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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이건희 신경영 담은 '삼성인의 용어'

'삼성 신경영 실천위원회'가 1997년 펴내… '보잉 747론' 등 중단 없는 개혁 의지 엿보여

2020.12.23(Wed) 09:27:32

[비즈한국]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작고한 지 두 달이 되었다. 그는 변방에서 고만고만한 성과에 만족했던 한국을 말 그대로 ‘멱살 붙잡고’ 글로벌 선두그룹으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의 사망 후 새삼 그가 남긴 어록과 저서가 화제가 됐다. 그 가운데 ‘삼성인의 용어’는 1997년 삼성 신경영 실천위원회가 사내 교육용으로 펴낸 것으로 시중에 판매되지 않은 책이다. ‘비즈한국’이 이를 입수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삼성인의 용어’는 1997년 삼성 신경영 실천위원회가 사내 교육용으로 펴낸 것이다. 사진=우종국 기자

‘삼성인의 용어’는 1997년 삼성 신경영 실천위원회가 사내 교육용으로 펴낸 것이다. 사진=우종국 기자


책 제목에 대해선 머리말에서 설명이 나온다. “한 조직의 용어를 통일한다는 것은 그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하나로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은 언어를 통해 서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의 용어 통일은 기업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합니다. 회장께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용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십니다.” 

 

그 의도에 대해선 “이 책자는 삼성이 21세기 세계 초일류기업을 실현하기 위해 전 삼성인의 사고와 행동을 한 방향으로 통일하는 데 필수적인 삼성용어의 해설집입니다. (중략) 이를 통해 특유의 용어를 만들고 이를 통일해 나가면 이것이 곧 ‘무형 자산’이 되고 우리 그룹의 전통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얘기한다.

 

특히 책에 실린 내용들은 이건희 회장의 의도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삼성용어 가운데에는 경영에 관한 회장의 말씀 내용 중 ‘보잉 747’과 같은 비유나 ‘슈바이처와 아프리카 토인’ 같은 예화와 ‘삼성 헌법’ ‘한 방향’과 같은 신경영의 핵심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유나 예화에 경영의 원리나 일하는 지혜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비유의 경영’이라고 할 정도로 독특한 회장의 경영 철학과 스타일이 담겨 있으며, 신경영의 핵심 내용은 삼성인이라면 누구나 그 내용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실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책은 총 9개의 장, 112개의 꼭지로 구성돼 있다. 사진=우종국 기자


책은 총 9개의 장, 112개의 꼭지로 구성돼 있다. 1개의 꼭지는 두 쪽을 넘지 않으며, 글마다 삽화가 들어 있다. 깊이 있게 쓴 글은 아니다. 9개 징의 순서를 보면 삼성의 현재 모습에서 향후 나가야 할 목표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인간미·도덕성 회복→나부터 변화→한 방향→경쟁력→질 위주 경영→국제화→복합화→초일류기업’ 순이다. 현실을 자각하고 국제화, 초일류기업으로 나가자는 의도다.

 

199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삼성그룹 전략회의 모습. 오른쪽이 이건희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삼성은 글로벌 초일류기업이라 할 수 있지만 1997년에는 이와 멀었다. ‘마지막 기회’에서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초일류 진입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 4~5년 안에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중략) 흔히들 야구를 투 아웃부터라고 합니다만, 지금이 바로 9회 말 투 아웃의 상황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해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잘 살리면 초일류기업에 진입할 수 있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우리는 삼류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라고 서술했다. 

 

이어지는 ‘보잉 747론’에서는 “보잉 747이 일단 활주로를 달려 공중으로 뜨면 불과 몇 분 안에 곧바로 1만 미터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그 시간에 올라기지 못하거나 중간에 멈추면 그대로 추락하거나 공중폭발하고 마니까요. 보잉 747처럼 우리의 변화도 이미 시작했습니다. 초일류기업을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삼성의 개혁은 이미 이륙한 것입니다. 이제는 방향을 바꿀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다시 내려올 수도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개혁을 보잉 747의 비행에 비유했다. 사진=우종국 기자


이건희 전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꾼다고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1993년이다. ‘삼성인의 용어’가 쓰인 1997년 삼성은 이륙 후 1만 미터 상공까지 곧장 올라가야 하는 보잉 747처럼 혁신을 가속해야 할 시기임을 강조한다.

 

‘한 방향’에서는 삼성의 개혁이 윗선의 일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사명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삼성호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을 타고 21세기 초일류기업을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중략) 누군가 방향키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거나, 뒤에서 잡아당기고 옆에서 밀어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속도가 점점 느려지다가 결국 배가 전진하지 못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침몰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이건희 회장은 끊임없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아무리 말을 하고 다그쳐도 듣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로 전 임원을 소집하고, 휴대폰을 쌓고 불로 태우는 등의 충격요법도 동원했다. 이런 일갈이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을 ‘삼성인의 용어’를 통해 알 수 있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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