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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디톡스가 웬 말' 카카오톡 없이 일주일 살아보니

'국민앱' 카톡 대신 문자로 소통, 불편함에 소외감까지…과한 의존 버리고 '균형' 찾는 계기로

2020.12.15(Tue) 17:23:58

[비즈한국] 잘 쓰던 카카오톡을 지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하자 휴대폰 사용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카카오톡 채팅을 하다가 앱 내에서 탭을 넘겨 뉴스를 보고 최저가에 홀려 쇼핑을 하는 식이었다. 한두 번 터치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디지털 디톡스’를 마음먹었다. 대학생 시절 독서로 충만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2G 폴더폰으로 갈아탔던 경험도 있겠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SNS 다이어트’, ‘디지털 디톡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보니 다짐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카카오톡’을 일주일간 지우고 생활해보기로 했다. 마음먹은 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휴대폰에서 카카오톡 앱을 지웠다. 잠시 고민한 뒤 노트북에서도 카카오톡을 지웠다. 긴장한 것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고 SNS와 커뮤니티, 쇼핑 앱을 뒤적거려도 무언가 채워지지 않았다. ‘이 기분은 뭘까?’ 고민하며 잠이 들었다.

 

과연 현대인은 카카오톡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19 확산으로 휴대폰 사용 시간이 늘었다. 이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주일간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해봤다.

 

#적응기

 

화요일, ‘첫날은 할 만하겠지’라고 생각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일주일간 아침 업무보고를 카카오톡 대신 이메일로 하겠다고 회사에 이야기가 된 상황이었다. 9시가 지나도 메일함에 ‘읽음’ 표시가 뜨지 않았다. 팀장이 메일을 확인해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데, 가끔 팀장이 팀원들 이름까지 까먹던 걸 간과했다. ‘문자를 보내볼까?’, ‘설마 전화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초조한 20분을 보냈다. 첫날 느낀 긴장감은 일주일 내내 계속됐다. 

 

수요일, 복병은 메모 기능에 있었다. 평소대로 SNS에서 본 기사를 저장하기 위해 ‘카카오톡>나에게 보내기’ 버튼을 누르려던 손이 멈췄다. 카카오톡 앱이 없으니 보내질 리 없었다. 링크를 들고 휴대폰을 한참 뒤적였다. 결국 기본 앱인 메모장에 링크를 붙여넣고는 찝찝한 기분으로 휴대폰을 닫았다. 

 

돌이켜보면 카카오톡 채팅방 중 가장 위에 떠 있는 방은 늘 ‘나와의 채팅방’이었다. ‘공과금 내기’ 혹은 ‘우유 사기’ 같이 해야 할 일을 기록하거나, 인터넷 홍수를 부유하다 손에 잡히는 것을 담아두는 데는 ‘나와의 채팅방’이 딱이었다. SNS나 포털 앱과도 연동이 잘 돼 클릭 몇 번이면 간편하게 저장이 됐다. 막상 사용할 수 없게 되니 가장 불편하다고 느낀 기능 중 하나였다. 

 

#불안기

 

목요일, 병원 예약을 까먹었다. 평소 카카오톡으로 예약 알림이 왔던 병원이라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무방비한 상태로 예약 시간이 지나갔다. 2주 뒤로 다시 예약을 잡아야 했다. 혹시나 싶어 “저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예약된 날에 문자나 전화로 안내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병원 측에서는 젊은 사람이 무슨 민폐냐는 어투로 답했다. “저희는 카카오톡 안내만 드려요. 따로 적어두세요.”

 

금요일, 휴대폰을 집어든 손이 갈 길을 잃었다. 정처 없이 포털 뉴스와 커뮤니티, 쇼핑 앱을 헤맸다. 각자 점심을 먹은 뒤 양치를 하거나 커피 한잔을 하는 오후 1시, 대학 동기들이 모인 단체톡방에 불이 날 시간이다. 전국에 흩어져 나라와 회사의 녹을 먹는 친구들은 오전 업무에 대한 불평, 상사에 대한 불만, 애인과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톡방에 쏟아내곤 했다. 나를 빼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나 귀가 근질근질했다. ‘내가 없는 김에 내 욕을 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하기도 했다. 

 

동기와 나눈 문자. 일주일의 체험 동안 주변인의 불편함이 나의 불편함 못지않았다. 사진=문자메시지 캡처

 

‘회사 단체톡방에 중요한 알림이 떴다’고 동기에게 문자가 왔다. 자연스럽게 ‘일주일간 중요한 알림 전달하기’ 업무를 맡은 동기는 4일쯤 지나니 귀찮은 눈치였다. 회사의 중요한 업무는 대체로 카카오톡방에서 전달되니 어쩔 수 없었다. 동기는 점차 어떤 것은 보내고 어떤 것은 보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택배가 와 있었다. 스스로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름 큰돈을 들여 주문한 귀금속이었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방치됐다니, 도착한 걸 알았다면 집에 좀 더 일찍 왔을 텐데’ 하는 생각에 화가 났다. 택배 도착 문자는 택배를 들고 집에 들어오고도 몇 시간이 지나서 왔다. 대체로 카카오톡 배송 완료 안내는 실시간으로 오지만 문자 안내는 오는 시간이 들쑥날쑥했던 걸 떠올렸다. ‘오늘 배달 예정입니다’, ‘배달원이 물건을 배달 중입니다’ 같은 세세한 안내도 대부분 카카오톡 알림으로 전달됐다. 다음날부터는 송장 번호를 따로 적어놓고 도착 현황을 택배사 홈페이지를 통해 체크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거로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상당한 수준의 부지런함이 필요했다. 

