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택배 업계가 전기 화물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오는 2023년 4월부터 전기 화물차에 한해 택배 차량의 증차를 허용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화물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은 현대·기아자동차밖에 없는 가운데, 기존 화물차량을 전기 화물차로 개조하는 시도도 있어 눈길을 끈다.
환경부는 4월 현대·기아자동차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DHL코리아,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전기 화물차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는 이 협약을 통해 택배 물류업체들에 전기 화물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약에 참여한 업체들은 향후 화물 전기차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9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생활물류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물류 업체들은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3년 4월부터 택배용 화물차로 전기 화물차만 증차할 수 있다. 국토부는 기존 경유 화물차를 전기 화물차로 전환할 경우 구매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2021년부터는 도시첨단물류단지, 대형마트 등 택배 화물차가 자주 방문하는 물류거점에 급속 충전기가 보급되도록 충전기 설치비용도 기기당 4000만 원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CJ대한통운은 지난 11월 기아자동차의 ‘봉고3 EV’를 경기도 군포시와 울산광역시에 2대씩 도입했다. 2021년부터 해마다 차량을 늘려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 화물차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CJ대한통운이 택배 등 국내 운송사업에 이용하는 차량은 총 3만여 대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SSG닷컴은 현대차에서 만든 ‘포터2 일렉트릭’ 차량을 낙점했다. 여기에 신선식품 배달이 필요한 두 업체 특성상 콜드체인 냉동탑까지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특장차 제조기업 일진정공과 협업으로 4월 24일부터 5월 24일까지 1개월간 냉장·냉동 전기 화물차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0월 5일부터 콜드체인 전기 화물차 3대가 배송에 정식 투입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연내에 전기 화물차를 20대로 늘리고 2021년에 100대, 2022년에 200대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SSG닷컴도 10월 현대글로비스와 손잡고 콜드체인 전기 화물차를 투입했다. 11월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전기 화물차의 콜드체인 유지 능력과 안정성 등 1차 검증 절차를 마쳤다. 최근에는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온라인스토어 ‘네오 003(NE.O 003)’에 1톤 콜드체인 전기 화물차 1대를 시범 투입했다. 3개월간 실제 배송 현장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1년부터 콜드체인 전기 화물차 투입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한진은 신차 매입과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화물차를 친환경 차량으로 개조에 나서 눈길을 끈다. 한진은 e모빌리티 소셜벤처 ‘이빛컴퍼니’와 KAIST와 손잡았다. 이빛컴퍼니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이 주력인 스타트업이다. 이빛컴퍼니는 한진의 1톤 택배 차량 1대를 전기차로 개조했다. KAIST도 한진의 내연기관 화물차 1대를 경유-전기 하이브리드차로 개조했다. 이 차량은 2021년 2월까지 제주도에서 시범 운행된다.
한진은 시범 운영을 통해 경제성과 안정성을 중점으로 △연비 측정 △최대 주행거리 비교 △배터리 성능 △온도 변화에 따른 차량 성능 △택배 적재량에 따른 주행성 측정 △도로 경사도, 굴곡 등 안정성 체크 △진동과 소음으로 인한 택배기사 피로도 및 작업 여건 개선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 후에는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전기 화물차와 하이브리드 화물차의 결과를 비교 분석해 2021년 3분기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두 차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택배 물류업계에 노후한 내연기관 화물차들이 많다. 이 화물차들이 전기 화물차로 대체되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효과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업체 개별로 차량을 바꾸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다만 한진과 같은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내연기관 화물차를 전기 화물차로 개조하는 것은 신차만을 구매하는 것보다 대체 효과가 더 크다. 정부가 현재 전기차 개조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보조금 지원을 통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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