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977년 지구를 떠난 보이저 탐사선은 이제 태양계 가장자리를 넘어, 진정한 성간 우주로의 여행을 시작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지구를 떠난 지 13년이 지난, 1990년 역사상 가장 멀리서 바라본 지구의 셀카를 담았다. 60억 km 거리에서 바라본 지구는 한 픽셀에 불과한 너무나 작고 창백한 모습이었다.
당시 보이저 탐사선은 이전까지 제대로 방문한 적 없는 태양계 외곽의 거대 가스 행성을 두루 둘러보는 대장정에 성공했다. 목성과 토성을 넘어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우리는 비로소 태양계 행성을 모두 방문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태양계에선 크고 작은 소행성, 돌멩이들이 연이어 발견되기는 했지만 덩치 큰 행성은 모두 다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태양계에서 돌고래나 범고래는 다 발견했고 남은 건 송사리들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태양계 바닥 깊은 곳에 숨은 또 다른 괴물이 존재할지 모른다. 깊은 어둠의 바닷속, 아직까지 숨어 있는 리바이어던, 바로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이다. 놀랍게도 최근 많은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가장자리에 이런 또 다른 거대한 괴물이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최근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지지하는 놀라운 모습의 외계행성 하나가 발견되었다.
과연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외계행성은 어떻게 해서 태양계에 또 다른 먼 행성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걸까? 그리고 만약 아홉 번째 행성이 존재한다면 그 곳에서 바라본 태양계는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동생을 찾았더니, 막내가 호적에서 쫓겨나버렸다?!
1930년 클라이드 톰보가 아홉 번째 행성으로 명왕성을 발견한 이후 거의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명왕성보다 더 먼 새로운 태양계 행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제 태양계 주요 천체는 다 발견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부 천문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또 다른 행성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혹시 저 어둠 속에,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열 번째, 열한 번째 행성이 있지 않을까? 무모한 도박과 같은 이 도전을 시도한 톰보의 후예들이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태양계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은 모두가 헛수고라며 무시한 새로운 행성 사냥에 나섰다. 과거 천문학자들은 명왕성 너머 또 다른 행성이 숨어 있다면,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비슷한 궤도면 위에 놓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하늘을 찾아봐도 기존 행성들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황도 부근에서는 큼직한 새로운 행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마이크 브라운은 굉장히 용감한 시도를 했다. 이전까진 큰 물고기가 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누구도 제대로 뒤져보지 않은 미지의 망망대해, 바로 황도에서 많이 벗어난 새로운 하늘을 찾아본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브라운의 끈질긴 낚시 끝에 정말 그물에 뭔가 새로운 물고기가 걸렸다! 그렇게 브라운은 명왕성보다 더 먼 곳에서, 명왕성에 버금가는 크기의 새로운 천체들, 에리스, 세드나 등을 연이어 발견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발견한 이 새로운 천체들이 곧 명왕성의 뒤를 이어 태양계 열 번째, 열한 번째 행성으로 태양계 호적에 추가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뒤 벌어진 일은 브라운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브라운이 태양계 끝자락에서 새롭게 발견한 천체들은 명왕성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는커녕 안 그래도 위태로운 명왕성의 애매한 입지를 흔들어버렸다. 알고 보니 명왕성은 태양계 가장자리, 어둠의 세계를 홀로 관장하는 저승의 왕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랑 비슷한 크기의 수많은 소천체 중 하나, 원-오브-뎀에 불과했다. 브라운의 발견으로 인해 명왕성은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여러 얼음 구슬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명왕성에게 새로운 동생을 더 찾아주고 싶어서 시작된 브라운의 발견은 오히려 명왕성을 태양계 호적에서 지우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2006년 천문학자들은 치열한 투표를 거쳐 명왕성을 행성에서 끌어내버렸다. 70여 년간 명왕성이 차지했던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의 자리는 공석이 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필요 없었던 자리가 된 셈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 우리는 다시 덩치 큰 행성을 여덟 개만 거느린 태양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새로운 증거, 소천체들의 궤도가 모두 한쪽으로 쏠려 있다?
