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확대로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2019~20년 천문학적 유동성이 살포됐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는 주요 20개국(G20)에서만 2020년 중 7조 6000억 달러(약 8313조 원) 규모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글로벌 자산가치가 폭증하는 가운데 2021년 금융시장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며 시장에 변곡점이 찾아와서다. 전문가들은 자산 버블 등 유동성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실물경기 방어를 위한 돈 풀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국 재무당국이 재정을 풍부하게 푸는 한편 중앙은행들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양적완화(QE)를 단행하며 유동성 장세가 벌어지며 자산시장 버블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버블 규모가 과도한지,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는 불분명하다.
현재로선 금융시스템을 지탱하는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안정적 수준이어서 자산가격에 거품이 있더라도 관리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금융시스템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재무·통화당국은 경기 부양과 고용유지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해 계속해서 유동성을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딜레마도 안고 있다. 과도한 유동성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의 자산가치가 과도하게 부풀어 올라 비용요인과 시스템 차원의 위험을 촉발할 수 있어서다. 저금리 상황이 부채를 유발해 주식·부동산 등 자산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데, 금리는 낮지만 부채 총액이 크게 늘어 시스템 차원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버블 증가로 자산 가치의 하방이 취약해진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쳐 기업 이익은 쪼그라들었다. 당국은 정상적 신용 경로가 아닌 직접 수혈을 통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는 중앙은행지급준비금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어서다. 고용과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무제한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약화하는 한편, 좀비 기업을 양산해 되레 실물경기의 건전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주요국 정부도 실물 경제의 부양과 가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난지원금 등의 맞춤형 정책을 쓰고 있지만, 지속성과 경기 순환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유동성 증가에 따른 부작용과 위험성은 주요국 당국도 인식하고 있지만, 실물을 지탱해야 한다는 면에서 불가피하게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하는 등 단기적으로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를 포기하긴 어려워 보인다. 장기간 누적된 부채 증가를 금리 인상 등으로 회수할 경우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과 부채 관리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 목표에 맞닥뜨린 재정·통화 당국은 정치적 판단에 정책 결정을 맡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9~20년에 걸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저금리를 유지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고 연준도 이를 받아들였다.
보수적이고 독립적 통화정책 운용이 중앙은행의 권위와 신뢰를 높이지만, 최근의 양적완화와 정치권의 개입으로 자칫 신뢰의 붕괴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블록체인 등을 이용한 현금시스템의 디지털화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경기 충격이 발생하거나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신흥시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빠지고, 이는 글로벌 실물경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막을 수 없는 유동성 증가는 자칫 중앙은행의 신뢰 하락과 금융시스템 붕괴를 부를 수 있어 체제 붕괴를 막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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