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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팬티 입는 여자' MZ세대가 속옷시장도 바꿀까

편안한 착용감 입소문에 여성용 드로즈 등장…불편함 원인 몸 아닌 옷에서 찾아

2020.12.22(Tue) 14:20:13

[비즈한국] ‘드로즈는 진짜 편합니다. 이 좋은 걸 왜 몰랐지 싶구요. 무족건(무조건) 남성용 드로즈 입으세요. 저렴하고 착용감 좋으며 통풍 잘 됩니다.’

 

트위터에 ‘여성용 드로즈’, ‘남성 팬티’와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쏟아지는 ‘간증’ 글 중 하나다. 삼각형에 레이스나 장식이 달린 스테레오 타입의 여성 팬티에서 벗어나 헐렁해 통풍이 잘 되는 남성 팬티를 입자는 내용이다. 기존의 여성 팬티는 기능보다 미적인 부분에 집중돼 피부 질환이나 질염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트위터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남성 팬티의 편안함’은 속옷 시장의 분위기도 바꿨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여성용 드로즈’를 검색하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뜬다. 비비안, 자주(JAJU) 등 브랜드 제품 가운데서도 이런 니즈에 맞춰 출시한 ‘여성용 드로즈’를 흔히 볼 수 있다.

 

트위터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남성 팬티 간증글’은 속옷 시장을 바꿨다. 보여주기 위한 속옷이 아닌 ‘내 몸’을 위한 여성 속옷 시장이 열린 것. 사진=퓨즈서울 홈페이지

 

#불편한 건 ‘내 몸’ 아닌 ‘옷’의 문제

 

속옷 시장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 확산된 페미니즘과 ‘탈코르셋’​ 영향이라고 보는 분석이 나온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몸’을 위해서 속옷을 입는다는 캐치프레이즈가 자리 잡은 배경이다. 

 

유명 속옷 브랜드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몸매 보정용 속옷의 파이가 작아진 건 여러 해 전부터 지속된 흐름이다. 대신 ‘안 입은 것 같은’, ‘몸에 딱 맞는’ 같은 키워드가 광고에서도 먹힌다. 여성들이 자기 몸을 잘 알고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남성 제품을 사용하면서 해소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장이 바뀐 사례가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불편함의 원인이 ‘내 몸’이 아닌 ‘옷’ 이었다는 글은 온라인상에서 몇 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남성용 팬티를 2년째 입고 있는 이현지 씨(26)는 “내 체형이 남들과 달라서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옷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여성의류 쇼핑몰 M 사이즈는 늘 작았고, 브라는 옆구리와 앞가슴이 옥죄고 불편했다. 내 골반이 전방 경사라서 나만 팬티 클러치가 아래로 내려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마른 여성을 기준으로 M 사이즈가 만들어져서, 브라에 장식과 레이스가 달려서, 클러치가 외음부를 충분히 감쌀 만큼 앞으로 올라오지 않아서 불편했던 것이었다”고 전했다.

 

신소영 씨(29)는 여성용 드로즈를 온라인 펀딩 사이트에서 접했다. 신 씨는 “텀블벅 사이트에서 남성 팬티같이 생긴 제품을 여성용이라고 판매해 호기심에 구매했다. 평소 팬티가 닿는 부분에 아토피가 있었는데 여성용 드로즈를 입게 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커뮤니티나 SNS를 하진 않지만 주변에 홍보해서 같이 입게 된 친구가 많다. 모두가 동일한 경험을 하는 건 아니지만 훨씬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요한 건 선택지가 늘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을 듣고 직접 여성용 드로즈를 만든 디자이너도 있다. 김수정 퓨즈서울​ 대표는 젠더리스 의류를 제작하다 여성용 속옷까지 만들게 됐다. 김 대표는 “몸매 보정에 치우친 속옷들로부터 벗어나 기존의 여성 속옷이 변해야 할 부분에 집중하고 싶어 직접 제작하게 됐다. 실제 제작해보니 당연한 듯 입고 지낸 속옷이 엉터리 패턴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클러치의 위치’였다. 클러치(마찌)는 사타구니 부분에 분비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원단을 한 겹 더 덧댄 걸 말한다. 여성용 삼각 속옷은 이 부분이 외음부보다 상당히 밑에 있어서 대부분의 여성이 분비물이 클러치보다 더 앞쪽에 묻는 걸 경험하게 된다. 그동안 여성 삼각 속옷이 얼마나 여성의 신체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용 드로즈를 제작하며 클러치 위치를 앞으로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공장에서는 아무도 해본 적 없는 패턴과 봉제라 싫어했지만, ‘내 외음부가 이상해서 불편한 줄 알았는데 옷이 이상한 것이었다’며 많은 소비자가 제품에 공감했다. 이제 한 발을 내딛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여성용 드로즈’를 검색하면 다수의 프로젝트가 뜬다. 사진=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핑크텍스​ 논란에 아예 남성용 구매…유의미한 변화에 주목

 

일각에서는 이런 남자 팬티의 소비가 ‘여성용 드로즈’의 제작과 판매로 이어지면서 ‘핑크텍스’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핑크텍스란 같은 제품이라도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더 비싸거나 질이 낮은 경우를 말한다. 주로 미용실 요금, 의류 품질 차이 등이 예시로 사용된다.

 

이현지 씨는 “몇 년 사이 여성용 드로즈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업체가 많아졌다. 두어 개의 여성용 제품을 사서 입어봤지만 남성용 드로즈를 사서 입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소비자의 파이가 크지 않아 단가만 높다고 느꼈다. 결국 종류가 많고 가격이 저렴한 남성용 팬티 가운데 골라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퓨즈서울 ​대표는 “처음에 좋은 품질에 가격이 비싸지 않은 제품이 많아야 핑크텍스 없는 적절한 가격대가 형성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가 생리대다. 제품은 많지만 ‘진짜 여성을 위한 제품이 적절한 가격에 형성됐는가?’라고 물어보면 답은 ‘아니’다. 시중에 저렴한 가격대의 좋은 제품이 많이 등장해서 여성들이 성능에 집중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의 속옷 브랜드 관계자는 “여성이 드로즈나 트렁크를 소비하는 부분이 전체 속옷 시장에서 크진 않다고 본다. 다만 이런 경향이 MZ세대에게서 강하게 나타나는 만큼 앞으로 브래지어나 하의를 제작할 때 디자인보단 편안함에 주안을 둔 제품이 많아질 거라고 추측한다. 평소 ‘여성의 진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고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변화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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