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558조 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언급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3차 재난지원금 용도로 편성된 3조 원으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예산 증가율이 다른 정권 때보다 높은 데다 추경액도 이미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개 정부 추경액에 맞먹는 수준이어서 재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재정중독’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예산에서 3차 재난지원금 용도로 3조 원을 편성했는데,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추경 편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추경 군불을 땠다. 이낙연 대표가 “거리두기로 꽁꽁 묶였는데 돈을 쓰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 내에서 자영업자 임대료 지원 방안 등이 나오면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올해 추경 때마다 민주당 내 추경 필요성 지적이 먼저 나오고 지도부가 만류하는 듯하다 결국 추경 편성으로 갔던 선례들도 내년 초 추경 편성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매년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추경도 매해 편성하는 등 재정 투입을 크게 늘렸음에도 경제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은 연평균 8.6%씩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예산 증가율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예산증가율은 6.5%였고, 박근혜 정부의 연평균 예산증가율은 4.2%로 문재인 정부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추경 규모도 다른 정부를 크게 웃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일자리 확대를 내세워 11조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2018년에는 청년 일자리와 위기 지역 지원을 이유로 3조 8000억 원, 2019년에는 미세먼지와 경기 대응을 목적으로 6조 7000억 규모의 추경을 각각 마련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을 내세워 4차례에 걸쳐 추경을 편성했다. 1차 11조 7000억 원, 2차 12조 2000억 원, 3차 35조 1000억 원, 4차 7조 8000억 원 등 올해 추경 규모는 총 66조 8000억 원이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3년 7개월 동안 투입한 추경은 모두 87조 4000억 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의 추경 규모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개 정부 전체 추경(90조 1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경기 진작·태풍 매미 피해 복구(7조 5000억 원), 2004년 서민 생활안정·중소기업 지원(2조 5000억 원), 2005년 경기 불황 대응(4조 9000억 원), 2006년 태풍 및 집중 호우 피해 복구(2조 2000억 원) 등을 내세워 총 17조1000억 원을 추경에 사용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2008년 저소득층 유류비·농어민 생활안정(4조 6000억 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및 일자리·취약층 지원(28조 4000억 원) 등을 목적으로 2차례에 걸쳐 총 33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경기침체 및 세수 결손대응(17조 3000억 원), 2015년 메르스 사태 및 가뭄 대응(11조 6000억 원),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대응 및 기업 구조조정 지원(10조 원) 등을 이유로 3차례 추경을 편성해 총 40조 원을 투입했다. 이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의 추경액은 이미 노무현 정부의 5.1배, 이명박 정부의 2.6배, 박근혜 정부의 2.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내년에 또다시 추경을 편성할 경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개 정부 전체 추경액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예산을 대폭 늘리고, 매년 역대급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고 있는데도 경제 성적은 과거 정부만 못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3.3%를 기록했고, 박근혜 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3.0%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1.1%를 반영할 경우 1.8%에 불과하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 3분기 이후 경기 개선 흐름이 상당 부분 제약받고 있다며 성장률 하락을 예고한 점을 고려하면 평균 성장률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투입이 경기 악화를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경기가 되살아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말과 달리 규제 개혁보다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성장률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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