 

#체념기

 

여느 날처럼 자기 전 휴대폰을 들고 인터넷 홍수를 헤엄치던 중이었다. 카카오톡 앱에서 탭을 넘겨 보던 실시간 뉴스는 포털 뉴스로, ‘국민 베이비 근황’ 같은 이슈 글은 커뮤니티 인기 글로 대체해 헤엄치는 데 적응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자주 사용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로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지금 카톡 톡딜에 OO두유, 9900원에 떴다. 구매 각’. 마침 냉장고에 두유가 떨어졌던 참이었다. ‘다른 곳에 없는 최저가’, ‘금방 완판될 듯’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잠깐 깔았다가 다시 지울까?’ 내적 갈등이 이어졌다. 그 사이 톡딜은 종료됐고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했다. 

 

독서모임 멤버와 나눈 문자. 단체톡방에서 모든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일주일간 세세한 내용을 한 명이 맡아서 전달해줘야 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며 상황을 설명하고도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문자메시지 캡처

 

토요일,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독서 모임 시간이 변경됐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단체톡방에서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진행하는 거로 이야기가 됐는데, 하루가 지나도록 카카오톡의 미확인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자 모임 멤버들이 ‘걱정된다’며 문자가 왔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며 상황을 설명하고도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카카오톡을 계속 사용하지 않는다면 몇 개의 모임에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생각해보니 적지 않은 수가 떠올랐다. 

 

오후에는 머리를 자를 때가 되어 가까운 미용실을 찾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평소에는 ‘카카오 헤어샵’을 애용했다. 내 위치와 가까운 순으로 미용실을 리스트업 해줄 뿐 아니라 후기, 가격, 유행하는 스타일까지 알려줘서 편리했다. 전화나 대면 상담 없이 요구사항을 모바일 예약 과정에 적어서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아쉬운 대로 네이버에 ‘미용실’을 검색하자 유사한 서비스가 있었다. 거리가 가까운 미용실을 검색해 예약한 뒤 방문해 머리를 잘랐다. 자르고 나올 때까지 카카오헤어샵 앱에 있던 3000원 쿠폰이 눈에 아른거렸다. 

 

#다시 카카오톡 이용자로…중요한 건 ‘주체적 사용’

 

코로나19로 2020년의 전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소비자 지출, MAU(월간 순수 이용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모바일 분석업체 ‘와이즈 앱’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가장 오래, 가장 자주 사용한 스마트폰 앱은 ‘카카오톡’이었다. 유튜브, 네이버가 뒤를 이었다. 

 

“우리는 주체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까?” 일주일간 카카오톡 없이 생활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였다. 체험 후 내린 결론은 ‘아니’였다. 금융, 쇼핑, 뉴스와 같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다수의 사회적 관계까지 카카오톡에 귀속돼 있었다. ‘계속해서 카카오톡 없이 생활하겠다’고 고집부린다면 나만큼 주변인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했거나, 경험해보고 싶은 많은 이들은 ‘사회와의 연결’을 걱정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디지털 디톡스하면 난 시체로 발견될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가 체험 첫날 느낀 허전한 기분의 정체도 ‘단절’이었다. 카카오톡 실시간 채팅은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언제나 ‘연결된 느낌’을 줬다. 카카오톡 대신 문자를 사용할 때 가장 불편했던 건 ‘실시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단체 카톡방에 나의 기분과 상황을 올리면 누구든 답을 줬다. 

 

‘디지털 디톡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자주 화두에 오른 키워드다. 한국경영컨설팅학회의 2017년 연구논문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와 혜택에 대한 검토’에서는 디지털 디톡스를 ‘단식을 통해 몸에 있는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듯이 각종 디지털 매체와 애플리케이션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라도 중단하고 내면의 모습을 되돌아보자는 데에 주안점을 두는 일종의 치료법’이라고 정의했다. 

 

이 논문은 디지털 디톡스가 ‘전자 기기의 사용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사용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을 지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개개인이 꾸준히 지속될 디지털 세상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삶의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일주일 체험으로 얻은 긍정적인 점도 있었다. 카카오톡을 지운 일주일간 전체 휴대폰 이용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카카오톡을 지우기 전 3일간의 평균 휴대폰 이용 시간이 5시간 30분이었다면, 카카오톡을 지운 뒤 6일간의 평균 휴대폰 이용 시간은 3시간 20분이었다(‘넌 얼마나 쓰니’ 앱 참고)​. ​

 

체험이 끝나고도 휴대폰 사용 시간 기록 앱은 지우지 않았다. 카카오톡 없이 생활하기는 어렵지만 사용 시간을 조절해주는 앱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자주 손이 가는 앱을 잠금하는 기능, 하루 목표 사용 시간 초과 시 자동으로 일정 시간 휴대폰을 잠금 하는 기능 등을 이용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을 전파하며 주변에 권유도 하는 데 반응이 영 좋진 않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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