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가 삼켜버린 2020년, 제약·바이오업계도 롤러코스터와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 치료제와 조금이라도 연관되기만 하면 주가가 요동쳤고, 국내 제약사 신약 후보물질 기술 계약이 해지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규 상장이 이어지며 ‘광풍’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반대로 상장폐지 갈림길에 선 기업도 있었다. 새해에도 코로나 사태가 지속할 거라 예상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는 어떤 전략을 구사할까.
#코로나19 수혜 업종 꼽혔지만 임상 지연·중단 어려움도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앞다투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많은 제약사가 기존에 지닌 약물이나 약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새롭게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을 택했다. 지난 15일 기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은 29건이 승인됐는데 이 중 셀트리온 항체치료제(CT-P59)와 GC녹십자 혈장치료제(GC5131)를 제외하면 대부분 약물재창출 방식을 활용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제약주’는 대표적인 테마주로 꼽히며 주목받았다. 대표적인 기업이 신풍제약이다. 신풍제약 주가는 올 1월 6000~7000원대였지만 5월 13일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관련 임상2상 승인을 받은 이후 2만 원대에 진입하더니 한때 20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나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하던 피라맥스 임상이 지연됐다는 악재로 곤두박질친 주가조차 지난 22일 종가 기준 12만 500원일 정도다. 주가를 회사의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22일 기준 3347.22배다. PER이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본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18건, 백신 임상시험은 6건이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CT-P59) 한 건, 한국릴리의 바리시티닙(LY3009104)이 임상3상 절차를 밟고 있다. 부광약품 레보비르캡슐30mg·대웅제약 DW1248정(카모스타트)·동화약품 DW2008S 등 나머지 약물에 대해선 대부분 임상2상이 실시되고 있다. 대웅제약 DWRX2003(니클로사마이드)과 뉴젠테라퓨틱스의 뉴젠나파모스타트정은 임상1상 진행 중이다.
코로나 사태는 제약·바이오 기업 신약 개발 일정에 차질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인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은 시험 개시 자체를 연기했고, 임상 도중 대상자가 코로나 양성 진단을 받으면서 시험 전체를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기존 신약 임상시험 일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사업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쉽게 바꿀 수 없는 중소 제약사에는 치명적이다.
코로나 사태로 처음엔 주춤했지만 올해도 제약·바이오 기업은 기업공개(IPO)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를 지난 5월 미국에서 출시한 SK바이오팜은 7월 국내 증시에 입성해 주목받았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323 대 1, 청약금액은 약 31조 원을 기록하며 공모주 청약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SK바이오팜의 공모가는 4만 9000원으로 형성됐는데 22일 종가는 17만 2500원으로 공모가보다 4배 정도 올랐다.
SK바이오팜 외에도 올해 위더스제약·소마젠·SCM생명과학 등 17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내년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국내 30호 신약 ‘케이캡정’을 통해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에 진출한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등 대어로 꼽히는 기업의 상장이 예고돼 있다. 다만 터무니없게 고평가된 주식도 있고 상장 이후 조정돼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상장폐지·관리종목 지정 위기, 신약 후보물질 권리 반환 등 암울한 소식도
뜨거웠던 IPO 열기를 비웃듯 업계를 드리우는 암울한 소식도 있었다.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은 올해 개선기간 1년을 다시 부여받으며 상장폐지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19년 5월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성분이 원래 알려진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신라젠은 경영진이 면역 항암제 후보 물질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공시 전 주식을 미리 판 혐의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헬릭스미스는 올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했다. 헬릭스미스는 2016년부터 5년간 사모펀드·사모사채·ELS 등 고위험 자산에 2643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대부분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2019년 연결기준 자기자본(1991억 원) 54.36%에 달하는 1082억 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을 냈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근 3년 중 2번 이상 연결기준 손실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다만 유상증자로 위기를 다소 비껴가는 모습이다. 헬릭스미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에 약 177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고 22일 공시했다.
삼성제약이 조건부 허가받은 ‘국산 21호 신약’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는 기한 내에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영국 임상3상에서 이미 실패한 바 있고 진단시약을 허가받지 않은 리아백스주의 조건부 허가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대형 제약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다국적제약사 사노피로부터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지 5년 만이다. 이 영향으로 지난 3분기 한미약품의 영업손실은 32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계약 당시 R&D(연구개발) 비용을 분담하기로 해 분기마다 60억 원씩 지출했는데 권리 반환으로 남은 공동 분담금이 일시 반영된 탓이다.
최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내리며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ITC는 대웅제약 보톡스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다만 ITC는 ‘보톡스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싸워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새해에도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뉴노멀에 맞춰 신약 개발 회사가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기업이 기존에 가진 자산보다는 회사의 가치와 의미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다국적 제약사로 볼 수 있는 국내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앞으로 R&D 중심 회사와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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