태양계 외곽 해왕성 너머 얼음 조각들이 떠도는 무리를 카이퍼 벨트(Kuiper Belt)라고 한다. 이 카이퍼 벨트를 떠도는 수많은 소천체들을 카이퍼 벨트 천체(KBO, Kuiper Belt Objects)라고 부른다. 또 카이퍼 벨트 바깥 멀리까지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면서, 해왕성 주변까지 접근하는 소천체들이 있다. 이런 천체들을 해왕성 근접 천체(TNO, Trans-Neptunian Objects)라고 한다. 이 TNO들은 태양에서 지구보다 무려 100배, 200배 나 더 멀리까지 뻗어 있는 거대한 타원 궤도를 그린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견된 TNO의 궤도 분포에서 천문학자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태양계 최외곽 소천체들이 그리는 궤도가 다 한 방향으로만 쏠려 있다! 타원 궤도를 그리는 천체가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지점을 근일점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시 말하자면 태양계 가장 바깥 TNO의 궤도 근일점이 모두 한쪽 방향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이건 굉장히 어색하다. 당연히 태양을 중심으로 사방에 고르게 얼음, 돌 부스러기들이 깔려 있을 테니 소천체들의 궤도 역시 모든 방향에 고르게 분포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태양계 가장자리를 떠도는 TNO의 궤도는 한쪽으로 강하게 치우친 것처럼 보인다.
마이크 브라운은 이 상황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 TNO들의 궤도가 이렇게 분포할 확률을 계산했다. 태양계 가장자리 소천체들의 궤도가 단순히 우연에 의해서 지금처럼 쏠려 있을 확률은 겨우 0.007%뿐이다. 사실상 이건 거의 불가능한, 아주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 이상한 궤도 분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브라운은 TNO들의 타원 궤도가 쏠려 있는 정반대편에 아주 무거운 거대한 행성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지구의 열 배 정도 되는 육중한 행성이 다른 TNO들과 정반대로 길게 뻗은 타원 궤도를 돌고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재현할 수 있다. 재밌게도 원래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을 쫓아낸 장본인이 다시 새로운 진짜 아홉 번째 행성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마이크 브라운은 태양계 행성으로 구슬치기를 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 가설을 믿지 않는 천문학자들도 많다. 이런 덩치 큰 행성이 태양에서 수백억, 수천억 km까지 떨어진 먼 거리에서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먼 곳에 행성이 있었다면 진작 오래전에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 떠돌이 행성이 되었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최근 이 반론을 무너뜨리는 아주 놀라운 외계행성이 발견되었다. 기존의 예상과 달리 중심 별에서 정말 수백억 km 거리에 떨어진 채 오랫동안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고 있는 외계행성이 발견된 것이다!
#궤도 한 바퀴를 도는 데 만 오천 년
앞서 천문학자들은 2013년 칠레의 마젤란 마원경을 활용해서 지구에서 약 336광년 거리에 떨어진 별 HD 106906 곁의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이곳은 별 두 개가 함께 서로의 곁을 돌고 있는 쌍성이다. 그 별 주변을 마치 태양계 외곽 카이퍼 벨트처럼 아주 거대한 소천체 부스러기로 이루어진 먼지 원반이 에워싸고 있다. 그리고 그 부스러기 원반 너머,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희미한 점이 하나 발견되었다. 천문학자들은 이 점이 쌍성 곁을 도는 외계행성이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별에서 외계행성까지 거리는 너무 멀다. 지구-태양 사이 거리의 약 737배, 무려 천억 km가 훌쩍 넘는 엄청난 거리다. 중심 쌍성의 중력에 안정적으로 붙잡힌 외계행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너무 먼 거리다. 또 이 외계행성은 쌍성 주변 부스러기 원반에 비해서 20도 이상의 너무 심한 각도로 벗어나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이 외계행성이 정말 중심 쌍성 곁에 붙잡혀 있는지, 아니면 쌍성과 상관없이 그저 근처를 지나가던 떠돌이 행성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런데 2015년 별 주변을 둘러싼 부스러기 원반을 관측한 천문학자들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부스러기 원반이 쌍성 주변을 고르게 에워싼 것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 더 길게 비대칭으로 분포했다. 마치 태양계 외곽 TNO들의 한쪽으로 쏠린 궤도처럼 말이다. 또 이 먼지 원반의 한쪽 방향만 유독 다른 쪽에 비해 더 많이 두껍게 부풀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앞서 발견된 외계행성이 주기적으로 중심 쌍성 근처까지 접근하면서 부스러기 원반의 한쪽을 흐트려놓아서가 아닐까 의심했다.
