용 등을 챙겼는데, 이와 함께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도 보고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월성 1호기 사건은 물론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월성 1호기 사건 강행을 결정했던 윤석열 총장. 직무 배제 및 징계 처분은 법원의 판단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새로운 변수는 공수처다. 정부가 검찰개혁 시즌2를 예고하며 공수처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고위 공직자 사건에 대해 경찰·검찰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공수처가, 월성 1호기 사건이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라고 할 경우 검찰은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수사 대상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소속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공수처 수사 기준에도 부합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사건을 가지고 가겠다고 하는 것은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검찰의 과도한 권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한 공수처의 첫 수사를, 윤석열 총장이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 인사로 영향력 행사?
검찰 정기 인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그동안 내년 1월 인사를 예고했는데,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인사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이두봉 지검장과 수사팀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또 조남관 대검 차장 등 총장 징계 처분 철회를 요구했던 간부들의 인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으로 윤석열 총장이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를 겨누고 있는 수사팀 및 지휘 간부 자리에, 윤 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모두 제외하는 인사가 이루어질 경우 윤 총장을 견제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추미애 장관은 인사로 윤석열 총장 측근이나, 문재인 정부를 수사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팀을 다 좌천시키기 않았냐”며 “이번 1월 인사에 ‘추-윤 갈등 속에 드러난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좌천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미애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점, 법무부 2인자인 이용구 차관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 등은 또 다른 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29일, 늦어도 다음주 중 장관 사표를 수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그럴 경우 이용구 차관이 장관 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본격 수사할 것으로 보여, 이 차관이 대행 자격으로 리더십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1월 검찰 안팎이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 이유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여권에서는 윤석열 총장을 억지로 찍어내려다가 실패했다고 해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아닌 후임을 통해 윤 총장을 견제할 것”이라며 “지금은 1라운드가 끝나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이고 내년 초 갈등 2라운드가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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