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승자는 메디톡스였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 판결이 나오면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ITC 결정을 인용할지 거부할지를 결정한다.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1월 20일부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ITC의 최종판결을 거부한 사례는 지난 33년간 1건으로 알려졌다.
ITC 위원회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권·상표권 등 침해와 관련된 불공정 무역관행을 다룬다. ITC 위원회는 “미국 대통령 심사 기간에 나보타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려면 대웅제약은 1바이알당 441달러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ITC는 예비 판결을 통해 ‘미국 내 나보타 10년 수입금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ITC 위원회는 보툴리눔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수입금지 기간을 대폭 줄였다.
#공들인 나보타에 흠결 난 대웅제약, 승소했지만 국내 과제 산적한 메디톡스
이로써 대웅제약은 나보타 미국 진출에 잠시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2014년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미국에서는 2019년 5월 정식으로 출시했고, 유럽,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 등으로 수출길을 확대해왔다. 특히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에서 80%가량을 점유하는 보톡스와 동일한 성분과 효능의 제품을 선보일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분쟁 소송에 올해만 280억 원(1분기 137억 원, 2분기 98억 원, 3분기 45억 원)을 썼다. 대웅제약은 2019년 처음으로 별도 매출 기준 1조 원을 넘겼지만 소송비용과 회사의 주력제품인 항궤양제 ‘알비스’ 판매 중지에 따른 여파로 올 3분기 실적은 저조했다. 11월 분기보고서 연결기준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7882억 원, 영업이익은 80.1% 줄어든 83억 원을 기록했다. 만약 대웅제약이 연방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면 소송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승소한 메디톡스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지난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일부로 메디톡신주 50·150·200단위와 코어톡스주 등 5개 품목에 대해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한 생물학적제제를 승인받지 않고 판매해서다. 6월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 사용, 제품 역가(효능) 시험 결과 허위 기재 등 약사법 위반 혐의로 식약처가 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50·150단위 등 3종에 내린 첫 번째 품목허가 처분은 현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균주 출처 둘러싼 5년간 지난한 싸움…대웅제약·메디톡스 ITC 최종판결 모두 ‘승리’로 해석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겨룬 5년간의 공방은 진흙탕 싸움이었다.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이 보톡스 원료인 균주를 불법으로 취득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1월 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ITC 예비 판결과 최종 판결 일정은 대웅제약이 ITC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다소 미뤄졌다.
메디톡스는 줄곧 대웅제약 나보타의 균주가 메디톡신 균주와 동일하다며, 보툴리늄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이 나보타의 A형 홀타입 균주를 경기도 용인의 한 마구간에서 발견했다고 했는데, 이 균주는 자연에서 발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데이터뱅크에 등록된 나보타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메디톡신 균주와 염기서열이 100% 일치했다는 것. 메디톡스는 나보타 출시 이전 메디톡스 직원들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했다는 점도 공론화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포자(균주가 미생물 번식을 위해 내뿜는 물질) 감정시험 결과 나보타에서는 포자가 생성됐다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메디톡신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A형 홀타입 균주 등 많은 보툴리눔 균주는 194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 세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상업적으로 보톡스 생산에 사용 가능한 균주를 구하는 것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전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이후 메디톡스는 이러한 대웅제약의 주장에 대해 대웅제약의 감정시험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태에서 행해진 것이며, 동일한 조건에서 감정시험을 실시했을 때 자사의 균주도 포자를 생성한다고 재반박했다.
대웅제약은 “미국 대학 연구소에 있던 균주를 이삿짐에 포함해 가져왔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검증해야 한다”고도 했다. 메디톡스는 1979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당시 대학원생이던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균주를 가져왔다고 밝힌 바 있는데, 대웅제약은 생화학무기로 분류되는 맹독성 균주임에도 개인이 보관했다는 데 문제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당시 규제가 없었다”고 반박했고, 대웅제약은 “그러면 균주의 소유권을 입증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번 최종판결에 대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서로 승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것임이 입증됐다.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 주장은 명백한 허위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균주는 더 이상 시빗거리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나보타에 대한 21개월 금지 명령에는 즉각 가처분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며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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