이 천체가 주변을 지나가는 떠돌이 행성이 아니라 쌍성에 붙잡혀 있는 외계행성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 중심 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궤도를 한 바퀴 완주하는 데만 무려 1만 5000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외계행성에서는 중심 별 주변을 완주하는 ‘한 해’(1년)가 지구에서의 1만 5000년과 같다는 뜻이다. 이 외계행성이 가장 최근 궤도를 한 바퀴 돌기 전은 인류가 처음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고, 사하라 사막이 푸른 숲이던 시절이다. 이후 1만 5000년이 흘러 한 바퀴를 돌아 21세기 인류에게 그 모습이 발견된 셈이다.
외계행성 HD 10690b가 별 주변 궤도를 도는 모습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
천문학자들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약 14년에 걸쳐 허블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 그리고 최근의 정밀한 가이아 위성의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서, 중심 쌍성과 그 곁의 외계행성의 정밀한 위치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확인된 외계행성의 궤도는 분명 중심 쌍성의 중력에 안정적으로 붙잡힌 궤도를 그렸다. 게다가 이 외계행성은 목성의 무려 11배나 되는 엄청나게 육중한 초거대 행성이다. 놀랍게도 별에서 수백억 km 이상 먼 거리에는 덩치 큰 행성이 붙잡혀 있을 수 없을 것이란 기존 생각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다. 별에서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수만 년 주기로 도는 행성이 존재한다면, 우리 태양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친절한 이웃 별의 도움 덕분에 떠돌이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별에서 이렇게 먼 거리에 떨어진 행성이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쌍성 주변 다른 이웃 별들의 움직임을 반영해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곁을 지나간 다른 이웃 별들 덕분에 이런 초원거리 행성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선 먼 과거 쌍성 주변에 갓 만들어진 먼지 원반 속에서 새로운 덩치 큰 행성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먼지 원반 속에서 빚어진 행성은, 주변의 먼지 부스러기들의 지속적인 방해로 서서히 에너지를 잃고 중심의 쌍성을 향해 가까이 다가온다. 그런데 이곳은 중심에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즉 쌍성이 돌고 있다. 그래서 쌍성 곁으로 바짝 다가온 행성은 두 별의 강하고 복잡한 중력 상호작용을 받게 된다. 결국 다시 강한 속도와 에너지를 얻어 이 행성의 궤도는 조금씩 더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로 성장한다. 결국 두 별의 복잡한 중력 힘겨루기에 떠밀린 행성은 별에서 완전히 멀리 벗어나 쫓겨나게 된다.
외계행성 HD 10690b가 별의 중력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고 계속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게 된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보통 이런 과정으로 쫓겨난 행성은 중심 별의 중력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 홀로 우주 공간을 떠도는 떠돌이 행성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엔 약간 상황이 달라졌다. 행성이 별에서 멀리 벗어나 쫓겨나던 과정에서 우연히 그 현장을 지나가던 다른 이웃 별이 있었던 덕분이다. 이웃 별이 쌍성계 주변을 지나가면서 자신의 강한 중력으로 행성을 건드려 다시 쌍성 쪽으로 미는 효과를 준 것이다.
