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주식 상속세가 11조 366억 원으로 확정됐다. LG그룹이 납부한 상속세의 1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삼성 오너 일가는 사상 최고 액수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이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조 366억 원의 상속세는 이건희 전 회장이 사망한 10월 25일 전후 각 2개월인 8월 24일부터 12월 22일까지 계산한 주식 평균액의 58.2%다.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4.18%), 삼성전자 우선주(0.08%), 삼성SDS(0.01%), 삼성물산(2.88%), 삼성생명(20.76%)의 주식을 소유했으며 주식 평균액은 18조 9671억 원이다.
고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세는 국세청이 2017~2019년 지난 3년간 거둔 국내 총 상속세 납부액인 10조 6000억 원을 웃돈다. 게다가 이는 주식 재산만 평가한 것으로, 고 이건희 전 회장이 소유한 용인 에버랜드 부지와 한남동 주택 등 다른 재산에 대한 상속세가 매겨지지 않아 총 상속세는 1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가치만 해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달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세금을 계산해 신고‧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건희 전 회장이 10월에 사망했으므로 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니다. 법정상속 비율은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배우자가 3분의 1을, 이재용 부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자녀가 각각 9분의 2다. 유언장이 있으면 유언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
이건희 전 회장이 받아야 할 2020년 배당금은 상속세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지난해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지면 5000억 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10월 삼성전자는 2018~2020년 3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도 주주들에게 특별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한다. 특별배당은 정기배당과 별도로 받게 된다. 삼성전자가 특별배당금을 1주당 1000원으로 지급할 경우 이건희 전 회장의 특별배당금만 3400억 원에 달한다. 정기‧특별배당금으로 8400억 원의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그래도 상속세에는 한참 못 미친다.
다른 방안으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가능성도 있다. 현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20.9%인데, 국내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의결권은 15%로 제한된다. 의결권이 없는 5.9%를 매각해도 경영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이 높아진 상태이므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여러 방편과 더불어 상속세를 5년간 나눠서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부연납은 전체 상속세의 6분의 1 금액을 먼저 내고 5년간 나머지 금액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연 이자 1.8%가 적용되며, 매년 1조 8000억 원을 꾸준히 납부해야 한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지분을 상속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연부연납을 선택했다. 2018년 5월 20일 구본무 전 회장이 사망한 후 LG그룹은 11월 1일 금융감독원에 최대주주 변경 신고 공시를 했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한 (주)LG 1945만 8169주는 구광모 회장이 1512만 2169주(77.72%), 장녀 구연경 씨가 346만 4000주(17.80%), 차녀 구연수 씨가 87만 2000주(4.48%) 상속했다. 이를 통해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상속세 9215억 원은 국내 최대 규모였다.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납부할 상속세는 7162억 원. 구 회장은 연부연납을 택해 2018년 11월 29일 상속세의 6분의 1인 1535억 원을 1차 납부했다.
삼성의 경우 이보다 12배나 많은 상속세를 내야 하기에 연부연납은 필수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로 지배구조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4월까지 상속세 납부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핫클릭]
·
'전기 화물차 시대' 코앞, 택배 물류업체 준비 상황은?
·
코로나19로 울고 웃은 2020년 제약·바이오업계 결산
·
[핫 CEO] 정비사업 최대 실적 주도, 윤영준 현대건설 신임 대표
·
LG 계열분리 반대한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의 정체
·
메리츠증권, 라임 피해자 환매청구 임의 취소 의혹으로 '피소'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