우연히 곁을 지나간 친절한 이웃 별의 도움 덕분에, 쌍성에게서 완전히 버림받을 뻔했던 이 행성은 대신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쌍성 곁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멀리 떨어진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이 쌍성의 나이는 놀랍게도 겨우 1500만 살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50억 살을 바라보고 있는 태양 어르신에 비하면 훨씬 어린 애기 별들이다. 한참 어린 별 곁에 아주 멀리 떨어진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태양 역시 형성 직후 초창기 아주 어린 시절부터 초원거리 행성을 거느릴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이번에 확인된 이 외계행성은 중심에 별이 하나가 아니라 별이 두 개인 쌍성 곁을 돌고 있다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별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 서로 중력을 주고 받는 역학적 진화 과정은 차원이 다르게 달라진다. 그래서 이번에 발견된 초원거리 행성은 별 곁에 수백억 수천억 km 거리에도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중심에 쌍성이 아닌 태양 하나만 두고 있는 우리 태양계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한계도 있다.
#아홉 번째 행성, 과연 태양계의 마지막은 어디일까?
한 세기 전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의 스승 퍼시벌 로웰은 천왕성과 해왕성 너머 또 다른 행성 ‘플래닛 X(planet X)’ 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 톰보는 끈질긴 탐색 끝에 명왕성이라는 새로운 태양계 구성원을 발견했다. 물론 명왕성은 앞서 로웰이 예측했던 플래닛 X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가벼운 천체였다. 하지만 분명 저 멀리 어둠 속에 또 다른 태양계 가족들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만드는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이후 명왕성 주변에서 비슷비슷한 작은 천체들은 많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 없이 누구나 다 행성이라고 불러줄 만한 그런 덩치 큰 행성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태양계에는 행성의 호적에 새롭게 떳떳하게 추가될, 새로운 덩치 큰 천체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건 재미없는 돌멩이들뿐일지 모른다. 설령 정말 아홉 번째 행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현재 예측되는 궤도를 보면 그 거리가 너무 멀어서, 현존하는 지구의 지상 망원경으로 겨우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한계 등급 수준의 어두운 밝기로 보일 것이다. 또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수만 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의 다른 천체들처럼 겨우 몇 개월, 몇 년 관측해선 그 움직임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관측 기술로는 검증 자체가 아주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아직 우리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 있는 태양계 가장 마지막 행성이 또 있다면 그 먼 곳에서 바라본 태양계는 어떤 느낌일까? 이 미지의 아홉 번째 행성은 보이저 탐사선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태양계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느낌이다. 태양이 너무 멀기 때문에, 태양 빛이 도달하는 데만 5일이 걸린다. 지구에서는 매 순간 8분 전의 태양빛을 보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매일 5일 전의 태양빛이 비친다.
아홉 번째 행성의 춥고 어두운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다른 별들보다 살짝 밝은 점으로 겨우 보일 것이다. 그곳에선 자신이 태양계에 속한 멤버라는 소속감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태양이 이 행성의 지평선 위에 떠 있는 낮이 되어도, 태양 빛이 워낙 어두워서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 아홉 번째 행성에서는 낮과 밤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낮과 밤은 그저 태양이란 별이 지평선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를 구분하는 천문학적인 정의에 불과할 것이다. 낮이건 밤이건 어둠에 잠겨 있는 건 똑같을 테니까.
정말 미지의 아홉 번째 행성의 실체가 확인된다면, 태양계의 지도는 다시 한번 크게 변할 것이다. 순식간에 우리의 고향 태양계 행성들의 지도는 수천억 km 수준으로, 기존의 지도 경계가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먼 미래 새롭게 도전할 다음 방문의 행선지로 떠오를 것이다.
과연 우주의 깊은 바닷속에 큰 고래가 살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끝없이 펼쳐진 우주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천문학자들은 실재하지 않는 아홉 번째 행성이란 무지개를 쫓고 있는 걸까? 만약 언젠가 이 미지의 행성이 발견된다면, 우리는 또 그에 걸맞은 어떤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수 있을까? 인류의 태양계 지도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채, 우리가 채워야 할 여백으로 가득하다.
참고
https://news.berkeley.edu/2020/12/10/exoplanet-around-distant-star-resembles-our-reputed-planet-nine/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16/02/aa27264-15/aa27264-15.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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